홈 › 유방암 연구 › 호르몬 양성 유방암의 유형·특징
🔬 유방암 연구 · 호르몬 수용체 시리즈 3편같은 "호르몬 양성"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 루미널 A, 루미널 B 이야기
Ki-67 수치 하나가 왜 치료 강도를 바꾸는 기준이 되는지
① 같은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도 증식 지표(Ki-67)와 PR 발현 정도에 따라 루미널 A, 루미널 B라는 서로 다른 아형으로 나뉩니다.
② 루미널 A는 전체 유방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진행이 느리고 예후가 좋은 편이고, 루미널 B는 Ki-67이 높고 상대적으로 예후가 불리한 경향을 보입니다.
③ 최근에는 Ki-67 같은 면역염색 지표뿐 아니라 유전자 발현 검사(Oncotype DX, MammaPrint 등)로 더 정밀하게 재발 위험을 가늠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 왜 이걸 알아야 했나 — 우리 집 이야기
- 개념 정리 — 쉽게 풀어보기
- 원리·기전 — 왜 증식 지표가 아형을 가르는가
- 검사·진단 관점 — 결과지에서 아형을 읽는 법
- 최신 근거 (2024~2026)
- 보호자·환자 관점 — 실생활에서 의미
- 흔한 오해 5가지
- 정리 — 우리 집 결론
왜 이걸 알아야 했나 — 우리 집 이야기
앞선 두 편의 글을 정리하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우리 아내의 암은 정확히 어떤 아형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병리 결과지에는 ER 90%, PR 70% 외에도 Ki-67 20%대라는 숫자가 함께 적혀 있었는데, 처음에는 이 숫자가 그저 여러 검사 항목 중 하나로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논문을 찾아보다가 이 Ki-67 수치가 아내의 암을 "루미널 A"가 아니라 "루미널 B"에 더 가까운 쪽으로 분류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차이가 예후와 치료 강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한번 공부에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담당 교수님께 이 부분을 여쭤보았을 때, "경계선에 걸쳐 있는 경우"라는 표현을 들었습니다. Ki-67 20%대는 루미널 A와 루미널 B를 가르는 절단값 근처에 있어서, 이 숫자 하나만으로 딱 잘라 아형을 정하기보다 다른 지표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 설명을 듣고 나서 저는 "루미널 A, 루미널 B"라는 분류가 생각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동시에 생각보다 훨씬 더 애매한 회색지대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루미널 분류가 정확히 무엇을 근거로 나뉘는지, 그리고 그 경계에 걸쳐 있을 때 실제로 어떤 판단들이 이루어지는지를 정리해 보려 합니다. 특히 저희 부부처럼 애매한 경계값을 마주한 분들께, 이 숫자가 왜 이렇게 미묘한 회색지대를 만들어내는지 그 배경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 "경계선에 걸쳐 있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더 불안해졌습니다. 차라리 확실하게 한쪽으로 정해지면 마음이라도 편할 것 같았는데, "애매하다"는 말은 마치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뜻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면서, 이 애매함이 의료진의 불확실한 태도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인체의 생물학적 스펙트럼 자체가 두 개의 딱 떨어지는 상자로 나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해가 오히려 저를 조금 편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 글을 준비하며 저는 한 가지를 다짐했습니다. 아형 분류가 애매하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되, 그 애매함이 곧 치료의 부실함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도 함께 전하겠다는 다짐입니다. 저와 비슷하게 경계값을 마주하고 불안해하실 분들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개념 정리 — 쉽게 풀어보기
지금까지 ER·PR 양성이라는 하나의 큰 범주로 유방암을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이 범주 안에는 성격이 꽤 다른 종양들이 섞여 있습니다. 이 차이를 구분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분자 아형(molecular subtype)"이라는 세부 분류를 만들었고, 그중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다시 루미널 A와 루미널 B로 나뉩니다. 두 아형을 가르는 핵심 기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세포가 얼마나 활발히 분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Ki-67 지수이고, 다른 하나는 PR(프로게스테론 수용체) 발현이 얼마나 강한가입니다.
