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기와 검사지 읽는 법 — T, N, M부터 등급·바이오마커까지
병리 보고서의 암호 같은 기호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차근차근
① 유방암 병기는 TNM 체계로 정해지며, T는 종양 크기, N은 림프절 전이, M은 원격 전이를 뜻하고, 이를 조합해 0기부터 4기까지로 나눕니다.
② 2018년부터 TNM에 조직학적 등급과 ER·PR·HER2 같은 바이오마커 정보가 더해져,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까지 반영하는 예후 병기가 쓰입니다.
③ 병기는 치료 결정을 돕는 지도일 뿐 개인의 미래를 확정하지 않으며, 검사지의 기호를 이해하면 자신의 상황을 더 능동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왜 이걸 알아야 했나 — 우리 집 이야기
- 개념 정리 — TNM이라는 공통 언어
- 원리·기전 — T, N, M 각각이 뜻하는 것
- 검사·진단 관점 — 등급·바이오마커와 병기의 결합
- 최신 근거와 기준 (2018~2026)
- 보호자·환자 관점 — 실생활에서 의미
- 흔한 오해 5가지
- 정리 — 우리 집 결론
왜 이걸 알아야 했나 — 우리 집 이야기
이 글은 2순위 시리즈의 마지막 글입니다. 통계에서 시작해 재발, 생활습관, 식이, 부작용, 치료 개요를 거쳐, 이제 이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병기와 검사지 읽는 법에 이르렀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주제는 시리즈의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시리즈의 첫 글에서 저는 병리 결과지를 손에 들고 막막해했던 순간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막막함의 큰 부분은, 결과지에 적힌 pT1, pN0, M0 같은 암호 같은 기호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는 데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초기입니다"라고 설명해 주셨지만, 저는 그 "초기"라는 판단이 이 기호들에서 어떻게 나온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안도하기만 했습니다. 그때는 그 안도만으로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그 "초기"라는 말의 근거를 스스로 이해하고 싶어졌습니다. 근거를 아는 안도와 그저 전해 들은 안도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 이 시리즈를 쓰면서, 저는 이 기호들이 사실은 전 세계 의료진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정교한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TNM이라는 이 체계는 종양의 크기, 림프절 전이, 원격 전이라는 세 가지 정보를 조합해 병의 진행 정도를 표현하는 국제 표준입니다. 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마치 낯선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처음에는 알파벳과 숫자의 나열이 암호처럼 보였지만, 그 문법을 하나씩 익히자 각 기호가 명확한 의미를 가진 단어로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호들을 읽을 줄 알게 되니, 아내의 병리 보고서가 더 이상 암호가 아니라 아내의 상황을 정확히 알려주는 지도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도를 읽을 줄 알면 길을 잃지 않듯, 검사지를 읽을 줄 알게 되니 저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스스로 가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방암 병기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그리고 병리 보고서의 여러 기호들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정리해 보려 합니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글로, 지금까지 다룬 여러 지표들(ER, PR, HER2, Ki-67, 조직학적 등급 등)이 병기라는 하나의 그림으로 어떻게 통합되는지를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시리즈 전체를 매듭짓는 글이기도 합니다. 흩어져 있던 여러 지표들이 병기라는 하나의 종합 판단으로 모이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의 공부가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자신의 검사지를 읽을 줄 아는 것은, 이 병을 능동적으로 마주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글의 목적은 스스로 진단을 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담당의의 설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질문을 하기 위한 것임을 먼저 밝혀둡니다. 검사지를 읽는 능력은 담당의와의 소통을 돕는 도구이지, 결코 전문가의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념 정리 — TNM이라는 공통 언어
