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절 생검과 절제의 필요성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며칠 지나지 않아 "겨드랑이 림프절도 확인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아내의 진단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던 저도 처음엔 이 부분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유방에 생긴 종양 이야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겨드랑이 이야기로 넘어가는지, 그리고 왜 어떤 환자는 림프절을 몇 개만 떼어내고 끝나는데 어떤 환자는 훨씬 넓게 제거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찾아보니 겨드랑이 림프절 수술은 지난 이삼십 년 사이 유방암 치료 중에서도 가장 많이 바뀐 영역 중 하나였습니다. 예전에는 진단 당시 상황과 관계없이 겨드랑이 림프절을 넓게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지금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최소한의 확인만으로도 안전하다는 근거가 하나둘 쌓이고 있습니다. 다만 그 "특정 조건"이 환자마다 다르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이 글은 저희 부부가 진료실에서 나눌 대화를 준비하며 직접 찾아 읽은 1차 문헌을 정리한 공부 기록입니다. 진료 지침이 아니며, 특정 치료 방향을 권하거나 만류하려는 글도 아닙니다. 최종 판단은 언제나 담당 의료진의 몫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둡니다.

림프절 수술은 왜 하고, 왜 줄이려고 하는가

겨드랑이 림프절 수술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암이 얼마나 퍼졌는지 병기를 판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겨드랑이 안에 남아있을 수 있는 암세포로 인한 재발을 막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방법은 크게 감시림프절 생검(sentinel lymph node biopsy, SLNB)과 겨드랑이 림프절 곽청술(axillary lymph node dissection, ALND)로 나뉩니다. SLNB는 종양에서 암세포가 가장 먼저 도달할 가능성이 높은 림프절 한두 개에서 많아야 몇 개를 확인하는 비교적 최소 침습적인 방법이고, ALND는 겨드랑이의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제거하는 수술입니다.

ALND는 SLNB보다 림프부종, 어깨 운동 범위 제한, 팔 저림이나 감각 이상 같은 장기적인 후유증 위험이 뚜렷하게 크다는 점이 여러 리뷰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됩니다[10]. 그래서 외과 종양학 전반의 큰 흐름은 종양학적 안전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수술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동해왔고, 겨드랑이 수술도 그 흐름 안에 있습니다[10][5]. 다만 "최소화가 가능한 조건"은 수술을 먼저 받는지 항암치료를 먼저 받는지, 그리고 항암치료 후 림프절에 무엇이 남아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아래에서는 상황별로 나눠서 정리했습니다.

수술을 먼저 받는 경우: 감시림프절 전이가 한두 개뿐이라면

진단 당시 겨드랑이가 임상적으로 만져지지 않는(cN0) 환자가 수술을 먼저 받고, SLNB에서 육안으로 확인되는 전이(macrometastasis)가 한두 개만 발견된 경우, 완전한 곽청술 없이 SLNB만으로 마쳐도 되는지는 오랫동안 논쟁이 있었습니다. 이 질문에 비교적 최근 답을 내놓은 연구가 스웨덴, 덴마크,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가 함께 참여한 SENOMAC 3상 무작위 임상시험입니다. cT1-3, cN0이면서 감시림프절에 육안 전이가 한두 개인 환자 2,540명을 SLNB 단독군과 완전곽청술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비교했습니다[4].

결과적으로 SLNB 단독군은 완전곽청술군에 비해 무재발 생존율(recurrence-free survival) 측면에서 열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4]. 이 결과는 앞서 발표된 ACOSOG Z0011, AMAROS 같은 임상시험들과 방향이 같으며, 유방보존술을 받는 환자뿐 아니라 더 폭넓은 환자군에 곽청술 생략을 적용할 수 있다는 근거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유방을 완전히 절제하는 경우도 똑같이 적용될까

앞서 소개한 연구들의 상당 부분은 유방보존술(부분절제 후 방사선치료)을 받는 환자를 중심으로 얻어진 결과여서, 유방전절제술을 받는 환자에게도 곽청술 생략이 안전한지는 별도로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이탈리아의 SINODAR-ONE 연구팀은 T1-2 유방암이면서 감시림프절 전이가 한두 개인 환자 중 유방전절제술을 받은 환자만 따로 골라 하위분석을 진행했습니다[3].

앞서 유방보존술 환자를 대상으로 한 SINODAR-ONE 본 연구에서는 SLNB 단독군과 완전곽청술군 사이에 3년 생존율, 국소재발률, 원격재발률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3]. 이번 유방전절제술 하위분석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되면서, 연구팀은 유방전절제술을 받는 환자를 더 많이 모으기 위해 등록을 다시 열었습니다[3]. 다만 유방전절제술 코호트는 아직 유방보존술 코호트보다 표본이 작은 편이라, 종양 크기와 전이 림프절 개수, 방사선치료 계획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둘 부분입니다.

