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던 날, 다른 계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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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던 날, 다른 계산을 시작했다

해외 법인장에서 FIRE로, 곁을 지키기 위한 투자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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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테고리는 투자 자랑이 아닙니다
곁에 있기 위해 삶의 방향을 바꾼 보호자가, 생활비를 지키는 법을 공부하며 기록합니다.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곁을 지키는 준비"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저는 10년 넘게 주식에 투자해 온 개인 투자자입니다. 한때는 해외 법인장으로 일했고, 지금은 조기 은퇴자입니다. 이 카테고리에는 수익 자랑을 적지 않습니다. 곁에 있기 위해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그 공부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남깁니다. 정답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계산과, 지금도 맞춰가고 있는 조정을 적습니다. 투자는 이 카테고리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곁에 있기 위한 방편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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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법인장 시절

저는 해외 법인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일은 바빴고, 투자는 오래된 습관이었습니다. 10년 넘게 주식을 들여다봤지만, 그때의 투자는 자산을 불리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저평가된 종목을 찾고, 오를 때를 기다리고, 팔 때를 재는 일이었습니다. 계좌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목표였고, 그 목표는 저 혼자만의 것이었습니다.

생활은 회사와 근무지를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출장이 잦았고, 회의 시간에 맞춰 하루가 짜였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한국에 있었고, 저는 대체로 그곳에 없었습니다.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는 일이 얼굴을 보는 일보다 많았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한 균형이라고 여겼습니다. 일이 있고, 그 일이 가족을 지탱한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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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 이후 1년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저는 한 달에 한 번씩 근무지와 한국을 왕복했습니다. 출국 며칠 전부터 다음 진료 일정을 확인하고, 그 일정에 맞춰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짐을 쌀 때는 옷보다 서류를 먼저 챙겼습니다. 진료 기록, 검사 결과지, 다음에 물어볼 것을 적어둔 메모였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면 짐을 풀기 전에 병원부터 들렀습니다. 공항에서 병원으로 가는 길이 그 한 달의 첫 동선이었습니다. 진료를 보고, 다음 일정을 확인하고, 며칠을 함께 지내다가 다시 근무지로 돌아갔습니다. 떠날 때는 다음 진료 일정을 계산하며 짐을 쌌습니다. 이 일이 1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그 사이 투자는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병원 대기실에서 시세를 확인했습니다. 화면을 들여다보면서도 정작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다음 진료까지 남은 날짜였습니다. 무엇을 사고파는 문제보다, 이 생활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가가 더 큰 문제였습니다. 왕복하는 비행기표를 살 때마다, 이 방식이 언제까지 가능할지를 함께 계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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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를 결정하다

1년쯤 지나 계산을 다시 했습니다. 회사에 남으면 얻는 것과, 곁에 있으면 잃는 것을 나란히 놓고 봤습니다. 월급은 정해진 액수였고, 곁을 지키는 일에는 값이 매겨지지 않았습니다. 값이 매겨지지 않는다고 해서 무게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의 방문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회사를 그만두는 쪽을 택했습니다. 조기 은퇴였습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지금까지 모아둔 자산으로 앞으로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여러 번 다시 계산해야 했습니다. 은퇴를 결정하면서 포기한 것은 월급만이 아니었습니다. 승진도, 해외 근무 경력도 거기서 끊겼습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선택지가 더 무거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저는 매달 병원에 데려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진료 일정을 비행기 표에 맞추지 않고, 그날 아침에 그냥 차를 몰고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하나가, 포기한 것들을 견딜 만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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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주로 방향을 바꾸다

월급이 없어지면 생활비는 다른 곳에서 나와야 합니다. 저는 투자 방향을 바꿨습니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에서, 매달 혹은 분기마다 현금이 들어오는 투자로 옮겼습니다. 예전에는 계좌 전체의 평가액이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이번 달에 얼마가 들어오는가가 기준이 되었습니다. 기준이 바뀌자 종목을 고르는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미국 배당주와 한국 리츠를 주력으로 삼았습니다. 오르내리는 주가보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이 지금의 생활에는 더 필요했습니다. 주가가 며칠 떨어져도 배당 일정은 그대로 돌아옵니다. 그 규칙성이, 은퇴 이후의 불안정한 시기를 버티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리츠는 건물이나 상가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나눠 받는 구조라, 제가 직접 부동산을 관리하지 않고도 비슷한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배당주와 개별 주식도 다시 공부하고 있습니다. 미국 배당주에만 의존하면 환율의 흔들림을 그대로 받게 됩니다. 그 흔들림을 조금 덜어보려고 국내 자산의 비중을 넓히는 중입니다. 비중을 어떻게 나눌지는 아직도 조정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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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이라는 선택의 한계

배당 중심 투자가 장점만 있는 선택은 아닙니다. 배당을 많이 내주는 자산은, 그만큼 재투자에 쓸 돈이 적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산 자체가 불어나는 속도는 성장주보다 더딥니다. 저는 그 더딤을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당장 매달 들어오는 돈이, 몇 년 뒤에 몇 배가 될 자산보다 저희 부부에게는 더 급했기 때문입니다.

세금과 환율도 계속 신경 써야 하는 일입니다. 미국 배당주는 배당을 받을 때마다 세금이 먼저 빠지고, 환율에 따라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이 달라집니다. 한국 리츠도 세금 구조가 일반 주식과 다릅니다. 이런 것들을 하나씩 챙기지 않으면, 생각한 것보다 적은 돈이 통장에 들어옵니다.

배당은 약속이 아닙니다. 회사나 리츠가 실적이 나빠지면 배당을 줄이거나 아예 끊을 수 있습니다. 저도 이 위험을 안고 갑니다. 한 종목에 기대지 않고 여러 곳으로 나누는 이유입니다.

이런 한계를 알고도 이 방향을 택했습니다. 완벽한 방법이라서가 아니라, 지금 저희 가족의 상황에 가장 맞는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카테고리에서 장점만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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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공부하는 중

요즘 하루는 배당 일정표를 확인하는 일로 시작합니다. 이번 달에 어느 자산에서 배당이 들어오는지, 리츠 쪽에 새로운 공시는 없는지를 살핍니다. 예전에는 시황과 뉴스를 먼저 봤다면, 지금은 공시와 배당 캘린더를 먼저 봅니다. 보는 대상이 달라졌다는 것이, 제 투자가 바뀌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입니다.

한국 배당주와 개별 주식 쪽 공부는 아직 초반입니다. 미국 배당주와 리츠에 익숙해진 만큼, 국내 종목의 배당 구조나 세금 처리 방식은 새로 익히는 중입니다. 비중을 한 번에 크게 옮기지 않고, 조금씩 넓혀가며 반응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카테고리에 남길 글들은 정답을 찾았다는 글이 아니라, 지금 이렇게 나눠보고 있다는 기록입니다. 몇 달 뒤에 다시 읽으면 지금과 다른 판단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변화도 그대로 남길 생각입니다.

지금 저는 여전히 배당표와 리츠 공시를 들여다봅니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계산할 것이 늘었습니다. 다만 지금의 계산은 제 곁에 누가 있는가를 먼저 두고 시작합니다. 월급이 정해준 하루가 아니라, 병원 갈 날짜가 정해주는 하루를 삽니다. 이 카테고리는 그 계산을 계속 적어가는 자리입니다.

⚠️ 안내 —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경험과 공부의 기록이며, 특정 종목·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나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OnZu

OnZu (보호자)

아내의 유방암 진단 이후, 식이와 생활을 직접 공부하며 기록하는 보호자입니다. 모든 글은 발표된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하며, 의학적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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