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과 유전성 유방암 — 전체의 몇 %인가
"가족력이 있다"와 "유전자 변이가 있다"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산발성·가족성·유전성의 구분과 각각의 비율을 국내외 자료로 정리합니다.
- 산발성·가족성·유전성 — 세 가지 범주와 대략적 비율
- BRCA1/2와 기타 유전자의 기여도
- 가족력의 위험 정량화 — 1도 친척 수에 따른 상대위험
- 유전자 검사 대상 기준과 한국의 통계
- 자주 묻는 질문
산발성·가족성·유전성 — 세 가지 범주와 대략적 비율
유방암은 흔히 세 범주로 나뉩니다. 산발성(sporadic)은 특별한 가족력이나 유전적 소인 없이 발생하는 경우로 전체의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가족성(familial)은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어 위험이 높아진 경우지만, 특정 원인 유전자가 확인되지는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유전성(hereditary)은 BRCA1/2 등 병원성 유전자 변이가 실제로 확인된 경우로, 세 범주 중 가장 좁은 개념입니다.
여러 동료심사 문헌을 종합하면, 전체 유방암 중 유전성으로 분류되는 비율은 대략 5~10% 수준으로 일관되게 보고됩니다. 즉 유방암을 진단받은 사람 100명 중 유전자 변이가 원인으로 확인되는 경우는 10명 이하이고, 나머지 90% 이상은 산발성이거나 특정 원인 유전자가 밝혀지지 않은 가족성 범주에 속합니다.
"가족력이 있다"는 것은 위험 요인이 높다는 신호일 뿐, 그 자체로 유전성 유방암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가족 구성원이 여럿이거나, 생활습관·환경 요인을 공유하거나, 우연이 겹치는 경우도 가족력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족력이 뚜렷하지 않아도 개인에게서 병원성 변이가 새로 발생(de novo)했거나 우연히 유전자 검사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BRCA1/2와 기타 유전자의 기여도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 유전자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BRCA1과 BRCA2입니다. 문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전체 유방암의 약 5%가 BRCA1/2 변이에 직접 기인한다는 보고가 있고, 유전성 위험 전체 중에서는 BRCA1/2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 내외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나머지 유전성 위험은 PALB2, TP53(리-프라우메니 증후군), PTEN(카우덴 증후군), STK11(포이츠-예거스 증후군), CDH1, ATM, CHEK2 등 여러 유전자가 나누어 설명합니다.
BRCA 변이 자체의 인구집단 내 빈도도 참고할 만합니다. 일반 인구에서 BRCA1/2 병원성 변이 보유율은 대략 400명 중 1명 수준으로 보고되며, 아슈케나지 유대인 인구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40명 중 1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변이를 보유한 경우의 평생 유방암 발생 위험은 서구 코호트 기준으로 BRCA1 약 72%, BRCA2 약 69% 수준으로 보고됩니다.
BRCA 변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유방암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위 수치는 "평생 동안 발생할 확률"이며, 국내 KOHBRA 연구에서도 변이 보유자 간 누적 발생률의 편차가 최소 11%에서 최대 98%까지 크게 벌어진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즉 같은 변이를 가져도 실제 위험은 다른 유전적·환경적 요인에 따라 개인차가 상당합니다.
고침투도 유전자와 중등도침투도 유전자
유전성 유방암 관련 유전자는 흔히 위험을 얼마나 크게 높이는지에 따라 나뉩니다. BRCA1, BRCA2, TP53, STK11, CDH1은 고침투도(high-penetrance) 유전자로 분류되며, 변이 보유 시 평생 위험이 크게(수십 % 단위로) 상승합니다. 반면 ATM, CHEK2, PALB2, RAD51C, RAD51D, BARD1 등은 중등도침투도(moderate-penetrance) 유전자로 분류되며, 위험 상승 폭은 고침투도 유전자보다 작지만 여전히 일반 인구보다는 뚜렷하게 높은 위험을 부여합니다. BRCA1은 DNA 손상을 복구하는 상동재조합(homologous recombination) 과정에, BRCA2는 RAD51 단백질을 통한 복구 과정에 관여하는데, 이 기능이 변이로 손상되면 세포가 DNA 손상을 정확히 고치지 못해 암 발생 위험이 누적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가족력의 위험 정량화 — 1도 친척 수에 따른 상대위험
가족력이 위험을 얼마나 높이는지를 가장 큰 규모로 정량화한 자료는 2001년 Lancet에 발표된 Collaborative Group on Hormonal Factors in Breast Cancer의 재분석 연구입니다. 52개 역학연구, 유방암 환자 58,209명과 대조군 101,986명의 개인 데이터를 통합 분석했습니다.