항암치료를 먼저 받은 경우: 림프절이 깨끗해졌다면

진단 당시 겨드랑이 림프절에 전이가 있었던(cN+) 환자가 수술 전 항암치료를 받은 뒤 림프절이 깨끗해진 경우, 즉 병리학적으로 완전관해(ypN0)에 도달한 경우는 또 다른 상황입니다. 이런 환자는 표적림프절절제(targeted axillary dissection, TAD)나 SLNB로 병기를 다시 확인한 뒤, 완전곽청술을 생략해도 되는지가 관심사였습니다. 11개국 25개 기관이 참여한 국제 후향적 코호트 연구는 항암치료 후 겨드랑이가 완전관해에 도달한 cN+ 환자 1,144명을 대상으로, SLNB 또는 TAD로 재병기를 확인한 뒤 곽청술을 생략한 결과를 추적했습니다[6].

이 중 약 42%인 478명은 TAD로, 나머지는 SLNB로 겨드랑이를 재확인했는데, 어느 방법을 썼든 곽청술을 생략한 이후 겨드랑이 재발률은 낮게 유지되었다고 보고되었습니다[6]. 즉 항암치료로 림프절이 완전히 깨끗해졌다는 조건이 확인되면, 곽청술을 생략하는 접근이 이미 임상 현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흐름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후향적 관찰연구여서 전향적 무작위 연구만큼의 근거 수준은 아니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항암 후에도 아주 미세한 암세포가 남아있다면

문제는 항암치료 후에도 림프절에 아주 적은 양의 암세포가 남는 경우입니다. 병리학적으로는 고립종양세포(isolated tumor cells, ypN0i+)와 미세전이(micrometastasis, ypN1mi)로 구분하는데, 둘 다 육안으로 확인되는 전이보다는 훨씬 적은 양이지만 완전관해는 아닙니다. 이 애매한 구간에서 곽청술이 꼭 필요한지가 최근 몇 년 사이 활발히 연구되었습니다.

고립종양세포(ypN0i+)만 남은 환자 583명을 62개 기관에서 모아 분석한 ICARO 연구에서는, 곽청술을 받은 환자(31%, 182명)와 받지 않은 환자(69%, 401명) 사이에 3년 겨드랑이 재발률(전체 2.0%)과 침습 재발률(11%)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9]. 다만 곽청술을 받은 환자 중 30%에서는 추가로 양성 림프절이 발견되었고, 그중 육안 전이가 확인된 경우는 5%에 그쳤습니다[9]. 미세전이(ypN1mi)까지 범위를 넓힌 microNAC 연구(1,585명, 84개 기관·30개국)에서 전체 3년 겨드랑이 재발률은 2.0%(95% CI 1.3–2.9)였고, 이 중 다른 재발 없이 겨드랑이에만 생긴 고립 재발은 0.33%였습니다[8]. 곽청술 시행 여부에 따른 차이는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8]. 그런데 삼중음성유방암(TNBC) 하위군만 따로 보면, 곽청술을 받지 않은 경우 재발률이 유의하게 더 높았습니다(8.7% 대 2.4%, p=0.018)[8]. 즉 "미세전이까지는 곽청술 없이도 괜찮다"고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아직 이르고, 암의 아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항암 후에도 뚜렷한 전이가 남아있다면

항암치료 후에도 림프절에 육안으로 보이는 전이(ypN1 이상)가 남은 경우는 지금도 완전곽청술이 표준 치료로 여겨집니다. 다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이미 곽청술을 생략하는 비율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관찰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국가암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2012년부터 2021년 사이 잔존 림프절 병변(ypN1mi-2)이 있는 환자 6,101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34%가 SLNB만 받고 완전곽청술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7].

다만 이 연구는 어디까지나 "얼마나 많은 병원이 곽청술을 생략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경향 분석일 뿐, 그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임상시험은 아니라는 점을 연구진 스스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7]. 잔존 병변이 있는 환자에서 곽청술 생략의 종양학적 안전성을 직접 검증하는 전향적 무작위 연구가 진행 중이며,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7]. 그래서 이 그룹은 앞서 살펴본 고립종양세포·미세전이 그룹과는 근거의 성격이 다릅니다. "이미 많은 병원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장기적으로 안전하다고 증명되었다"는 사실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을, 보호자로서 문헌을 찾아보며 새삼 새기게 되었습니다.

