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 수술을 마치고 나니, 이번에는 방사선치료와 호르몬치료를 어떤 순서로 시작해야 하는지가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습니다. 진료실에서는 "방사선치료부터 끝내고 호르몬치료를 시작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막상 찾아보니 두 치료를 함께 시작하는 병원도 있고, 순서를 두는 병원도 있어서 혼란스러웠습니다.
남편이자 보호자로서, 그리고 지금은 약사인 아내와 함께 하나씩 논문을 찾아 읽어본 기록을 정리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지금까지 나온 근거들의 공통된 결론입니다. 다만 그 근거가 어디까지 확인되어 있고, 어디서부터는 아직 불확실한지는 구분해서 알아두는 편이 담당 의료진과 대화할 때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글은 진료 지침이 아니라, 저희 부부가 진료실 대화를 준비하며 정리한 공부 기록입니다. 치료 순서에 대한 최종 판단은 환자의 상태를 직접 진찰하는 담당 의료진의 몫이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보호자 입장에서 이런 자료를 찾아보는 이유는 의료진의 설명을 의심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짧은 진료 시간 안에 궁금한 점을 정확히 묻고, 설명을 들었을 때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저희처럼 재건 수술까지 마친 뒤라 앞으로 남은 치료 계획을 세우는 시점에서는, 각 치료가 왜 그 순서로 배치되었는지를 미리 알아두면 대화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방사선치료와 호르몬치료, 왜 순서가 고민거리가 될까요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에서는 수술 후 보통 방사선치료와 호르몬치료(타목시펜 또는 아로마타제 억제제)가 모두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 둘을 동시에 시작할지, 아니면 방사선치료를 먼저 끝내고 나서 호르몬치료를 시작할지가 지침마다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도 환자마다, 병원마다 시작 시점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고민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오래된 우려 때문입니다. 호르몬치료가 방사선이 조직에 주는 손상 회복을 방해하거나, 반대로 방사선치료가 호르몬치료의 부작용(관절통, 피로, 안면홍조 등)을 키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이 걱정이 실제 근거로 뒷받침되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이 글의 목표입니다.
또 하나 알아둘 점은, "동시 진행"과 "순차 진행"이라는 말이 연구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방사선치료 도중에 호르몬치료를 시작한 경우를 동시 진행으로 묶기도 하고, 어떤 연구에서는 방사선치료 시작 전에 호르몬치료를 먼저 시작한 경우까지 포함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같은 "동시"라는 표현이라도 연구 결과를 그대로 내 상황에 대입하기보다는, 담당 의료진이 정확히 어떤 일정을 제안하는지를 따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오래된 우려, 실제 근거로는 어떻게 확인되었을까요
2018년 발표된 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1946년부터 2017년 12월까지 여러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조기 유방암에서 방사선치료와 호르몬치료를 동시에 시작한 경우와 순서를 두어 시작한 경우를 비교한 연구들을 모았습니다.[1] 2,137건의 문헌 중 최종적으로 13건, 환자 7,569명분의 자료가 분석 대상이 되었는데, 치료 효과나 부작용 면에서 두 방식 사이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 연구는 없었다고 보고했습니다.[1] 다만 연구마다 대상 환자군과 방법이 서로 달라 이 결과들을 하나로 합쳐 통계 분석(메타분석)을 하기는 어려웠다는 한계도 함께 밝히고 있습니다.[1]
즉, "동시에 해도 문제가 없다는 근거가 쌓여 있다"는 것과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연구의 질과 양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동시에 사실이었던 셈입니다. 이 체계적 문헌고찰의 저자들도 그래서 후속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처음으로 무작위 배정 방식으로 직접 비교한 연구
그 제안에 따라 진행된 연구가 2024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캐나다의 여러 기관이 참여한 이 임상시험은 호르몬수용체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260명을 무작위로 나누어, 133명은 방사선치료와 호르몬치료를 동시에 진행하고 127명은 방사선치료를 먼저 마친 뒤 호르몬치료를 시작하도록 했습니다.[2] 참가자의 약 73%가 폐경 후 여성이었고, 66%가 1기 유방암이었으며, 약 70%는 타목시펜을, 나머지는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복용했습니다.[2]
이 연구가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그동안 걱정해 왔던 "호르몬치료 관련 부작용"을 표준화된 설문(FACT-ES 점수)으로 직접 측정한 첫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었기 때문입니다.[2] 치료 시작 전과 방사선치료 종료 3개월 후를 비교했을 때, 부작용 점수의 변화는 동시 진행군과 순차 진행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각각 중앙값 -4.9, -5.1, p=0.87).[2] 다시 말해, 이 연구 결과만 놓고 보면 "함께 시작한다고 해서 부작용이 특별히 더 커지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진료실에서는 다르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근거가 쌓이기 전 캐나다 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실제로는 순차적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입니다. 2017년 8월부터 10월 사이 진행된 이 설문에는 220명 중 65명(30%)이 응답했고, 그중 57%는 방사선치료를 마친 뒤에 호르몬치료를 시작한다고 답했습니다.[5] 32%는 동시 진행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었으며, 그 가장 큰 이유는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이었습니다.[5]
이 설문은 임상시험 근거가 나오기 전에 진행된 것이라,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임상 현장의 실제 관행"과 "그 관행을 뒷받침하는 근거" 사이에 시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담당 의료진이 순차 진행을 권한다고 해서 그것이 근거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각자의 경험과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외로 다뤄야 하는 경우 — 항암치료 후 재발 위험이 높을 때
모든 상황에 같은 결론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수술 전 항암치료(선행화학요법)를 받은 고위험 호르몬수용체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수술 후 호르몬치료를 시작하기까지 걸린 기간이 길어질수록 무재발 생존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되었습니다.[3] 이 연구는 방사선치료와의 병행 여부 자체보다는 "호르몬치료 시작이 늦어지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저자들은 이런 고위험군에서는 호르몬치료를 서둘러 시작하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3]
즉 선행화학요법을 받았는지, 재발 위험이 얼마나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지에 따라 "얼마나 빨리 호르몬치료를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은 개별 환자의 병기, 조직검사 결과, 수술 후 회복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영역이라 이 글에서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장기간 추적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론
