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면 수술과 항암, 방사선치료 일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벅찹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치료가 마무리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다른 종류의 불안이 찾아옵니다. "이제 재발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내 조직검사 결과에 적힌 저 숫자들은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 하는 질문들입니다.
저는 의료인이 아닙니다. 약사인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진료실에서 짧게 스치듯 듣는 설명만으로는 도무지 갈증이 채워지지 않아 직접 1차 문헌을 찾아 읽기 시작한 보호자일 뿐입니다. 해외에서 주재원으로 지내며 낯선 의료 체계 속에서 정보를 구하다 보니, 논문을 직접 찾아 읽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뱄습니다. 다행히 아내는 지난달 재건 수술까지 마무리했고, 이제는 다음 단계인 "재발 감시"와 "예후 관리"라는 주제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이 글은 진료 지침이 아닙니다. 재발 위험과 예후를 결정하는 요인들에 대해 실제로 발표된 연구들을 정리해, 다음 진료 때 담당 의료진과 어떤 질문을 나눌지 준비하기 위한 개인적인 공부 기록입니다.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리해 봅니다.
재발 위험을 가르는 가장 큰 변수, 종양 크기와 림프절 상태
유방암 재발 위험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진단 당시의 종양 크기(T)와 림프절 전이 개수(N)입니다. 88건의 무작위 임상시험 자료를 통합한 대규모 메타분석에서는, 에스트로겐수용체(ER) 양성 유방암 환자 62,923명을 대상으로 5년간의 보조 내분비요법을 마친 뒤 5년에서 20년 사이에 나타나는 원격 재발 위험을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원격 재발 위험은 원래의 종양 크기와 림프절 상태에 강하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T1(2cm 이하) 종양 중에서는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 13%, 1~3개 전이 시 20%, 4~9개 전이 시 34%였고, T2(2~5cm) 종양에서는 각각 19%, 26%, 41%로 나타났습니다.[1]
흥미로운 점은 이 연구에서 종양 등급과 Ki-67 증식지표는 종양 크기·림프절 상태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는 예측력이 그리 크지 않았고, 프로게스테론수용체(PR)나 HER2 상태는 (트라스투주맙을 쓰지 않은 시험에 한해) 독립적인 예측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림프절 전이가 없는 T1N0 그룹만 따로 보면 등급의 영향이 뚜렷했는데, 5~20년 사이 원격 재발 위험이 저등급 10%, 중등도 13%, 고등급 17%였고, 국소재발이나 반대쪽 유방암까지 포함한 전체 재발 위험은 각각 17%, 22%, 26%였습니다.[1] 즉 같은 "초기 유방암"이라도 등급에 따라 장기적인 위험이 꽤 벌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직검사와 유전자 검사로 보는 예후 인자
영상의학과 의사들을 위해 작성된 한 종설 논문은 유방암 예후 인자를 환자 요인, 영상 소견, 조직학적 소견, 분자생물학적 소견으로 나누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환자 요인에는 나이, 인종·민족, 생활습관처럼 바꿀 수 없거나 조절 가능한 요소들이 포함되고, 영상 소견에서는 다병소성·다중심성 여부, 광범위한 관내성분(EIC), 피부나 흉벽 침범 여부가 치료와 예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합니다. 조직학적으로는 종양 등급과 림프혈관침습 유무가, 분자생물학적으로는 호르몬수용체·증식지표·HER2 상태, 그리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권고를 받은 여러 유전자 발현 패널이 예후 판단에 쓰이고 있습니다.[3]
같은 "ER 양성"이라도 내부적으로는 꽤 다른 하위 그룹이 섞여 있다는 점도 최근 연구에서 드러났습니다. 3,240명의 유방암 환자(이 중 1,980명은 분자 데이터 포함)를 장기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ER 양성이면서 HER2 음성인 종양 가운데 특정 유전체 아형에 해당하는 약 26%가 진단 후 20년까지도 평균 47~62%에 이르는 상당히 높은 재발 위험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아형들은 각기 특징적인 유전자 증폭(예: 11q13 부위의 CCND1·FGF3·EMSY·PAK1·RSF1 동시 증폭)을 보였습니다. 반대로 삼중음성 유방암 중에서도 5년이 지나면 재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하위 그룹과, 그 이후에도 계속 위험이 남아 있는 하위 그룹이 뚜렷이 구분됐습니다.[8] 다시 말해 "몇 년째 무사히 지나갔으니 이제 안심"이라는 판단은 아형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술 후 방사선치료가 필요한 경우
유방 전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 방사선치료(PMRT)를 추가할지 여부는 오랫동안 논쟁이 있어 온 주제입니다. 한 종설에 따르면, 종양 크기가 2cm 이상인 pT1-2N0 병기에서는 50세 미만이거나 폐경 전, 림프혈관침습 동반, 고등급, 절제연 양성 또는 근접, 전신치료 미시행, HER2 양성이나 삼중음성 같은 불리한 아형 중 2가지 이상이 겹칠 때 방사선치료를 고려할 근거가 된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림프절 미세전이(pN1mi)나 고립종양세포(N0(i+))가 있는 경우에도 비슷하게, 그 자체이거나 앞서 언급한 위험 요인이 2가지 이상 겹칠 때 방사선치료 여부를 논의하게 됩니다.[4]
한편 최근 발표된 무작위 3상 임상시험은 반대 방향의 질문, 즉 "항암치료에 반응이 좋았던 환자는 방사선 범위를 줄여도 괜찮은가"를 다뤘습니다. 진단 당시 림프절 전이가 있었지만(cN1)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에서 림프절에 암세포가 남지 않은(ypN0) 환자들을 대상으로, 국소림프절 방사선치료(RNI)를 추가한 그룹과 추가하지 않은 그룹을 비교했습니다. 중앙 추적기간 59.5개월 시점에서 침습성 유방암 무재발 생존율은 RNI 추가군 92.7%, 비추가군 91.8%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위험비 0.88, P=0.51).[5] 이는 항암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인 모든 림프절양성 환자에게 방사선 범위를 일률적으로 넓힐 필요는 없을 수 있다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유방보존술 후 국소재발, 무엇이 결정할까
