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Francés · 소도시 가이드
Espinal 에스피날
오리손에서 피레네 정상을 넘어 론세스바예스와 부르게테를 지나 도착하는 나바라의 순례길 거점 마을. 숙소와 식사가 있는 하루 구간의 종착지다.
- 스페인 · 나바라
- 론세스바예스 · 6.4km
- 부르게테 경유 · 국경 통과

01
개요
오리손에서 출발한 순례자는 벤타르트 고개와 프랑스·스페인 국경, 롤랑의 샘을 지나 피레네에서 가장 높은 레포에데르 고개(약 1,430m)를 넘는다. 이후 너도밤나무 숲을 내려와 론세스바예스, 부르게테를 차례로 지나 에스피날에 닿는다. 나바라주 에로(Erro) 자치체에 속한 이 마을은 해발 871m, 인구 236명(2024년 1월 기준, INE 발표)의 작은 콘세호다.
에스피날은 원래 마을 이름이 아니라 나바라 왕 테오발도 2세가 순례길을 따라 새로 세운 정착지였다. 창건 연도는 자료마다 갈린다. 스페인어 위키백과는 1262년으로 적고, 순례길 숙소 안내 사이트는 1269년 10월 25일로 적는다. 피레네를 넘느라 지친 순례자가 팜플로나로 향하기 전에 쉬고 보급할 곳을 두려는 목적이었다는 설명은 두 자료가 같다.
바스크어 이름은 아우리스베리(Aurizberri)이고 공식 명칭은 아우리스베리/에스피날(Aurizberri/Espinal)이다. 아우리스베리는 말 그대로 '새 아우리츠'라는 뜻으로, 아우리츠는 3.7km 앞에 있는 부르게테의 바스크어 이름이다. 즉 이 마을의 이름 자체가 부르게테의 새 마을이라는 뜻이다. 스페인어 이름 에스피날은 이 땅이 론세스바예스 수도원·병원 소유였을 때의 지명에서 왔다.
에스피날은 에로 계곡에서 가장 큰 마을로, 계곡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여기에 산다. 1794년 대프랑스 전쟁 때 프랑스군에 의해 마을이 불탄 기록이 있다.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가 순례길과 겹쳐, 오늘도 숙소와 바가 도로변에 늘어서 있다.

오리손에서 에스피날까지는 약 24~25km, 표고차 1,200m 이상을 오르내리는 하루 구간이다.
02
가는 법
오리손에서 에스피날까지는 도보가 사실상 유일한 순례 경로다. 오리손(생장피에드포르에서 약 7.5km) 이후에도 계속 오르막이 이어져, 론세스바예스까지 표고 1,430m의 레포에데르 고개를 넘어야 한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 전체 구간은 약 24.5~25.7km, 누적 상승고도는 1,200m를 넘는다. 이 나폴레온 루트는 11월 1일부터 이듬해 3월 31일까지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며, 이 기간에는 발카를로스(Valcarlos) 우회로 이용이 의무다. 위반 시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안내가 있다(에로스키 컨수머, 2026년 5월 확인).

레포에데르 고개에서 론세스바예스로 내려가는 길은 두 갈래다. 왼쪽은 돈시몬산 너도밤나무 숲을 곧장 파고드는 3.6km 직등 하산로로 거리가 짧은 대신 초반 경사가 가파르다. 오른쪽은 아스팔트 임도로 이바녜타 고개를 거쳐 도는 길로, 400m쯤 더 길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중세 순례자에게 종을 울려 길을 알려주던 산 살바도르 예배당을 지난다. 현재 공식 권장 경로는 이바녜타 쪽이며, 비가 오거나 안개가 짙은 날에는 직등 하산로를 피하라는 안내가 붙는다.
물은 미리 챙기는 편이 낫다. 오리손을 떠난 뒤 론세스바예스에 닿을 때까지 능선에서 만나는 샘은 롤랑의 샘 한 곳뿐이다.
론세스바예스에서 에스피날까지는 부르게테를 거쳐 약 6.4~6.5km, 평탄한 초지와 숲길이 이어진다. 짐을 옮기거나 이 구간만 이동하려는 경우, 팜플로나와 론세스바예스를 잇는 아르티에다(Artieda) 노선버스가 에스피날에 정차한다. 이 버스는 팜플로나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라라소냐·주비리를 거쳐 부르게테·에스피날·론세스바예스까지 운행하며,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03
둘러볼 곳
오리손과 에스피날 사이에는 순례길에서 손꼽히는 지점들이 몰려 있다. 국경을 넘는다는 감각이 뚜렷한 구간이자, 하루 만에 피레네의 정상과 옛 전설의 무대를 함께 지나는 구간이다.

