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증상과 삶의 질

항암 치료를 받고 나서 아내가 가장 낯설어한 것은 통증이나 탈모가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갱년기"였습니다. 항암화학요법이나 난소기능억제 주사가 시작되자마자 생리가 멈추고 열감과 불면이 함께 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몇 년에 걸쳐 진행되는 보통의 갱년기와는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재건 수술이 끝난 지금,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 주제도 이 갱년기 증상들입니다. 열감, 수면 문제, 감정 기복, 관절통까지 — 이 증상들은 단순히 "참고 넘겨야 할 부작용"이 아니라 삶의 질과 치료 순응도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것을 여러 논문을 찾아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의료진이 아닌 보호자가 진료실 밖에서 미리 공부해 둔 내용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으며, 다음 진료에서 담당 의료진과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준비 자료로 남깁니다.

유방암 치료가 만드는 갱년기, 자연 갱년기와 무엇이 다른가

일반적인 갱년기는 난소 기능이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저하되면서 진행됩니다. 반면 유방암 치료 과정에서는 항암화학요법의 직접적인 난소 손상, 혹은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에서 흔히 쓰이는 난소기능억제 주사와 항에스트로겐제(타목시펜, 아로마타제 억제제)로 인해 에스트로겐이 갑작스럽게 줄어듭니다. 이렇게 급격하게, 그것도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찾아오는 갱년기는 증상의 강도나 삶에 미치는 충격이 자연 갱년기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방암을 진단받고 살아가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치료 이후의 장기적인 증상 관리가 종양 전문의뿐 아니라 내분비내과, 부인과를 포함한 여러 진료과의 공동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1] 젊은 나이에 호르몬수용체 양성 조기 유방암이나 전이성 유방암을 진단받아 항에스트로겐제와 함께 난소기능억제를 받는 경우,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인한 혈관운동 증상을 겪는 비율이 특히 높다고 보고됩니다.[2]

열감과 수면 문제 —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신체 증상

열감(핫플래시)은 에스트로겐 결핍의 가장 흔한 증상이며,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치료 조기 중단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문제로 다뤄집니다.[2] 유방암 생존자에게는 에스트로겐이 포함된 호르몬대체요법을 1차로 권하기 어려운 만큼, 경도의 증상은 생활습관 조절만으로도 완화될 수 있고, 중등도 이상의 증상에는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재흡수억제제(SNRI)나 항경련제 계열 약물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고 정리되어 있습니다.[2] 다만 타목시펜을 복용 중이라면 특정 약물과의 상호작용(CYP2D6 억제 문제) 때문에 병용 약물 선택에 더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언급됩니다.[2]

수면 문제도 열감 못지않게 자주 거론됩니다. 젊은 유방암 생존자를 대상으로 한 문헌들을 종합한 검토에서는, 수면 문제가 흔하게 나타나며 갱년기 혈관운동 증상 및 심리적 디스트레스와 서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합니다.[3] 다만 이 분야 연구들은 방법론적으로 아직 근거 수준이 높지 않다는 한계도 함께 지적되었고, 수면 문제가 치료가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문제라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3]

우울과 불안, 그리고 심리적 삶의 질

갱년기 증상을 이야기할 때 몸의 증상만큼 중요한 것이 심리적 디스트레스입니다. 42편의 연구를 종합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갱년기·혈관운동 증상, 통증, 피로, 수면장애처럼 관리 가능한 치료 관련 증상들이 디스트레스와 연관된 예측 인자로 확인되었고, 더 젊은 나이, 더 진행된 병기, 항암화학요법 시행, 최근 생존기로의 전환, 재발 경험 등도 함께 디스트레스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습니다.[4] 반대로 신체활동 수준이나 사회적 지지처럼 조절 가능한 요인도 확인되어, 증상 관리와 심리 지원을 병행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4]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존율은 꾸준히 개선되어 왔지만, 그 개선폭만큼 심리사회적 삶의 질이 함께 좋아졌는지는 계속 재검토가 필요한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5] 실제로 유방암 진단 이전보다 만족스러운 삶으로 돌아가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됩니다.[5]

구체적인 개입이 효과가 있는지를 살펴본 무작위 대조군 연구도 있습니다. 우울 증상이 있는 젊은 유방암 생존자를 대상으로 6주간의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과 생존자 교육 프로그램을 각각 대기 명단 대조군과 비교한 다기관 3상 임상시험에서는, 두 프로그램 모두 대조군에 비해 우울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보고되었습니다.[6] 두 프로그램 모두 화상 등 비대면 방식으로도 진행할 수 있는 표준화된 형태였다는 점에서, 접근성 있는 지지 자원으로 소개할 만합니다.[6]

내분비요법(타목시펜·아로마타제 억제제) 부작용 관리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의 생존율 향상은 보조 내분비요법의 발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동시에 이 치료는 삶의 질과 사회적 기능, 그리고 치료 순응도에 영향을 주는 부작용을 동반합니다.[7] 타목시펜과 아로마타제 억제제의 부작용으로는 혈관운동 증상뿐 아니라 관절통 등 근골격계 증상, 외음부·질 증상이 자주 언급되며, 이런 부작용들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자주 과소평가되어 환자가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됩니다.[7] 다행히 이런 부작용의 상당수는 약물적·비약물적 방법으로 완화할 여지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증상이 있다면 참기보다는 진료 중에 구체적으로 알리는 편이 순응도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7]