병기라는 개념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것을 표현하는 공통의 언어인 TNM을 알아야 합니다. 유방암 병기를 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체계가 TNM입니다. TNM은 세 글자의 약자로, T는 종양(Tumor)의 크기, N은 림프절(Node) 전이 여부와 정도, M은 원격 전이(Metastasis) 여부를 뜻합니다. 이 세 가지 정보를 각각 측정하고 조합하면, 그 종양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TNM 조합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0기부터 4기(로마 숫자로 0~IV)까지의 병기가 정해집니다. 0기는 제자리암처럼 아직 주변으로 침범하지 않은 비침습적 단계를, 4기는 멀리 떨어진 장기로 전이된 가장 진행된 단계를 뜻합니다. 이 체계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진단받든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임상 병기"와 "병리 병기"입니다. 임상 병기는 수술 전에 진찰, 영상검사, 조직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하는 병기로, 기호 앞에 c(clinical)를 붙여 cT, cN처럼 표기합니다. 병리 병기는 수술로 종양과 림프절을 제거해 현미경으로 직접 확인한 뒤 정하는 병기로, 앞에 p(pathologic)를 붙여 pT, pN처럼 표기합니다. 병리 병기가 더 정확한 정보를 담기 때문에 예후 판단에 더 중요하게 쓰입니다. 임상 병기는 수술 전에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이고, 병리 병기는 수술 후 실제로 확인한 가장 정확한 정보이므로, 두 병기가 서로 다르게 나오는 것은 오류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오히려 두 병기를 비교하면, 수술 전 예상과 실제 결과가 얼마나 일치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저희 아내의 결과지에 적혀 있던 pT1, pN0의 p가 바로 이 병리 병기를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은 알파벳 p 하나가, 이 정보가 수술로 직접 확인한 가장 정확한 정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수술 전에 항암치료 등 선행요법을 받은 경우에는 기호 앞에 y를 붙여 ypT, ypN처럼 표기해, 이 병기가 선행치료 이후에 측정된 것임을 나타냅니다. 이렇게 작은 알파벳 하나에도 그 병기가 언제, 어떻게 측정되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c는 임상(clinical), p는 병리(pathologic), y는 선행치료 이후(post-neoadjuvant)를 뜻하는 식으로, 각 접두어가 그 정보의 출처와 시점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런 표기 규칙을 알고 나니, 예전에는 그저 복잡해 보이던 기호들이 사실은 매우 체계적이고 정보가 풍부한 언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원리·기전 — T, N, M 각각이 뜻하는 것
이제 T, N, M 각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T는 종양의 크기와 침범 정도를 나타냅니다. Tis는 제자리암(상피내암)으로 아직 주변 조직을 침범하지 않은 0기 단계를 뜻하고, T1은 2cm 이하, T2는 2~5cm, T3은 5cm 초과, T4는 크기와 무관하게 피부나 흉벽을 침범한 경우를 뜻합니다. 여기서 제자리암이라는 개념이 중요한데, 이는 암세포가 원래 자리에 머물러 있고 아직 주변 조직으로 침범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침윤성 암과 달리 제자리암은 전이 위험이 매우 낮아, 대체로 예후가 좋습니다. 각 범주는 다시 T1a, T1b, T1c처럼 세부적으로 나뉘어 더 정밀한 크기 정보를 담습니다. 종양이 클수록 T 숫자가 커지고, 대체로 병기도 높아집니다. 저희 아내의 T1은 종양이 2cm 이하로 비교적 작다는 것을 의미했는데, 이 작은 크기가 "초기"라는 판단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였습니다.
Tis(제자리암), T1(2cm 이하), T2(2~5cm), T3(5cm 초과), T4(피부·흉벽 침범)로 나뉩니다.
N0(전이 없음)부터 N1, N2, N3까지 전이된 림프절의 개수와 위치에 따라 나뉩니다.
M0(원격 전이 없음)와 M1(원격 전이 있음)으로 나뉘며, M1이면 병기 4기입니다.
T, N, M을 조합하고 등급·바이오마커를 더해 0~4기의 최종 병기를 정합니다.