- 01비에르주(Vierge d'Orisson)
오리손을 지나 약 4km 지점, 바위 능선 위에 놓인 비아코리 성모상(Virgen de Biakorri). 순례자들이 남긴 꽃과 조가비, 십자가로 장식돼 있다.
- 02벤타르트 고개
표고 1,337m의 콜 드 벤타르트. 구간 시작점에서 약 16.7km 지점이다. 목초지가 펼쳐지는 이 일대에서 양 떼와 말이 방목된다.
- 03프랑스·스페인 국경
벤타르트 인근에서 국경을 넘는다. 검문소 없이 경계석 하나로 표시된 조용한 통과 지점이다.
- 04롤랑의 샘
퐁텐 드 롤랑(Fontaine de Roland). 벤타르트 고개 비탈 아래, 구간 16.5km 지점에 있다. 778년 바스콘족이 카롤루스 대제의 군대를 무찌른 사건을 기린 샘으로, 능선 구간에서 만나는 유일한 급수 지점이다.
- 05레포에데르 고개
표고 1,430m, 이 구간의 최고점. 이름은 바스크어로 '아름다운 고개'라는 뜻이다. 로마 시대부터 쓰이던 통로가 중세에 순례길로 편입됐다. 여기서 하산로가 두 갈래로 갈린다.
- 06론세스바예스(Orreaga)
778년 롤랑 전설의 무대이자 고딕 양식 레알 콜레히아타가 있는 순례길 공식 관문. 순례자 미사와 축복이 매일 열린다. 평일 20:00, 토·일·공휴일과 그 전날 18:00, 겨울철 평일은 19:00으로 앞당겨진다(2026년 8월 확인).
- 07소르히나리차가 숲
론세스바예스와 부르게테 사이의 너도밤나무·떡갈나무 숲. '마녀의 떡갈나무 숲'이라 불린다. 16세기 마녀재판으로 아홉 명이 화형당한 곳이며, 그 자리를 정화한다는 뜻으로 흰 십자가가 세워졌다. 1880년까지 두 마을을 잇는 주 통행로였다.
- 08부르게테(Auritz)
헤밍웨이가 1924·1925년에 묵으며 이라티강 송어 낚시를 즐긴 바스크 마을. 그가 머문 오스탈 부르게테는 지금도 도로변에서 영업한다.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도 등장한다.
- 09에스피날 산 바르톨로메 성당
1959~1961년에 칸디도 아예스타란·하비에르 에스파르사 설계로 새로 지은 본당. 슬레이트 지붕과 뾰족한 채광창, 본채에서 떨어져 선 종탑이 눈에 띈다. 이전 성당은 1881년 8월 화재로 소실됐다.
- 10야외 석비 전시
마을이 되찾아 모아 둔 17~18세기 원반형 묘비 25기를 야외에 늘어놓았다. 바스크 지방 특유의 디스코이달 스텔라다.









저녁에 신발을 벗으니 뒤꿈치에 물집이 잡혀 있었다. 아들의 발도 같았다. 서로의 발을 들여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걸었다.
04
먹거리와 숙소
에스피날 자체에도 순례자용 알베르게와 식당이 있다. 계절에 따라 문을 여는 곳이 세 군데다. 마을 중심의 이루고이에네아(Irugoienea)는 2013년 문을 연 사설 알베르게로, 침대는 1인당 15~18€, 2~3인실은 70~113€ 선이다(alberguescaminosantiago.com, 2026년 8월 확인). 아이세아(Haizea)는 알베르게와 오스탈을 겸하며 21베드에 15~18€, 부속 식당에서 지역 식재료로 만든 메뉴를 낸다. 마을 어귀 우로비 캠핑장 알베르게는 36베드에 14.80€로 셋 중 가장 싸다(같은 출처, 2026년 8월 확인).