호르몬 치료, 받아도 될까 —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질문

열감 같은 혈관운동 증상에는 에스트로겐을 포함한 호르몬치료(HT)가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방암 생존자에게 이 치료가 안전한지는 "안전하고 윤리적인가"라는 제목의 논문이 나올 정도로 여전히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입니다.[8] 즉 증상 완화 효과와 재발 위험에 대한 우려 사이에서 아직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은 영역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주제일수록 "효과가 입증되었다"와 "도움이 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를 구분해서 받아들이고, 최종 판단은 환자의 병기·수용체 상태·재발 위험을 모두 알고 있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서 내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부인과 진료와 협진하기 —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

유방암 환자는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그리고 이후 생존자로 지내는 동안에도 부인과 진료를 함께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인과 진료에서는 피임, 호르몬 사용, 가임력에 대한 상담뿐 아니라, 치료 중·치료 후에 나타나는 혈관운동 증상, 외음부·질 불편감, 성 기능 문제, 골다공증, 비정상 질 출혈 등 폭넓은 증상을 함께 다룹니다.[9] 종양내과에서 모든 증상을 세세히 다루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부인과 진료를 병행하는 것도 증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9]

자주 묻는 질문

Q. 갱년기 증상은 언제까지 계속되나요?
사람마다, 그리고 받은 치료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일률적인 기간을 제시하기보다는, 증상이 얼마나 자주·얼마나 심하게 나타나는지를 기록해 두었다가 정기 진료 때 담당 의료진과 함께 경과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 호르몬 치료를 받아도 되나요?
효과와 안전성 사이의 저울질이 아직 활발히 논의되는 영역입니다.[8] 특정 치료를 권하거나 만류하기보다, 본인의 수용체 상태와 재발 위험을 알고 있는 담당의와 직접 상의해서 결정할 문제입니다.

Q. 수면 문제만 따로 상담받아도 되나요?
네, 가능합니다. 수면 문제는 혈관운동 증상이나 심리적 디스트레스와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3] 단독으로도 진료실에서 다룰 가치가 있는 증상입니다. 참지 말고 별도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좋습니다.

Q. 마음챙김이나 생존자 교육 같은 프로그램이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젊은 유방암 생존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 6주짜리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과 생존자 교육 프로그램 모두 우울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6]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시도해 볼 만한 선택지로 소개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1. Santen RJ, Stuenkel CA, Davis SR, Pinkerton JV, Gompel A, Lumsden MA. Managing Menopausal Symptoms and Associated Clinical Issues in Breast Cancer Survivors. J Clin Endocrinol Metab. 2017;102(10):3647-3661. doi:10.1210/jc.2017-01138 — 원문 보기
  2. Leon-Ferre RA, Majithia N, Loprinzi CL. Management of hot flashes in women with breast cancer receiving ovarian function suppression. Cancer Treat Rev. 2017;52:82-90. doi:10.1016/j.ctrv.2016.11.012 — 원문 보기
  3. Hwang Y, Knobf MT. Sleep health in young women with breast cancer: a narrative review. Support Care Cancer. 2022;30(8):6419-6428. doi:10.1007/s00520-022-06953-3 — 원문 보기
  4. Syrowatka A, Motulsky A, Kurteva S, Hanley JA, Dixon WG, Meguerditchian AN, Tamblyn R. Predictors of distress in female breast cancer survivors: a systematic review. Breast Cancer Res Treat. 2017;165(2):229-245. doi:10.1007/s10549-017-4290-9 — 원문 보기
  5. Fallowfield L, Jenkins V. Psychosocial/survivorship issues in breast cancer: are we doing better?. J Natl Cancer Inst. 2015;107(1):dju335. doi:10.1093/jnci/dju335 — 원문 보기
  6. Bower JE, Partridge AH, Wolff AC, Thorner ED, Irwin MR, Joffe H, Petersen L, Crespi CM, Ganz PA. Targeting Depressive Symptoms in Younger Breast Cancer Survivors: The Pathways to Wellness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Mindfulness Meditation and Survivorship Education. J Clin Oncol. 2021;39(31):3473-3484. doi:10.1200/JCO.21.00279 — 원문 보기
  7. Condorelli R, Vaz-Luis I. Managing side effects in adjuvant endocrine therapy for breast cancer. Expert Rev Anticancer Ther. 2018;18(11):1101-1112. doi:10.1080/14737140.2018.1520096 — 원문 보기
  8. Garrido Oyarzún MF, Castelo-Branco C. Use of hormone therapy for menopausal symptoms and quality of life in breast cancer survivors. Safe and ethical?. Gynecol Endocrinol. 2017;33(1):10-15. doi:10.1080/09513590.2016.1247798 — 원문 보기
  9. Huber-Keener KJ. Management of Breast Cancer Survivors by Gynecologists. Clin Obstet Gynecol. 2022;65(3):494-509. doi:10.1097/GRF.0000000000000727 — 원문 보기
OnZu

OnZu (보호자)

아내의 유방암 진단 이후, 식이와 생활을 직접 공부하며 기록하는 보호자입니다. 모든 글은 발표된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하며, 의학적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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