N은 림프절 전이의 정도를 나타냅니다. N0은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또는 아주 미세한 세포 무리만 있는 경우)를 뜻하고, 전이된 림프절의 개수와 위치에 따라 N1, N2, N3으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 N1은 겨드랑이 림프절 1~3개에 전이된 경우를 뜻하며, 아주 미세한 전이(미세전이)는 N1mi로 따로 표기합니다. N2는 4~9개, N3은 그 이상이거나 특정 위치의 림프절에 전이된 경우로, 숫자가 커질수록 전이 범위가 넓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림프절 전이의 정도를 세밀하게 나누는 것은, 그것이 예후와 치료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림프절 전이는 종양이 몸의 다른 곳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병기와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겨드랑이 림프절은 유방에서 나오는 림프액이 가장 먼저 거쳐 가는 곳이어서, 이곳에 전이가 있는지가 종양의 전신 확산 가능성을 가늠하는 첫 번째 관문이 됩니다. 앞선 진단 편에서 다룬 감시림프절생검이 바로 이 N 값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검사였습니다. 저희 아내의 pN0은 림프절 전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이 역시 좋은 신호였습니다.
M은 원격 전이 여부를 나타내며, 두 가지 값만 갖습니다. M0은 원격 전이가 없는 경우, M1은 뼈, 폐, 간, 뇌 등 멀리 떨어진 장기로 전이된 경우를 뜻합니다. M1이면 다른 T와 N 값에 관계없이 병기 4기(전이성 유방암)로 분류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둘 점은, M0은 항상 임상적 판단(cM0)이라는 것입니다. 원격 전이가 없다는 것을 병리적으로 완벽히 증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전이가 확인되지 않으면 M0으로 표기합니다. 저희 아내의 M0은, 검사에서 원격 전이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T1, N0, M0이라는 세 가지가 모두 양호했기에, 아내의 병기는 비교적 낮은 초기로 판정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세 기호를 하나씩 이해하고 나니, "초기"라는 담당의의 한마디 뒤에 이런 구체적인 근거들이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검사·진단 관점 — 등급·바이오마커와 병기의 결합
병기는 TNM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여기에 이 시리즈에서 다뤄 온 여러 지표가 결합되어 최종 병기가 완성됩니다. 과거에는 TNM 세 가지만으로 병기를 정했지만, 2018년부터는 여기에 조직학적 등급과 ER·PR·HER2 같은 바이오마커 정보가 더해졌습니다. 이렇게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까지 반영한 병기를 "예후 병기"라고 부르며, 현재 환자 진료에 우선적으로 쓰입니다. 조직학적 등급은 암세포가 정상 세포와 얼마나 다르게 생겼는지,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분열하는지를 1~3등급으로 나타내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더 공격적인 종양을 뜻합니다. 이 변화는 이 시리즈에서 계속 다뤄 온 아형 정보가 병기에까지 통합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첫 글부터 다뤄 온 ER, PR, HER2 같은 지표들이 단지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병기라는 종합 판단에까지 직접 반영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암합동위원회(AJCC)의 병기 체계는 종양 크기·림프절·원격 전이만 반영하는 해부학적 병기와, 여기에 조직학적 등급과 ER·PR·HER2 상태를 더한 예후 병기로 나뉩니다. 예후 병기가 환자 진료에 우선 사용되며, 일부 호르몬 양성·림프절 음성 초기 유방암에서는 다유전자 검사 결과가 병기 결정에 반영되기도 합니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같은 크기와 림프절 상태를 가진 종양이라도 그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큰 종양이라도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면서 등급이 낮으면, 작지만 삼중음성이고 등급이 높은 종양보다 오히려 예후가 좋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앞선 여러 글에서 다룬 아형의 중요성이 병기라는 최종 판단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크기라는 단순한 물리적 정보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종양의 진짜 성격을, 바이오마커 정보가 보완해 주는 것입니다. 이런 생물학적 차이를 병기에 반영함으로써, 병기가 예후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이 시리즈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해 온 "크기만으로는 알 수 없다, 생물학적 특성이 중요하다"는 원리가 병기 체계에까지 적용된 것입니다. 실제로 여러 자료에서 든 예를 보면, 큰 종양이라도 바이오마커가 양호하면 더 낮은 병기로, 작은 종양이라도 공격적이면 더 높은 병기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병기가 단순한 크기 측정을 넘어 종양의 진짜 성격을 반영하려는 노력의 결과입니다.
