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모니터링 — 종양표지자와 영상, 무엇을 믿고 무엇을 과신하지 말아야 하나
CA 15-3·CEA부터 PET/CT, ctDNA 액체생검까지 — 검사 수단 각각의 근거와 한계를 정리합니다.
- 종양표지자(CA 15-3, CEA)란 무엇인가
- 왜 단독으로는 신뢰하기 어려운가
- 무증상 정기 전신영상, 왜 권고되지 않는가
- 증상 기반 접근과 정기 진찰·유방촬영의 위치
- ctDNA(액체생검) — 가능성과 현재의 한계
- 자주 묻는 질문
종양표지자(CA 15-3, CEA)란 무엇인가
CA 15-3은 유방암 세포에서 흔히 과발현되는 MUC1이라는 막단백질의 조각이 혈중으로 흘러나온 것을 측정하는 표지자입니다. CEA(carcinoembryonic antigen)는 원래 대장암 등 여러 상피성 암에서 함께 쓰이는 표지자로, 유방암에서는 CA 15-3과 함께 병용 측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표지자 모두 "암세포가 있으면 반드시 오른다"는 검사가 아니라, 종양의 크기·아형·전이 부담에 따라 오르내리는 정도가 크게 달라지는 간접 지표에 가깝습니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 반응 모니터링에서의 역할
이미 전이가 확인된 환자에서 항암·내분비 치료에 반응하는지를 볼 때는, 영상검사와 함께 CA 15-3·CEA의 추세를 참고 지표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풀베스트란트 치료를 받은 전이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질병이 진행하기 몇 달 전부터 두 표지자가 유의하게 상승하는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다만 이는 "이미 전이가 있는 상태에서 치료 반응을 참고하는 용도"이며, 이번 글의 주제인 "무증상 상태에서 재발을 조기에 찾아내는 용도"와는 전제가 다릅니다.
왜 단독으로는 신뢰하기 어려운가
초기 유방암 치료를 마친 뒤 무증상 상태에서 CA 15-3·CEA를 정기적으로 재는 것에 대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권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997년 발표된 ASCO 유방암 추적관찰 지침에서는 병력 청취와 진찰, 유방촬영은 근거가 충분하다고 명시한 반면, 정기 골스캔·흉부영상·혈액검사·종양표지자(CEA, CA 15-3)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분명히 구분했습니다. 이후 2006~2007년 개정에서도 특별한 임상 소견 없이 이 표지자들을 검사하는 것은 권고되지 않는다는 방침이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표지자 수치가 오르내려도 그것이 실제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즉 표지자로 재발을 몇 달 더 일찍 알게 되더라도, 그 시점에 치료를 시작한다고 해서 결과(전체 생존)가 달라진다는 무작위 비교 연구 근거가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기에 위양성·위음성 문제까지 겹칩니다.
정확도 측면에서도 한계가 뚜렷합니다. CA 15-3과 CEA를 함께 사용해 원격 재발을 찾아내는 연구들을 종합하면 특이도는 86~99% 수준으로 비교적 높지만, 민감도는 64~71% 정도에 그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즉 실제로 재발이 있어도 표지자가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고, 반대로 표지자가 올랐다고 해서 곧바로 재발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염증, 간 질환, 양성 종양 등 다른 원인으로도 상승할 수 있어 위양성이 불필요한 추가 검사와 불안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정리하면, 종양표지자는 이미 재발이 의심되거나 전이가 확인된 상황에서 치료 반응을 함께 지켜보는 보조 지표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정기적으로 재발 여부를 "선별"하는 검사로는 국제 학회 차원에서 권고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무증상 정기 전신영상, 왜 권고되지 않는가
PET/CT, 뼈스캔, 간초음파, 흉부 CT 같은 전신영상을 증상 없이 정기적으로 받으면 재발을 더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은 이미 1990년대에 대규모 무작위 비교연구로 검증된 바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1기~3기 유방암 환자 1,320명을 집중 감시군(정기 진찰과 함께 뼈스캔·간초음파·흉부 X-선·혈액검사를 정해진 간격으로 시행)과 대조군(같은 빈도로 진찰만 받고, 임상적으로 필요할 때만 검사)으로 무작위 배정했습니다. 두 군 모두 매년 유방촬영은 동일하게 받았습니다. 71개월 추적 결과, 전체 생존율은 집중 감시군 20% 사망, 대조군 18% 사망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재발을 발견하는 시점에도 두 군 간 차이가 없었습니다. 삶의 질 지표(정서적 안녕, 신체상, 사회적 기능, 치료 만족도 등)에서도 차이가 없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이탈리아 국가연구위원회(Del Turco 등)가 진행한 또 다른 무작위 비교연구(1,243명)에서도 뼈스캔·흉부 X-선을 포함한 집중 추적과 통상 추적 사이에 생존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이어졌습니다. 이후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들도 같은 결론을 반복해서 확인했습니다. 현재 주요 진료 지침들이 무증상 환자에서 정기 전신영상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 근거는 바로 이 무작위 연구들입니다.
