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수술 다음으로 마주하는 질문이 방사선치료입니다. "몇 번이나 맞아야 하나요", "꼭 받아야 하나요", "짧게 끝내는 방법도 있다던데 저도 해당되나요" — 진료실에서 짧은 시간 안에 다 묻기 어려운 질문들이 쌓입니다. 보호자 입장에서 이 질문들에 미리 답을 준비해 두면, 정작 진료실에서는 우리 상황에 맞는 부분만 짚어 물을 수 있습니다.
방사선치료의 일정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5주에 걸쳐 25번 나눠 맞는 것이 표준이었지만, 최근에는 3주 안팎, 심지어 1~2주 안에 끝내는 일정도 널리 쓰입니다. 이 변화가 왜 일어났는지, 근거는 무엇인지, 그리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지를 실제 논문을 찾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글은 의료진이 아닌 보호자가 1차 문헌을 읽고 정리한 공부 기록입니다. 진료 지침을 대신할 수 없고, 담당 의료진과의 대화를 준비하는 참고 자료로만 봐 주시기 바랍니다. 특정 일정이나 기술을 권하거나, 반대로 어떤 방식을 피하라고 안내하는 글이 아니라는 점도 미리 밝혀 둡니다.
1 방사선치료는 누구에게, 왜 필요한가
보조(adjuvant) 방사선치료는 수술로 눈에 보이는 암을 제거한 뒤, 남아 있을 수 있는 미세한 암세포를 줄여 같은 부위에서 암이 다시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합니다. 유방보존술을 받은 경우와 유방전절제술을 받은 경우, 림프절 전이 여부, 나이,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 등에 따라 방사선치료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유방 전체를 조사할지 일부만 조사할지, 림프절 부위까지 포함할지가 달라집니다.
이 판단은 병리 결과와 수술 소견을 종합해 방사선종양학과 의료진이 내리는 것이라, 이 글에서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래에서 다룰 '일정'의 문제, 즉 같은 방사선치료를 받더라도 몇 회에 걸쳐 나눠 맞을지는 최근 10여 년 사이 근거가 상당히 쌓인 영역이라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왜 우리는 이 일정으로 하나요"라고 물었을 때, 그 답이 어떤 근거들에 기대고 있는지를 미리 알아두면 대화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2 '표준' 방사선치료는 원래 무엇을 뜻했나
오랫동안 유방암 보조 방사선치료의 '표준'은 하루 2.0 Gy(그레이)씩, 총 50 Gy를 25회에 걸쳐 5주 동안 나눠 맞는 방식이었습니다.[3] 이렇게 잘게 나눠 조사하는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한 번에 맞는 방사선량(분할선량)을 작게 할수록 늦게 나타나는 정상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방사선생물학적 근거 때문이었습니다.
이 원칙은 여러 암종에서 폭넓게 적용되어 온 것이지만, 유방암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지는 별개의 질문이었습니다. 아래에서 살펴보듯, 이후의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들은 유방암 조직이 이 원칙에서 예외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3 저분할(hypofractionated) 방사선치료로의 전환
2000년대 이후 진행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들은 한 번에 2.7~3.3 Gy씩, 회당 분할선량을 키운 일정을 표준 일정과 비교했습니다. 이런 시험 네 건에서 거의 8,000명에 이르는 환자를 10년간 추적한 결과, 유방암 조직의 분할선량 민감도(α/β 값)는 약 3 Gy 정도로 추정되었고, 이는 2.0 Gy의 작은 분할선량을 고수해야 할 안전성·효과 면의 이점이 없다는 것을 시사합니다.[1] 다시 말해 유방 조직은 종양과 정상조직이 분할선량에 비슷하게 반응해서, 굳이 잘게 나눌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하면, 유방 조직이 분할선량 크기에 반응하는 정도가 종양이든 정상조직이든 비슷하다는 뜻이라, 굳이 아주 잘게 나눌 이유가 없다는 결론입니다.[1] 이 근거를 바탕으로 자리 잡은 저분할 일정은 42.5 Gy를 16회, 또는 40 Gy를 15회에 걸쳐 3주 안팎으로 조사하는 방식입니다.[3] 여러 비교 연구에서 이 방식은 기존 5주 일정과 비교해 국소재발률이나 미용적 결과, 정상조직 부작용 면에서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결과를 보였고, 환자 편의성도 높고 비용도 덜 듭니다.[3] 이런 이유로 캐나다에서는 유방보존술 후 전유방 방사선치료를 받는 환자의 75~85%가, 영국에서는 2014년 기준 91%가 저분할 일정으로 치료받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3] 다만 유방 크기가 크거나 현재 흡연 중이거나 재건을 위한 삽입물이 있는 등, 늦은 부작용 위험이 높은 일부 환자군에서는 여전히 좀 더 완만한 일정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3]
4 더 짧아지는 흐름: 5~10회 일정과 진행 중인 연구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1~2주 안에 5회에서 10회 정도로 끝내는 '초저분할' 일정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6년에 발표된 한 전향적 2상 임상시험은 유방보존술 후 전유방을 10회로 나눠 조사하는 일정의 실행 가능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15~16회보다도 더 짧은 일정을 표준 치료의 대안으로 확립할 수 있는지를 살피는 흐름의 한 예입니다.[7]