식사는 마을 안 바르-레스타우란테 아이세아, 마을 어귀 우로비 캠핑장의 바라체 하테체아(Baratze Jatetxea)에서 해결할 수 있다. 조금 걸어 부르게테까지 가면 오스탈-레스타우란테 로이수(Loizu)가 있는데, 순례자 메뉴가 15€ 안팎이며 구글·부킹 리뷰를 종합해 840건 이상, 평점 4.2/5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다(2026년 6월 확인). 론세스바예스 콜레히아타 입장료가 부담스럽지 않은 것처럼, 이 구간의 식사비도 순례길 평균(메뉴 델 디아 10~20€) 범위에 든다.
트루차 아 라 나바라(하몬을 채운 송어구이) · Wikimedia Commons, CC BY-SA
론칼 DOP 양젖 치즈 · Wikimedia Commons, CC BY-SA
05
실용 정보
이 구간에서 가장 붐비는 시설은 론세스바예스의 레알 콜레히아타다. 성당 자체는 입장료 없이 매일 볼 수 있지만, 회랑·박물관·산티아고 성당을 포함한 전체 관람은 유료다.
에스피날에는 식품점과 빵집, 바-레스토랑, 안내소, 공중전화가 있다. 반대로 현금인출기(ATM)와 약국, 진료소, 장비 수리점, 정육점은 없다. 현금과 상비약은 부르게테나 론세스바예스, 혹은 그 전에 미리 준비하는 편이 낫다(alberguescaminosantiago.com, 2026년 8월 확인).

- 행정구역
- 나바라주 에로(Erro) 자치체 소속 콘세호
- 해발고도
- 871m
- 산티아고까지
- 약 738km(alberguescaminosantiago.com, 2026년 8월 확인)
- 마을 시설
- 식품점 · 빵집 · 바-레스토랑 · 안내소 있음 / ATM · 약국 · 진료소 없음
- 순례자 미사
- 론세스바예스 콜레히아타, 평일 20:00 · 토·일·공휴일 18:00 · 겨울 평일 19:00(2026년 8월 확인)
- 비상 연락
- 롤랑의 샘 · 이산도레 대피소 · 레포에데르 세 곳에 112 직통 HELPoint
- 마을 축일
- 8월 24일 산 바르톨로메 축일
- 다음 마을
- 라라소냐(Larrasoaña) — 경유지는 다음 편에서 다룬다
- 콜레히아타 입장료
- 일반 6.00€ · 6~12세 3.00€ · 6세 미만 무료 · 65세 이상·학생 등 5.00€ · 론세스바예스 숙박 순례자 4.00€(roncesvalles.es, 2026년 8월 확인)
- 성당 무료 관람
- 매일 08:00~18:00, 종교 예식 시간 제외(visitaroncesvalles.blogspot.com, 2026년 8월 확인)
- 나폴레온 루트
- 11월 1일~3월 31일 폐쇄, 발카를로스 우회 의무(consumer.es, 2026년 5월 확인)
| 시설 | 월~금 | 토 | 일·공휴일 |
|---|---|---|---|
| 콜레히아타 매표소 | 10:00~14:00 / 15:00~18:00 | 10:00~14:00 / 15:00~18:00 | 10:00~14:00 / 15:00~18:00 |
| 성당(무료 입장) | 08:00~18:00 | 08:00~18:00 | 08:00~18:00 |
| 팜플로나↔에스피날 버스 | 운행 | 운행(시간 다름) | 휴무 |
| 에스피날 알베르게 체크인 | 오후부터 | 오후부터 | 확인 필요 |
3월 23일 이후 콜레히아타 오후 매표는 15:30~19:00으로 조정된다(visitaroncesvalles.blogspot.com, 2026년 8월 확인). 당일 시간은 계절과 종교 행사에 따라 다를 수 있다.
06
마무리

피레네를 넘은 날은 숫자로 남는다. 25km, 9시간 5분, 1,484m. 숫자는 왜 넘었는지를 말해 주지 않는다. 우리는 아내의 회복을 빌며 이 산을 넘었고, 넘고 나서도 40일을 더 걸었다.
오리손에서 에스피날까지는 피레네의 정상을 넘고 국경을 지나는, 프랑스길 전체에서 가장 상징적인 하루다. 레포에데르에서 내려와 론세스바예스의 콜레히아타를 지나면 긴장은 한풀 꺾이고, 부르게테와 에스피날의 평탄한 초지 길이 하루를 마무리해 준다. 다음 구간은 에스피날에서 라라소냐(Larrasoaña)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