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을 받은 아내 곁에서 보호자로 지내다 보면, 정작 병원 진료 시간에는 물어보지 못한 질문들이 집에 돌아와서야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항암치료 일정이나 검사 결과는 의료진이 설명해주지만, "이 시기를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과 이야기할 곳은 없는지" 같은 질문에는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진료실 밖에서 도움이 될 만한 자원, 특히 동료 지지 프로그램과 상담 서비스에 대한 논문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의료 전문가가 아닌 보호자가 1차 문헌을 직접 찾아 정리한 공부 기록입니다. 진료 지침을 대신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진료 때 담당 의료진과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씁니다. 특정 프로그램이나 치료법을 권하는 글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힙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발표된 연구들을 보면 동료 지지(peer support), 상담, 온라인 정보 제공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고, 그 결과도 일률적이지 않습니다. 효과가 확인된 부분과 아직 근거가 부족한 부분을 구분해서 정리해보려 합니다.
동료 지지가 회복 과정에서 하는 역할
동료 지지 프로그램이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지에 대한 초기 연구 중 하나가 카네기멜런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무작위 비교 연구입니다. 초기(1~2기) 유방암 환자 180명과 4기 환자 65명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 동료 지지 프로그램, 대조군으로 나누어 비교했습니다.[2]
모임에 한 번이라도 참여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동료 지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임 종료 2주 후 시점에서 '삶의 목적의식'이 더 높아지고 우울 증상이 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 효과는 삶의 목적의식이 커진 것이 매개가 되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다만 6개월 후 시점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 이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2] 즉 동료 지지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는 있지만, 그 효과가 장기간 이어진다는 근거는 이 연구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동료 주도·간호사 결합형 프로그램의 최근 연구
2026년에 발표된 한 임상시험은 좀 더 정교한 설계를 시도했습니다. 젊은 층에서 중년층 유방암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동료가 주도하되 간호사가 함께 참여하는 온·오프라인 혼합형 지지 프로그램(PNO2PSP)을 8주간 진행한 군집 무작위 비교 연구입니다.[1]
수술 전과 수술 후 4주, 8주, 12주 시점에 심리사회적 적응, 자기효능감, 사회적 지지, 대처 방식을 측정한 결과, 개입군은 대조군에 비해 8주와 12주 시점에서 심리사회적 적응 점수가 더 낮게(즉 더 잘 적응한 것으로) 나타났고, 8주 시점의 사회적 지지 점수도 더 높았습니다.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직면형 대처'는 늘고, 상황을 피하려는 '회피형 대처'는 줄어드는 경향도 관찰되었습니다.[1] 심층 면담에 참여한 환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정서적 지지와 치료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답했습니다.[1] 다만 이 연구는 단일 기관에서 진행된 소규모 연구라는 한계가 있어, 다른 환경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치료 중 증상 관리를 위한 화상 기반 프로그램
보조 내분비요법(항호르몬제)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관절통이나 안면홍조 같은 부작용 때문에 약을 꾸준히 복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다루기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이 STRIDE라는 화상회의 기반 소그룹 프로그램을 설계했습니다.[4]
이 프로그램은 증상 관리, 스트레스 완화, 복약 순응도 향상을 목표로 소규모 그룹 세션과 개인별 통화를 결합한 형태로 구성되었습니다.[4] 다만 여기서 인용한 문헌은 프로그램의 설계와 시행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계획서(protocol) 논문으로, 이 문헌 자체에는 최종적인 효과 결과가 담겨 있지 않습니다.[4] 즉 "이런 방식의 개입이 시도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는 이 문헌만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마음챙김과 운동, 몸을 함께 움직이며 만나는 동료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병원 연구팀은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완화(MBSR) 프로그램에 참여한 유방암 환자 37명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면담을 진행해, 동료와 함께하는 경험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적으로 분석했습니다.[10] 참여자들은 같은 처지의 환자들과 함께 훈련받는 과정이 마음챙김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되었고, 서로 사회적 지지를 주고받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답했습니다.[10] 동시에 연구진은 다른 환자의 고통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하며, 프로그램을 이끄는 사람이 이런 감정을 인지하고 다뤄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10]
운동을 매개로 한 접근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하와이의 한 재활병원에서는 유방암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팀 단위 운동을 활용해 동료 간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그룹 운동치료 프로그램을 90분씩 36회 진행했습니다.[7] 25명이 프로그램을 완주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피로감과 삶의 질 지표에서 유의한 개선이 나타났습니다.[7] 다만 이 연구에서는 예상 가능한 범위의 중등도 이상반응이 한 건 발생했다는 점도 함께 보고되었는데,[7]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는 담당 의료진과 자신의 신체 상태에 맞는지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문화적 배경에 맞춘 지지 프로그램들