쉽게 말하면 루미널 A는 "천천히, 조용히 자라는" 유형이고, 루미널 B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자라는" 유형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루미널 A는 Ki-67이 낮고(대략 14% 미만) PR 발현이 강한 반면, 루미널 B는 Ki-67이 높거나(20% 이상) PR 발현이 약한 특징을 보입니다. 다만 여기서 꼭 짚어야 할 것은, 루미널 B라고 해서 "나쁜 암"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전히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이라는 사실 자체가 호르몬 치료라는 강력한 무기를 쓸 수 있다는 의미이고, 다만 그 성장 속도와 재발 위험이 루미널 A보다 다소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뿐입니다.
또한 루미널 B는 다시 두 갈래로 나뉜다는 것도 함께 알아 두면 좋습니다. HER2가 음성이면서 Ki-67이 높거나 PR이 약한 경우를 "루미널 B(HER2 음성)"라 하고, HER2가 양성이면서 호르몬 수용체도 양성인 경우를 "루미널 B(HER2 양성)"이라 부릅니다. 이 둘은 치료 전략이 완전히 다릅니다. 전자는 호르몬 치료를 중심에 두고 필요시 항암화학요법이나 CDK4/6 억제제를 더하지만, 후자는 HER2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가 함께 추가됩니다. 저희 부부의 경우 HER2가 음성이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주로 HER2 음성인 루미널 A·B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원리·기전 — 왜 증식 지표가 아형을 가르는가
Ki-67은 세포가 분열 주기에 들어갔을 때만 나타나는 단백질입니다. 세포가 쉬고 있는 상태(G0기)에서는 발현되지 않다가, 분열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분열이 끝나는 순간까지 세포핵에 나타납니다. 그래서 병리학자들은 조직 안에서 이 단백질이 염색되는 세포의 비율을 세어, 그 종양 전체가 지금 이 순간 얼마나 활발하게 분열하고 있는지를 가늠합니다. Ki-67이 높다는 것은 곧 더 많은 세포가 동시에 분열하고 있다는 뜻이고, 이는 종양이 더 빠르게 자라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분열 중인 세포에서만 나타나는 단백질로, 종양의 성장 속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PR은 ER 신호에 의해 유도되는 유전자이므로, PR 발현이 약하면 ER 신호 경로 자체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세포의 모양과 구조가 정상 유방세포와 얼마나 다른지를 1~3등급으로 나눈 지표로, 등급이 높을수록 더 공격적인 경향을 보입니다.
Oncotype DX, MammaPrint 같은 다유전자 검사는 수십~수백 개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종합해 재발 위험을 계산합니다.
PR 발현이 왜 아형 구분에 쓰이는지는 지난 글에서 다룬 원리와 바로 연결됩니다. PR 유전자는 ER 신호에 의해 발현이 유도되는 하위 유전자이기 때문에, PR이 강하게 발현된다는 것은 ER 신호 경로가 온전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PR 발현이 약하거나 없다면, ER 신호 전달 경로 어딘가에 이상이 생겨 세포가 호르몬 신호와 무관하게 증식하는 다른 경로에 더 의존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그래서 낮은 PR과 높은 Ki-67은 종종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이 둘이 겹쳤을 때 루미널 B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왜 루미널 B가 대체로 호르몬 치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더 많은지도 납득이 됩니다. 세포 증식이 ER 신호뿐 아니라 다른 보조 경로(세포주기 조절 단백질, 성장인자 신호 등)에도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면, 에스트로겐 공급을 줄이는 치료만으로는 그 증식을 완전히 억누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루미널 B, 특히 재발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호르몬 치료에 더해 세포주기를 표적으로 하는 CDK4/6 억제제나 항암화학요법을 함께 고려하게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것은, Ki-67 지수가 진단 시점에 고정된 값이 아니라 치료 반응을 보여주는 지표로도 쓰인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수술 전 항호르몬제나 항암제를 먼저 투여하는 선행 치료를 받는 경우, 치료 전후로 Ki-67을 다시 측정해 그 값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치료 반응을 가늠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Ki-67은 진단의 한 시점을 찍는 사진이자, 동시에 치료 경과를 비추는 거울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숫자 하나가 가진 무게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검사·진단 관점 — 결과지에서 아형을 읽는 법