최근 리뷰들이 정리하는 전체 그림

2024~2025년에 발표된 리뷰 논문들은 지금까지의 흐름을 종합해서, 겨드랑이 수술이 "무조건 넓게 제거한다"는 획일적인 원칙에서 환자 개개인의 재발 위험과 수술 후 삶의 질을 함께 저울질하는 개별화된 접근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정리합니다[1][2]. 동시에 두 리뷰 모두, 수술 순서(선행항암 여부)와 항암 후 잔존 병변의 종류·양, 종양 아형처럼 근거 수준이 서로 다른 하위 그룹들을 하나로 뭉뚱그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합니다[1][2].

결국 "내 경우엔 곽청술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의 답은 어느 하나의 표준 정답이 아니라, 진단 당시 겨드랑이 상태, 수술 순서, 항암 후 잔존 병변의 종류와 양, 암의 아형, 방사선치료 계획까지를 종합해서 담당 의료진과 함께 정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 저희 부부가 문헌을 찾아보며 얻은 결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감시림프절 생검(SLNB)과 겨드랑이 림프절 곽청술(ALND)은 뭐가 다른가요?
SLNB는 종양에서 암세포가 가장 먼저 도달할 가능성이 높은 림프절 한두 개에서 많아야 몇 개만 확인하는 최소 침습적 방법이고, ALND는 겨드랑이의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제거하는 수술입니다. ALND는 림프부종 등 장기 후유증 위험이 SLNB보다 뚜렷하게 큽니다[10].

Q. 항암치료 후 림프절이 완전히 깨끗해졌다면 곽청술은 필요 없나요?
재병기 확인 결과 완전관해(ypN0)로 확인된 환자군에서는 곽청술을 생략해도 겨드랑이 재발률이 낮게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어 있습니다[6]. 다만 이는 후향적 관찰연구 결과이므로, 담당 의료진이 재확인 방법과 개별 위험요인을 함께 고려해 결정할 사안입니다.

Q. 항암 후에도 아주 미세하게 암세포가 남아있으면 무조건 곽청술을 해야 하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고립종양세포나 미세전이 수준에서는 곽청술을 생략해도 전체 재발률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8][9]. 다만 삼중음성유방암 등 일부 아형에서는 곽청술을 생략했을 때 재발률이 더 높았다는 보고도 있어[8],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Q. 뚜렷한 전이가 남았는데도 곽청술을 생략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통계적으로는 그런 경향이 관찰됩니다[7]. 다만 이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전향적 임상시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므로, 이 상황에 해당한다면 담당 의료진과 반드시 상세히 상의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참고 자료

  1. Mamtani A, et al. Updates in Surgical Management of the Axilla. Oncology (Williston Park). 2025. doi:10.46883/2025.25921035 — 원문 보기
  2. Owusu-Brackett N, et al. Axillary Management: How Much Is Too Much?. Curr Oncol Rep. 2024. doi:10.1007/s11912-024-01539-0 — 원문 보기
  3. Tinterri C, et al. Sentinel lymph node biopsy versus axillary lymph node dissection in breast cancer patients undergoing mastectomy with one to two metastatic sentinel lymph nodes: sub-analysis of the SINODAR-ONE multicentre randomized clinical trial and reopening of enrolment. Br J Surg. 2023. doi:10.1093/bjs/znad215 — 원문 보기
  4. de Boniface J, et al. Omitting Axillary Dissection in Breast Cancer with Sentinel-Node Metastases. N Engl J Med. 2024. doi:10.1056/NEJMoa2313487 —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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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Montagna G, et al. Omission of Axillary Dissection Following Nodal Downstaging With Neoadjuvant Chemotherapy. JAMA Oncol. 2024. doi:10.1001/jamaoncol.2024.0578 — 원문 보기
  7. Limberg JN, et al. Omission of Axillary Lymph Node Dissection in Patients with Residual Nodal Disease After Neoadjuvant Chemotherapy. Ann Surg Oncol. 2024. doi:10.1245/s10434-024-16143-6 — 원문 보기
  8. Montagna G, et al. Oncological outcomes with and without axillary lymph node dissection in patients with residual micrometastases after neoadjuvant chemotherapy (OPBC-07/microNAC): an international, retrospective cohort study. Lancet Oncol. 2026. doi:10.1016/S1470-2045(25)00598-4 — 원문 보기
  9. Montagna G, et al. Nodal Burden and Oncologic Outcomes in Patients With Residual Isolated Tumor Cells After Neoadjuvant Chemotherapy (ypN0i+): The OPBC-05/ICARO Study. J Clin Oncol. 2025. doi:10.1200/JCO.24.01052 — 원문 보기
  10. Maggi N, et al. Axillary surgery in node-positive breast cancer. Breast. 2022. doi:10.1016/j.breast.2021.08.018 — 원문 보기
OnZu

OnZu (보호자)

아내의 유방암 진단 이후, 식이와 생활을 직접 공부하며 기록하는 보호자입니다. 모든 글은 발표된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하며, 의학적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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