병리 보고서에는 이 밖에도 여러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암의 유형(침윤성 관암종, 침윤성 소엽암종 등), 절제 가장자리(마진)의 상태(암세포가 절제면에 닿아 있는지), 조직학적 등급, Ki-67 증식 지수 등이 그것입니다. 마진 상태는 특히 중요한데, 절제면에 암세포가 없는 "음성 마진"이 확인되어야 종양이 충분히 제거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절제면에 암세포가 닿아 있는 "양성 마진"이 확인되면, 추가 절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진 상태는 수술이 충분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이렇게 병리 보고서는 병기뿐 아니라 치료의 완전성과 종양의 성격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담은 종합 문서입니다. 저는 이 시리즈를 쓰면서 아내의 병리 보고서를 여러 번 다시 꺼내 보았는데, 처음에는 낯설던 각 항목이 이제는 저마다의 의미를 가진 정보로 읽히게 되었습니다. 암의 유형이 무엇인지, 마진은 깨끗한지, 등급과 증식 지수는 어떤지를 하나씩 확인하며, 아내의 종양이 어떤 성격인지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신 근거와 기준 (2018~2026)
병기 체계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보면, 유방암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깊어져 왔는지를 함께 엿볼 수 있습니다. 병기 체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근거에 맞춰 계속 개정되어 왔습니다. 최근의 흐름은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을 병기에 더 많이 반영하는 방향입니다.
2018년 시행된 AJCC 병기 체계 8판은 기존의 해부학적 TNM에 조직학적 등급과 ER·PR·HER2 바이오마커 상태를 결합한 예후 병기를 도입했습니다. 이로써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이 병기에 반영되어, 크기가 크더라도 생물학적으로 양호한 종양은 더 낮은 병기로, 작더라도 공격적인 종양은 더 높은 병기로 분류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4년과 2025년에 갱신된 여러 국제 지침(ESMO, NICE 등)과 TNM 분류 9판은 병기 판정과 그에 따른 치료·추적 관찰의 기준을 정교화했습니다. 특히 병기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치료와 추적 관찰 계획을 세우는 방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병기가 단순히 "얼마나 심각한가"를 나타내는 낙인이 아니라, 각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와 관리 계획을 세우기 위한 실용적인 도구로 쓰인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일부 호르몬 수용체 양성·림프절 음성 초기 유방암에서는 온코타입 DX 같은 다유전자 검사 결과가 예후 병기 결정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이는 종양의 여러 유전자 활성을 분석해 재발 위험을 점수로 나타내는 검사로, 특히 항암치료가 꼭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유전자 수준의 정보까지 병기에 통합된다는 것은, 병기가 얼마나 정밀해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유전자 수준의 정보까지 병기에 통합되는 정밀의학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검사가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피할 수 있는 환자를 가려내 과도한 치료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이 자료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방향은, 병기가 점점 더 개인화되고 정밀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자료들을 종합하면, 유방암 병기 체계가 단순히 "얼마나 큰가, 얼마나 퍼졌는가"라는 해부학적 정보를 넘어, "이 종양이 생물학적으로 어떤 성격인가"라는 정보까지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즉 유방암을 이해하려면 크기나 진행 정도뿐 아니라 그 생물학적 아형을 함께 봐야 한다는 원리가 병기 체계에까지 구현된 것입니다. 다만 이렇게 정교해진 병기 체계는 그만큼 복잡해져서, 개인의 정확한 병기와 그 의미는 반드시 담당의의 설명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보호자·환자 관점 — 실생활에서 의미
지식은 두려움을 이해로 바꿉니다. 암호 같던 검사지를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저희 부부의 마음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검사지를 읽는 법을 알게 되면서 저희 부부가 얻은 가장 큰 변화는, 아내의 상황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pT1, pN0, M0이라는 기호가 "종양은 2cm 이하로 작고, 림프절 전이가 없으며, 원격 전이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나니, 담당의가 왜 "초기"라고 하셨는지를 근거와 함께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막연히 "초기라니 다행이다"가 아니라, 그 판단의 근거를 이해하는 안도감은 질적으로 달랐습니다. 근거를 아는 안도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누군가 불안한 이야기를 해도, 저희는 아내의 검사지가 실제로 무엇을 말하는지를 알기에 쉽게 동요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저는 검사지를 읽을 줄 알게 되면서 오히려 조심하게 된 부분도 있습니다. 기호 하나하나의 의미를 안다고 해서, 그것으로 예후를 스스로 판단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병기는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조합되어 정해지고, 그 해석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제가 검사지의 기호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담당의의 설명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지, 담당의를 대신해 스스로 진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늘 명심하고 있습니다. 지식은 담당의와 더 깊이 소통하기 위한 도구이지, 담당의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검사지를 읽을 줄 알게 되면서 저는 오히려 담당의에게 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진료가 훨씬 알찬 대화가 되었습니다.