병리 보고서만으로 루미널 A, B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Ki-67의 절단값 자체가 연구자와 검사실마다 조금씩 다르게 쓰이기 때문입니다. 널리 인용되는 기준으로는 Ki-67 14% 미만을 루미널 A, 20% 이상을 루미널 B로 보고, 그 사이(14~20%) 구간은 PR 발현 정도와 조직학적 등급을 함께 고려해 판단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아내처럼 Ki-67이 20%대에 걸쳐 있는 경우, 이 회색지대에서 담당의의 종합적인 판단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저희가 여러 병원 자료와 논문을 비교해 보면서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같은 조직 검체라도 검사실마다 사용하는 항체나 염색 프로토콜이 달라 Ki-67 수치 자체가 몇 퍼센트포인트씩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병원에서는 경계 근처로 나온 수치가 다른 병원의 프로토콜로는 확실한 루미널 A나 B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검사실 간 편차 문제는 이미 병리학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어, 국제 표준화를 위한 항체와 판독 기준 통일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대규모 코호트를 분석한 연구는 Ki-67 기준 "루미널 B-유사(Luminal B-like)"로 분류된 환자군이 "루미널 A-유사" 환자군보다 5년, 10년 원격 전이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았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변량 분석에서도 루미널 B-유사 분류가 독립적인 위험 증가 요인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최근에는 면역염색만으로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 유전자 발현을 직접 분석하는 다유전자 검사를 추가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Oncotype DX, MammaPrint, EndoPredict, Prosigna 같은 검사들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수십에서 수백 개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종합해 재발 위험 점수를 산출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면역염색으로는 루미널 B로 분류된 환자 중 상당수가 실제 유전자 검사에서는 재발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면역염색 기반의 루미널 분류가 유용한 1차 지표이기는 하지만, 개별 환자의 치료 결정을 내릴 때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희 부부의 경우, 담당 교수님은 Ki-67 수치뿐 아니라 조직학적 등급, 림프절 전이 여부, 종양 크기를 종합해 치료 방향을 정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 설명을 듣고 나서 저는 병리 보고서의 숫자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 인터넷에 검색하며 일희일비하기보다, 그 숫자들이 종합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를 담당의와 함께 확인하는 것이 훨씬 정확한 접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덧붙여, 병리 보고서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알게 된 것은 조직학적 등급(1~3등급) 판정 기준이었습니다. 이 등급은 세포핵의 다형성, 분열 빈도, 관 형성 정도라는 세 가지 항목을 각각 점수화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정해집니다. Ki-67이 세포 분열의 "현재 속도"를 보여준다면, 조직학적 등급은 세포의 "생김새가 정상 조직에서 얼마나 벗어났는가"를 함께 반영합니다. 이 두 지표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종양의 공격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병리학자와 종양내과 의사는 이 둘을 함께 참고해 최종 판단을 내립니다.
림프절 전이 여부와 종양 크기 역시 아형 분류 자체는 아니지만, 이 정보와 결합되어 최종 재발 위험도를 결정하는 데 함께 쓰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루미널 A라 하더라도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는 재발 위험도 산정에서 다르게 취급됩니다. 이렇게 여러 겹의 정보가 층층이 쌓여 최종 치료 계획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니, 병리 보고서 한 장이 왜 그렇게 여러 항목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지 그 이유를 비로소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최신 근거 (2024~2026)
루미널 아형 분류와 관련된 최근 연구들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는 기존 면역염색 지표(Ki-67, PR)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유전자 발현 검사를 임상 현장에 더 정교하게 통합하는 방향입니다.