동료 지지가 효과를 내려면 언어와 문화적 맥락이 맞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미국 텍사스 MD앤더슨 암센터 연구팀은 중국계 미국인 유방암 생존자 86명을 대상으로 모국어로 진행되는 교육 강의와 동료 멘토 지지를 결합한 8주 프로그램(Joy Luck Academy)을 단일군 사전-사후 비교로 시험했습니다. 참여자들의 외상 후 성장 총점과 대인관계, 삶에 대한 감사, 새로운 가능성 발견, 개인적 강인함 등의 하위 영역에서 유의한 개선이 나타났습니다.[3] 다만 연구진 스스로도 이 결과가 대조군 없는 예비 연구 수준이라 무작위 비교 연구를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3]
스페인어를 쓰는 라티나 여성들을 위한 Nuevo Amanecer 프로그램은 동료가 직접 전달하는 8주짜리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으로, 151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비교 연구에서 95%의 높은 참여 유지율을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근거 기반 프로그램을 해당 문화권에 맞게 번역해 지역사회 기관에 통합하면 심리사회적 건강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5]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는 심리사회적 지원 인프라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베트남에서 진행된 Stronger Together 프로그램은 유방암·부인암 환자를 동료 멘토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우울·불안·스트레스 척도(DASS-21)를 기준선과 2·4·6개월 시점에 비교하는 예비 연구로 설계되었습니다.[8] 미국에서 개발된 동료 지지 모델을 현지 의료 환경과 문화에 맞게 조정한 사례로 소개되었습니다.[8]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농촌 지역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유방암 생존자와 보호자를 위한 Peer Connect 프로그램이 시행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환자에 대한 직접적 효과보다는, '동료 지지자'로 활동할 지역 주민을 훈련시키는 train-the-trainer 방식 자체의 실행 과정과 평가에 초점을 맞춘 논문입니다.[9] 농촌 지역에서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만큼, 지역사회 구성원을 지지자로 양성하는 접근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9]
온라인 정보와 지지에 대한 요구, 특히 진행성 유방암 환자들
거동이 어렵거나 지리적으로 멀어 대면 모임에 참석하기 힘든 환자들에게는 온라인 자원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호주 연구팀은 진행성(4기) 유방암 여성 21명을 전화로 면담해 정보·지지 요구를 파악하고, 그중 15명에게는 초기 단계 환자를 위해 만들어진 기존 온라인 프로그램을 실제로 체험하게 한 뒤 반응을 조사했습니다.[6]
참여자들은 의학 정보, 생활습관 관련 정보, 실질적인 도움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필요로 했습니다.[6] 그런데 정작 기존 온라인 프로그램을 접해보니, 초기 단계 환자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진행성 암 환자의 상황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6] 이는 온라인 지지 자원이라 해도 병기(病期)나 상황에 따라 필요한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상담·지지 그룹을 고를 때 살펴볼 것들
여기까지 살펴본 연구들을 종합하면, 동료 지지나 상담 프로그램의 형태는 매우 다양합니다. 동료가 이끄는 방식과 전문가(간호사·심리상담사)가 함께하는 방식, 대면과 온라인·화상 방식, 진단 초기용과 치료 중·생존기용 등으로 나뉩니다. 어떤 형태가 잘 맞는지는 환자의 성향과 시기, 접근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호자 입장에서 정리해보면, 프로그램을 찾을 때는 담당 병원의 사회사업팀이나 암센터 내 지지 프로그램 담당 부서에 먼저 문의해보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운동이나 마음챙김처럼 신체 상태와 관련된 프로그램은 참여 전에 의료진과 상의해 현재 치료 단계와 몸 상태에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프로그램의 효과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이 글에서 소개한 연구 결과들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어떤 지지 자원을 얼마나, 어떻게 활용할지는 담당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동료 지지 프로그램이 항암치료 결과나 생존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나요?
A. 이 글에서 다룬 연구들은 삶의 질, 대처 방식, 사회적 지지, 심리적 적응 같은 지표를 중심으로 효과를 살펴본 것으로, 생존율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심리사회적 지지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치료 결과 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Q. 온라인이나 화상 기반 프로그램도 대면 모임만큼 효과가 있을까요?
A. 온·오프라인 혼합형(PNO2PSP)이나 화상회의 기반(STRIDE) 프로그램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대면 방식과 직접 비교해 우열을 가린 근거는 이 자료들에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다만 거동이 어렵거나 거리가 먼 환자에게는 접근성 측면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Q. 지지 그룹에 참여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나요?
A. 네덜란드 연구에서는 마음챙김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이 다른 환자의 고통을 마주하는 데 대한 두려움을 함께 느낀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이끄는 사람이 이런 감정을 다뤄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그룹 활동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참고할 만합니다.
Q. 지지 그룹이나 상담 서비스는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
A. 이 글에서 소개한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특정 병원이나 연구 목적으로 운영된 것이어서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는 진료받는 병원의 사회사업팀, 암센터 내 지지 프로그램 담당 부서에 문의하는 것이 첫 단계가 될 수 있으며, 어떤 형태가 본인에게 맞는지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참고 자료
- Zhang Y, et al. A Peer-Led, Nurse-Involved Blended Online and Offline Peer Support Program (PNO2PSP) for Psychosocial Adjustment in Young- to Middle-Aged Patients With Breast Cancer: Cluster Randomized Clinical Trial. J Med Internet Res. 2026. doi:10.2196/86097. PubMed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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