또한 저는 병기라는 것이 이 시리즈의 통계 편에서 다룬 것과 같은 성격을 가진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병기는 치료 방향을 정하고 예후를 가늠하는 데 매우 유용한 지도이지만, 개인의 미래를 확정하는 예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같은 병기라도 개인에 따라 경과가 다르고, 병기는 어디까지나 진단 시점의 상태를 나타낼 뿐 이후의 치료와 관리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또한 저는 병기를 이해하면서, 다른 환자·보호자분들과 병기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도 깨달았습니다. 같은 "2기"라도 그 안에는 수많은 서로 다른 조합이 있고, 아형과 등급, 나이, 치료 반응에 따라 실제 상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병기라는 숫자에 지나치게 매이기보다, 그것을 아내의 상황을 이해하는 하나의 참고점으로 삼고, 실제 삶은 치료와 관리, 그리고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만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병기는 출발점에서의 위치를 알려주는 좌표이지, 도착점을 정해놓은 것이 아닙니다. 같은 좌표에서 출발해도 어떻게 걸어가느냐에 따라 도착하는 곳은 달라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저희는 오늘의 걸음에 집중하려 합니다.
흔한 오해 5가지
정리 — 우리 집 결론
이 시리즈의 첫 글에서 암호처럼 보이던 병리 결과지를 손에 들고 막막해했던 저는, 마지막 글에 이르러 그 기호들을 하나하나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T, N, M이 무엇을 뜻하는지, 왜 조직학적 등급과 바이오마커가 병기에 더해졌는지, 그리고 그 모든 정보가 어떻게 하나의 병기로 통합되는지를 이해하고 나니, 아내의 검사지는 더 이상 두려운 암호가 아니라 아내의 상황을 정확히 알려주는 지도가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시리즈 전체가 바로 이 과정, 즉 두려운 미지의 것을 이해 가능한 지식으로 바꾸어 가는 여정이었습니다. 호르몬 수용체의 원리부터 병기 읽는 법까지,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막연한 두려움이 조금씩 구체적인 이해로 바뀌었습니다.
주요 참고문헌
- Staging for Breast Cancer: The TNM System. National Cancer Institute (NCI).
- Breast Cancer Staging (AJCC 8th edition, anatomic and prognostic stage). Susan G. Komen.
- Breast Cancer Staging: TNM Classification for Breast Cancer. Medscape (AJCC).
- TNM staging for breast cancer. Cancer Research UK (TNM 9th edition; ESMO 2024; NICE 2025).
- Understanding Your Pathology Report / Reading Your Pathology Report. Susan G. Komen.
- Stages of Breast Cancer. American Cancer Society.
※ 위 자료의 병기 기준은 일반적인 분류이며, 개인의 정확한 병기와 그 의미는 담당의의 설명을 통해 이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