2025년 발표된 이 문헌 리뷰는 Oncotype DX, MammaPrint, EndoPredict, Prosigna, BCI 등 상용화된 다유전자 검사들을 비교하면서, 같은 환자의 검체를 여러 검사로 분석했을 때 루미널 A·B 분류 결과가 검사마다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루미널 B로 분류된 환자 중 상당수가 재발 점수 자체는 낮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 단일 검사만으로 치료를 결정하기보다 임상 정보와 함께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24년 5월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림프절 전이가 1~3개인 ER·PR 양성, HER2 음성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도 다유전자 검사를 항암화학요법 추가 여부를 결정하는 보조 도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이는 루미널 아형 구분이 림프절 전이가 있는 환자군에서도 점점 더 정밀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5년 발표된 한 연구는 병리학자의 육안 판독 대신 인공지능 영상 분석 프로그램으로 Ki-67을 판독했을 때, 유전자 발현 검사와의 일치도가 개선되는 경향을 보고했습니다. 이는 Ki-67 판독의 검사자 간 편차라는 오랜 문제를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 세 자료를 종합하면, 루미널 아형이라는 개념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고 임상적으로 유용하지만, 그 경계를 정확히 긋는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면역염색 지표의 한계를 유전자 발현 검사와 인공지능 판독 기술로 보완하려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이는 저희 부부처럼 Ki-67이 경계값 근처에 있는 경우, 앞으로는 더 정밀한 도구로 재분류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특히 2025년 발표된 인공지능 기반 Ki-67 판독 연구는 저에게 인상 깊었습니다. 병리학자가 현미경으로 직접 세는 방식은 아무리 숙련된 전문가라도 시야마다, 관찰자마다 미세한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인공지능 영상 분석은 이런 편차를 줄여 더 일관된 판독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아직 모든 병원에 이런 기술이 보급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런 기술이 확산되면 저희 부부가 겪었던 것 같은 "경계값 근처의 애매함"이 조금씩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자료들을 통틀어 제가 얻은 가장 큰 위안은, 애매한 경계 사례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실제 임상 현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흔한 상황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여러 논문에서 반복적으로 "경계 구간(intermediate zone)"이라는 표현을 마주하면서, 저희 부부가 겪은 애매함이 특별히 운이 나쁜 상황이 아니라 이 분야 전체가 함께 다루고 있는 보편적인 과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사실이 막연한 불안을 상당히 덜어 주었습니다.
다만 이런 다유전자 검사는 국내에서도 비용과 접근성의 제약이 있을 수 있어, 모든 환자에게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알아 두어야 합니다.
이 자료들을 찾아보며 제가 특히 안도했던 부분은, 면역염색 지표(Ki-67, PR)로 애매하게 나온 결과가 곧 "치료가 부정확하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경계 사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임상 의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고, 그래서 다유전자 검사나 인공지능 보조 판독 같은 보완 도구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저희가 마주한 애매함은 저희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전 세계 연구자들이 함께 씨름하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보호자·환자 관점 — 실생활에서 의미
아내의 Ki-67이 경계값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저는 한동안 "우리 아내는 루미널 A일까, B일까"라는 질문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부를 통해 이 질문 자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담당의는 이미 이 경계값을 포함한 여러 지표를 종합해 치료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에는 아로마신과 난소기능억제라는 호르몬 치료가 중심에 있었습니다. 루미널 아형이라는 이름표를 정확히 붙이는 것보다, 그 이름표 뒤에 있는 실제 재발 위험도와 치료 계획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실질적인 접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저는 진료 시간에 "저희 아내는 루미널 A인가요, B인가요"라고 묻는 대신 "이 지표들을 종합했을 때 재발 위험도는 어느 정도로 보시나요, 그리고 지금 계획된 치료가 그 위험도에 맞게 설계된 것인가요"라고 여쭙게 되었습니다. 질문의 방향을 이렇게 바꾸고 나니 훨씬 더 실질적인 답을 들을 수 있었고, 막연한 이름표에 대한 불안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얻은 또 하나의 통찰은, 아형 분류가 "고정된 사실"이 아니라 "현재까지의 최선의 추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같은 조직 검체라도 어떤 검사 방법을 쓰느냐에 따라 다르게 분류될 수 있고, 앞으로 인공지능이나 새로운 유전자 검사가 도입되면 재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처음에는 불안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지금의 분류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담당의의 종합적인 판단과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신뢰하자"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다유전자 검사에 대해서도 담당 교수님과 상의를 해 보았습니다. 