어머니·자매·딸 등 1도 친척 중 유방암 병력이 있는 사람 수에 따라 상대위험(RR)을 산출한 결과, 1도 친척이 없는 경우 대비 1명 있는 경우 RR 1.80, 2명 있는 경우 RR 2.93, 3명 이상인 경우 RR 3.90으로 보고되었습니다(각각 p<0.0001). 80세까지의 누적 발생률로 환산하면 1도 친척이 0명일 때 약 7.8%, 1명일 때 약 13.3%, 2명일 때 약 21.1%로 추정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또한 가족력으로 인한 위험 증가가 젊은 나이일수록, 그리고 발병한 친척의 나이가 어릴수록 더 크다는 패턴도 함께 보고했습니다. 즉 같은 "1도 친척 1명 발병"이라도 그 친척이 폐경 전 이른 나이에 발병했다면 위험은 평균보다 더 높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도 친척과 복합 가족력
1도 친척(부모·자매·자녀)뿐 아니라 2도 친척(조모·이모·고모 등)의 가족력도 위험에 함께 반영됩니다. 스웨덴 가족-암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1도·2도 친척 가족력이 모두 위험 상승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으며, 1도 친척 중 2명 이상이 유방암을 앓은 경우 상대위험이 최소 2.8배까지 상승하고, 이 관계는 유전 요인들이 서로 더해지는(additive) 양상과 부합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즉 가족력을 평가할 때는 몇 촌인지뿐 아니라 몇 명이 발병했는지, 몇 세에 발병했는지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전자 검사 대상 기준과 한국의 통계
미국 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은 유전 상담·검사가 필요한 대상을 정기적으로 개정된 기준으로 제시합니다. 최근 개정판(2024~2025년 버전)에서는 발병 연령 기준을 완화하고(과거 45세 이하 → 50세 이하 등), 췌장암·전이성/고등급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포함하는 등 대상 범위를 점차 넓혀 왔습니다. 공통적으로 반영되는 원칙은 이른 발병 나이, 다발성·양측성 유방암, 삼중음성 유방암, 남성 유방암, 난소암 동반, 다수의 근친 발병력 등이 있을 때 유전자 검사를 권고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유방암학회가 주도한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Korean Hereditary Breast Cancer Study, KOHBRA)는 2007~2013년 전국 36개 병원에서 유전성 유방암 고위험군 환자와 가족 3,0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코호트 중 유방암 환자 2,526명을 분석한 결과 16.5%(418명)에서 BRCA1/2 변이가 확인되었고, 가족력이 없는 고위험군 환자 1,242명 중에서도 약 9.3%(115명)에서 변이가 발견되었습니다. 40세 이전 발병 환자 중에서는 7.6%에서 변이가 확인되었습니다.
KOHBRA 연구의 16.5%라는 수치는 전체 유방암 환자를 무작위로 뽑은 집단이 아니라, 이미 이른 발병·가족력·다발성 등 위험 요인으로 선별되어 유전자 검사를 받으러 온 고위험군 코호트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따라서 이 숫자를 "한국 유방암 환자 전체의 16.5%가 유전성"이라고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전체 유방암 환자 중 유전성 비율은 앞서 언급한 5~10% 범위에 가깝고, KOHBRA 수치는 "검사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 사람들 중에서의 양성률"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 Collaborative Group on Hormonal Factors in Breast Cancer. Familial breast cancer: collaborative reanalysis of individual data from 52 epidemiological studies including 58,209 women with breast cancer and 101,986 women without the disease. Lancet. 2001;358(9291):1389-1399.
- Risk of breast cancer in families of multiple affected women and men. Breast Cancer Res Treat. (Swedish Family-Cancer Database 기반 1도·2도 친척 위험도 분석)
- Sokolova A, et al. Hereditary breast cancer: syndromes, tumour pathology and molecular testing. Histopathology. 2023.
- Surgical and Systemic Treatment of Hereditary Breast Cancer: A Mini-Review With a Focus on BRCA1 and BRCA2 Mutations. (BRCA 변이 인구 빈도·평생위험 정리)
- NCCN Guidelines® Insights: Genetic/Familial High-Risk Assessment: Breast, Ovarian, and Pancreatic, Version 2.2024 / Version 1.2025.
- 한국유방암학회.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Korean Hereditary Breast Cancer Study, KOHBRA) 결과 발표, 2013.
- 박보영 연구팀(국립암센터) 외. KOHBRA 코호트 기반 BRCA1/2 보인자 연령별 누적 유방암 발생 위험 분석, 한국유방암학회 발표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