단기 결과만으로는 안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어, 더 오래 지켜본 연구도 찾아보았습니다. 유방보존수술과 방사선치료,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병행한 환자들을 장기간 추적한 후향적 연구에서는,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방사선치료 후에 시작한 경우와 방사선치료와 동시에 시작한 경우 모두 합리적인 선택지로 볼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6] 이는 앞서 나온 단기 관찰 결과들과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6]
이처럼 여러 시점,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진 연구들이 대체로 "동시 진행이 특별히 더 위험하다는 근거는 없다"는 쪽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다만 유방암 진료 자체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치료 순서에 대한 기준도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바뀌어 왔다는 점은 함께 알아둘 만합니다.[4]
아직 확실하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동시에 과장해서 받아들이면 안 되는 지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먼저 2018년 체계적 문헌고찰에 포함된 연구들은 대상 환자군과 방사선치료 방식, 관찰 기간이 서로 달라 하나의 숫자로 합쳐 결론 내리기 어려웠습니다.[1] 2024년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역시 3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점의 부작용 변화를 주로 살펴본 연구였고, 참가자의 상당수가 폐경 후 여성과 1기 환자였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부분입니다.[2]
즉 "동시에 진행해도 안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는 쌓여 있지만, 모든 병기와 모든 환자군에서 똑같이 적용된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특히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선행화학요법을 받은 고위험군은 다른 논리(호르몬치료를 늦추지 않는 것)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어, 자신의 상황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를 담당 의료진과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3]
진료실에서 무엇을 물어볼 수 있을까요
이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저희 부부가 정리한 질문 목록입니다. 답을 미리 정해 놓기보다는, 담당 의료진에게 직접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준비했습니다.
먼저 지금 권해주신 순서(동시 또는 순차)를 선택한 이유가 저희 상황의 어떤 부분(병기, 수술 방식, 재건 여부, 항암치료 이력) 때문인지 여쭤보려 합니다. 또한 순서를 바꾸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차이가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재발 위험 쪽인지 부작용 쪽인지도 구분해서 여쭤볼 계획입니다.
그 밖에도 호르몬치료를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시점, 방사선치료 중 호르몬치료 관련 부작용이 나타나면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재건 수술이 이미 끝난 상태라는 점이 방사선치료 시점이나 방식 결정에 영향을 주는지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질문을 미리 적어 가는 것만으로도 짧은 진료 시간을 조금 더 알차게 쓸 수 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방사선치료와 호르몬치료를 함께 시작하면 재발 위험이 더 커지나요?
A. 지금까지 나온 체계적 문헌고찰과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에서는 동시 진행과 순차 진행 사이에 재발이나 생존율에서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1][2] 다만 연구 대상과 추적 기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Q. 그럼 무조건 동시에 시작하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인가요?
A.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동시 진행이 특별히 더 해롭지 않다"는 근거와 "동시 진행이 더 우월하다"는 근거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항암치료 이력이나 재발 위험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개별 상황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가 필요합니다.[3]
Q.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호르몬치료 시작이 너무 늦어지지 않을까요?
A. 선행화학요법을 받은 고위험군에서는 호르몬치료 시작이 늦어질수록 무재발 생존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3] 이런 경우 시작 시점을 늦추지 않는 방향이 논의될 수 있으니, 본인의 위험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여쭤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Q. 담당 의료진마다 권하는 순서가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근거가 명확하게 한쪽으로 모여 있지 않다 보니, 의료진의 경험과 판단 기준에 따라 권고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근거가 지금처럼 쌓이기 전 시행된 설문에서는 순차 진행을 택하는 의료진이 더 많았습니다.[5] 최종 결정은 지침이 아니라 개별 환자 상태를 살핀 담당 의료진의 판단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 McGee SF, et al. Optimal sequence of adjuvant endocrine and radiation therapy in early-stage breast cancer - A systematic review. Cancer Treat Rev. 2018. doi:10.1016/j.ctrv.2018.06.015 — PubMed
- McGee SF, et al. A Randomized Trial Comparing Concurrent versus Sequential Radiation and Endocrine Therapy in Early-Stage, Hormone-Responsive Breast Cancer. Curr Oncol. 2024. doi:10.3390/curroncol31080338 — PubMed
- Sutton TL, et al. Delayed adjuvant endocrine therapy is associated with decreased recurrence-free survival following neoadjuvant chemotherapy for breast cancer. Am J Surg. 2023. doi:10.1016/j.amjsurg.2023.02.020 — PubMed
- Heilat GB, et al. Update on the management of early-stage breast cancer. Aust J Gen Pract. 2019. doi:10.31128/AJGP-03-19-4891 — PubMed
- McGee SF, et al. Physician Survey of Timing of Adjuvant Endocrine Therapy Relative to Radiotherapy in Early Stage Breast Cancer Patients. Clin Breast Cancer. 2019. doi:10.1016/j.clbc.2018.08.012 — PubMed
- Ishitobi M, et al. Treatment sequence of aromatase inhibitors and radiotherapy and long-term outcomes of breast cancer patients. Anticancer Res. 2014. — PubM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