유방을 보존하는 수술(BCS)은 크게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합니다. 종양학적으로 안전하게 절제연을 확보하는 것과, 미용적으로 유방의 형태를 최대한 지키는 것입니다. 한 연구는 과거에는 국소 재발을 결정하는 요인이 주로 종양 크기, 림프절 상태, 수용체 상태였지만, 최근에는 분자생물학적 특성이 재발 위험을 정의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5가지 서로 다른 종양성형술 기법으로 유방보존술을 받은 944명의 환자(중앙 추적기간 5.2년)를 분석했는데, 절제 부피나 절제연 자체는 이 코호트에서 재발이나 생존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10] 다만 이는 특정 술기와 환자군에 국한된 결과이므로, 절제연 상태의 중요성 자체를 일반적으로 부정하는 근거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새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항암화학요법을 더할지 말지 결정하는 유전자 검사
보조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할지는 특히 고령 환자나 재발 위험이 애매한 환자에서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70세 이상 ER 양성·HER2 음성 유방암 환자 1,089명을 대상으로, 유전체등급지수(GGI)로 고위험군을 선별해 항암화학요법과 호르몬요법을 함께 받은 그룹과 호르몬요법만 받은 그룹을 비교한 3상 임상시험에서는, 전체생존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고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한 그룹에서 부작용은 더 많이 발생했습니다.[6]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항암화학요법이 필요하거나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개별 위험도와 전신 상태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반대로 림프절 전이가 없는 호르몬수용체 양성·HER2 음성 유방암 환자 중에서도, 21유전자 재발점수(Oncotype DX RS)가 31점 이상으로 높은 고위험군에서는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를 탁산 기반 요법에 추가했을 때 5년 원격재발 없는 생존율이 96.1%로, 추가하지 않은 그룹의 91.0%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무원격재발생존율 역시 95.4% 대 89.8%로 차이를 보였고, 전체생존율에서도 개선 경향이 관찰됐습니다. 이 효과는 재발점수가 높아질수록 더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9] 즉 유전자 검사 점수가 항암제 종류를 더할지 결정하는 데 실제로 참고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HER2 양성 유방암의 확장 표적치료
HER2 양성 유방암은 표적치료 발전이 특히 빠른 영역입니다. 트라스투주맙 기반 보조요법을 마친 환자를 대상으로, 이후 1년간 경구 표적치료제인 네라티닙을 추가로 복용한 그룹과 위약 그룹을 비교한 3상 임상시험의 5년 추적 결과, 침습성 무병생존율이 네라티닙군 90.2%, 위약군 87.7%로 나타나 재발이나 사망 위험이 약 27%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위험비 0.73).[7] 다만 설사가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보고되었으며, 예방적 관리 없이는 상당수 환자가 고등급 설사를 겪었다는 점도 함께 확인됐습니다.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저울질해야 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예측 모델의 힘과 한계
진료실에서 자주 언급되는 각종 "예후 계산기"나 위험도 예측 모델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요. 유방암 예후 모델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한 리뷰는 4,095건의 문헌 중 96편의 논문을 선별해, 사망을 예측하는 모델 28개와 재발을 예측하는 모델 23개를 포함한 총 58개의 예후 모델을 확인했습니다. 이 모델들은 대체로 개발에 사용된 코호트 안에서는 좋은 성능을 보였지만, 개발 집단과 다른 독립적인 인구집단, 특히 고위험군이거나 매우 젊거나 고령인 환자들에게 적용했을 때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2] 예측 모델이 제시하는 숫자는 참고할 만한 정보이지만, 그 숫자 하나로 개인의 미래를 단정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재발 위험이 높다는 결과를 받으면 반드시 항암치료를 더 받아야 하나요?
A. 재발 위험도는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참고하는 여러 정보 중 하나입니다. 위험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더라도 어떤 치료를 추가할지, 혹은 추가하지 않을지는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 환자의 전신 상태와 선호까지 함께 고려해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할 문제입니다.
Q. 유전자 검사(재발점수) 결과는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나요?
A. 아닙니다. 이 글에서 다룬 재발점수 관련 연구는 특정 조건, 즉 림프절 전이가 없고 호르몬수용체 양성·HER2 음성인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아형이나 병기가 다르면 같은 검사 결과라도 해석과 활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종양 크기와 림프절 상태만 알면 예후를 다 알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종양 크기와 림프절 상태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예후 인자이지만, 등급이나 증식지표, 수용체 상태, 유전체 아형 같은 정보가 더해지면 같은 병기 안에서도 위험도가 세분화될 수 있습니다. 어느 한 지표만으로 전체 그림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Q. 방사선치료 범위는 왜 환자마다 다른가요?
A. 방사선치료의 범위와 필요성은 수술 방식, 림프절 침범 여부,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 그 밖의 위험 요인 조합에 따라 달라집니다. 최근 연구들은 항암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인 일부 환자에게는 방사선 범위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어, 일률적인 기준보다는 개별화된 판단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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