실제로 이런 문제 제기가 있습니다. 한 후향적 연구는 최신 영상 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집중 감시군이 오히려 무진행 생존기간은 짧고 전체 생존은 더 나쁘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는데, 저자들은 이를 "더 일찍 찾았지만 결과가 좋아졌다는 뜻이 아니라, 조기 발견 이후 독성이 있는 치료를 더 오래 받게 될 위험"으로 해석했습니다. 다만 이는 후향적 관찰연구로, 앞서의 무작위 비교연구만큼 근거 수준이 높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더 자주, 더 정밀하게 찍을수록 좋다"는 직관이 실제 임상 이득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는 방향은 일관됩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증상이 생겼을 때" 필요한 영상검사를 미루라는 뜻이 아닙니다. 위 연구들이 말하는 것은 "증상이 없는데도 정해진 일정표에 따라 전신을 훑는 검사"의 이득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며, 뼈 통증이나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 지속되는 기침 등 구체적인 증상이 있을 때는 그에 맞춘 영상검사가 당연히 필요합니다.
증상 기반 접근과 정기 진찰·유방촬영의 위치
그렇다면 실제로 근거가 뒷받침하는 추적관찰은 무엇일까요. ASCO 지침이 일관되게 강조해 온 것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 정기적인 병력 청취와 진찰 — 치료 후 첫 몇 년은 3~6개월 간격, 이후 점차 간격을 늘려 연 1회로
- 매년 유방촬영(mammography) — 보존된 쪽 유방과 반대쪽 유방 모두, 국소 재발이나 새로운 원발암을 찾기 위한 목적
- 환자 스스로의 증상 인지와 신고 — 새로운 통증, 덩어리, 호흡곤란,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나면 그에 맞춘 검사로 연결
즉 근거 중심의 추적관찰은 "폭넓게 자주 찍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간격의 진찰과 유방촬영 + 증상이 생기면 그에 맞춘 정밀검사"라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이 접근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앞서 본 무작위 연구들이 뒷받침하는 방식은 현재로서는 이쪽입니다.
ctDNA(액체생검) — 가능성과 현재의 한계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영역은 혈액 속 순환종양DNA(circulating tumor DNA, ctDNA)를 이용한 액체생검입니다. 수술로 눈에 보이는 종양을 제거해도 극소량의 암세포가 남아 있으면(분자 잔존질환, MRD) 혈중에서 그 세포 유래 DNA 조각을 검출할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고위험 초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초고감도 ctDNA 검사를 시행한 연구에서, 이후 재발한 환자 11명 전원이 임상적 재발보다 먼저 ctDNA 양성 소견을 보였습니다. 임상 재발까지의 중앙 선행시간(lead time)은 15개월이었고, 가장 길게는 41개월 앞서 검출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추적 기간 동안 ctDNA가 계속 음성으로 유지된 환자군(60명)에서는 재발이 한 건도 없었습니다.
비슷하게, 호르몬양성·HER2음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Lipsyc-Sharf 등의 연구에서는 1차 치료 종료 5년 시점에 약 10%가 ctDNA 양성이었고, 이 중 다수가 이후 실제 전이로 진행했으며 ctDNA 검출부터 영상으로 전이가 확인되기까지 중앙값 약 12개월의 시차가 있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삼중음성유방암을 대상으로 한 c-TRAK TN 임상시험 등도 ctDNA 추적을 통해 분자 잔존질환을 발견하고 개입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GIVIO 연구가 남긴 질문과 똑같습니다 — "더 일찍 아는 것"과 "결과가 좋아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ctDNA로 재발을 몇 달~몇 년 앞서 예측할 수 있다는 근거는 쌓이고 있지만, 그 시점에 조기 개입했을 때 실제로 생존이 향상되는지를 증명한 대규모 무작위 비교연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한 SURVIVE 연구(독일, NCT05658172) 등 3상 무작위 비교시험이 현재 진행 중이며, 2025년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에서도 관련 중간 데이터가 발표되는 등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단계입니다.
정리하면 ctDNA는 "재발을 예측하는 능력" 자체는 상당히 인상적인 연구 결과들이 쌓이고 있지만, "그래서 언제 개입해야 하는지, 조기 개입이 실제로 이득인지"는 아직 임상시험으로 확립되지 않은 연구 단계의 기술입니다. 진료 현장에서 일상적인 재발 감시 검사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검사를 많이 받을수록 안전하다"는 직관은 자연스럽지만, 근거는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정기 전신영상과 표지자 검사는 위양성으로 인한 불안, 추가 침습적 검사, 방사선 노출, 의료비 부담이라는 실질적 비용을 동반합니다. 반대로 증상이 나타났을 때 검사를 미루라는 뜻도 아닙니다. 핵심은 "무증상 상태에서의 정기적 전신 선별검사"와 "증상 발생 시의 표적 검사"를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 The GIVIO Investigators. Impact of follow-up testing on survival and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in breast cancer patients: a multicenter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AMA. 1994;271(20):1587-1592.
- Rosselli Del Turco M, Palli D, et al. Intensive diagnostic follow-up after treatment of primary breast cancer. A randomized trial. National Research Council Project on Breast Cancer Follow-up. JAMA. 1994;271(20):1593-1597.
- Recommended breast cancer surveillance guidelines.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J Clin Oncol. 1997;15(5):2149-2156.
- Moschetti I, et al. Follow-up strategies for women treated for early breast cancer.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6;(5):CD001768.
- Bartsch R, Wenzel C, et al. Prognostic value of monitoring tumour markers CA 15-3 and CEA during fulvestrant treatment. BMC Cancer. 2006;6:81.
- Garcia-Murillas I, Cutts RJ, et al. Longitudinal monitoring of circulating tumor DNA to detect relapse early and predict outcome in early breast cancer. 2024 ASCO Annual Meeting, Abstract 1010.
- SURVIVE study protocol (NCT05658172). Reevaluating follow-up in early breast cancer guided by liquid biopsy: phase III trial comparing liquid biopsy-guided vs standard-of-care surveill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