저희의 경우 이미 병리학적 지표들(ER·PR·Ki-67·조직학적 등급)만으로도 치료 방향이 비교적 명확하다고 판단되어, 추가적인 유전자 검사 없이 현재의 호르몬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 결정 과정에서 저는 다유전자 검사가 모든 환자에게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병리학적 지표만으로 판단이 애매한 "중간 위험군"에서 특히 유용한 도구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저희 부부는 담당 교수님과 두 차례에 걸쳐 충분히 상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검사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 "덜 꼼꼼해서"가 아니라, 이미 확보된 정보만으로도 담당의가 치료 방향에 충분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여러 번 확인받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런 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검사를 더 받는 것이 항상 더 좋은 선택은 아니며, 지금 가진 정보로 담당의가 얼마나 확신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다유전자 검사의 비용도 저희가 고려한 현실적인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국내에서 이런 검사를 받으려면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본인부담금을 확인해야 하고,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치료 시작 시점과 맞물려 고려해야 합니다. 저희는 이런 현실적인 부분들까지 담당 교수님과 함께 확인한 뒤에야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은, 아형과 관련된 결정이 순수하게 생물학적인 판단만이 아니라 비용, 시간, 개인의 상황까지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의사결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렇게 아형과 관련된 결정 하나하나를 되짚어 보면서, 저는 보호자로서 제 역할이 "가장 정밀한 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진 정보로 담당의와 함께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돕는 것"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깨달음은 앞으로 저희 부부가 마주할 여러 선택의 순간들, 예를 들어 치료 기간 연장 여부나 추가 검사 여부를 결정할 때도 같은 태도로 임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흔한 오해 5가지
정리 — 우리 집 결론
루미널 A, 루미널 B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는 마치 성적표의 등급처럼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우리는 어느 쪽인가"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이어가면서, 이 분류가 절대적인 선고가 아니라 치료 방향을 정하기 위한 실용적인 도구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Ki-67이라는 숫자 하나, PR이라는 숫자 하나가 경계선에 걸쳐 있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숫자들을 종합해 담당의가 세운 치료 계획이 무엇이고, 그 계획을 얼마나 꾸준히 따라갈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저는 매번 비슷한 배움을 반복하게 됩니다. 병리 보고서의 숫자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그 이야기들이 모여 향하는 곳은 같습니다. "이 암은 얼마나 빨리 자라고 있고, 그래서 어떤 강도의 치료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 저희 부부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도 조금 더 편안하게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돌아보면 루미널 아형이라는 주제는 지난 두 편에서 다룬 ER·PR 원리, 그리고 발생 기전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왜 어떤 종양은 천천히 자라고 어떤 종양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자라는지,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앞서 다룬 신호 경로와 그 경로가 세포 안에서 얼마나 온전히, 얼마나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가의 문제였습니다. 이렇게 세 편의 글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저는 이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는 데 필요한 확신을 다시 얻었습니다.
다음 글로 넘어가기 전에 한 가지를 다시 정리하고 싶습니다. 루미널 A와 B라는 이름은 앞으로도 계속 쓰이겠지만, 그 이름 뒤에 있는 실제 숫자들, 즉 Ki-67과 PR 발현, 조직학적 등급, 필요하다면 유전자 검사 결과까지가 결국 치료를 결정하는 진짜 근거라는 것입니다. 이름표보다 그 안의 내용을 보는 습관을, 저는 이번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ER 양성과 PR 양성이 정확히 어떤 조합으로 나타나며, 그 조합이 예후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오늘 다룬 루미널 A·B 분류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주요 참고문헌
- Viale G, et al. Ki-67 (30-9) scoring and differentiation of Luminal A- and Luminal B-like breast cancer subtypes. Breast Cancer Res Treat. 2019.
- Soliman NA, Yussif SM. Ki-67 as a prognostic marker according to breast cancer molecular subtype. Cancer Biol Med. 2016;13(4):496.
- Brogna A, et al. Evaluation and Comparison of Prognostic Multigene Tests in Early-Stage Breast Cancer. Mol Carcinog. 2025.
- NICE. Molecular tumour profiling tests guidance update for ER/PR-positive, HER2-negative early breast cancer with 1-3 positive lymph nodes. May 2024.
- Guestimating Molecular Subtyping of Breast Cancer by Ki67 in the Era of Artificial Intelligence. 2025.
- Subtypes of Breast Cancer. Breast Cancer, NCBI Bookshelf. 2022.
※ 위 자료 중 코호트 연구·비교 분석 결과는 검사 방법과 절단값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개별 환자의 아형 판정은 여러 지표를 종합한 담당의의 판단에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