한편 림프절까지 포함하는 방사선치료(구역림프절조사)에 대해서는 저분할 방식의 근거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진행 중인 다기관 3상 시험 'HARVEST-adjuvant'는 유방보존술이나 전절제술 후 구역림프절조사가 필요한 환자 801명을 대상으로, 2.67 Gy씩 16회로 조사하는 저분할 방식과 2.0 Gy씩 25회로 조사하는 기존 방식을 비교해 5년 국소·구역 재발률이 서로 열등하지 않은지를 확인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4] 이런 시험들의 결과가 아직 다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역림프절까지 포함하는 경우의 일정 단축은 전유방 단독 조사보다는 근거가 더 축적되는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나이와 개인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고려
같은 저분할·초저분할의 흐름이라도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젊은 나이에 진단된 유방암 환자를 다룬 한 종설은, 이 연령대의 치료 결정이 재발 위험이나 방사선치료의 세부 방식(추가 조사 여부 포함) 면에서 고령 환자와 다르게 접근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2] 즉 나이 하나만으로 일정을 단순화하기보다,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과 재발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방사선치료를 줄이는(de-escalation) 흐름 전반에 대해서도 2025년 한 종설은 '통념과 실제'를 구분해서 짚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6] 일정을 줄이는 것과 치료 범위나 강도를 줄이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고, 어느 하나에서 안전성이 확인되었다고 해서 다른 영역까지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부분은 아직 계속 연구되고 있는 영역이라, "짧으면 다 안전하다"거나 "짧으면 다 부족하다"는 식으로 단순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6 비용과 효과 사이의 저울질
일정이 짧아지는 흐름에는 임상적 근거뿐 아니라 비용 문제도 함께 얽혀 있습니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발표된 건강경제성 평가 24건을 검토한 한 연구는, 저분할 방식이 기존 표준 방식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5] 다만 유방의 일부만 조사하는 부분유방조사(partial breast irradiation)에 대해서는 결과가 엇갈렸고, 수술 중 조사나 외부 방사선을 이용한 부분유방조사가 위험도가 낮은 환자군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편이지만, 건강상의 이득 자체는 전유방조사가 더 크다는 점도 함께 확인되었습니다.[5] 방사선치료 자체를 생략하는 경우는 비용 면에서는 가장 적게 들지만, 이는 극히 제한된 저위험군에서만 고려되는 선택지입니다.[5]
이런 건강경제성 분석은 국가별 의료제도와 수가 구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그대로 우리 상황에 옮겨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짧은 일정이 무조건 저렴하고, 무조건 남는 장사"라는 단순한 도식이 아니라, 치료 방식마다 비용과 효과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얽혀 있다는 점을 확인해두는 것만으로도 이후 상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5]
7 한국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대한방사선종양학회 유방암분과가 2018년에 발표한 전국 설문조사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유방암 방사선치료의 실제 진료 양상을 파악한 연구입니다.[8] 저분할 전유방조사, 가속부분유방조사 등 여섯 개 영역에 걸쳐 국내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들의 응답을 모은 결과, 기관과 의료진에 따라 치료 방식에 상당한 편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구역림프절조사나 상피내암(DCIS)에서의 방사선치료 생략 여부에 대해서는 표준화된 지침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제시되었습니다.[8] 이는 앞서 살펴본 국제적인 근거들이 국내 진료 현장에 반영되는 속도나 방식이 기관마다 다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담당 의료진에게 우리 병원, 우리 상황에서 택한 일정의 근거를 직접 물어보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방사선치료 횟수가 줄어들면 효과도 떨어지나요?
지금까지 발표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들은 저분할(15~16회) 방식이 기존 25회 방식과 비교해 국소재발 억제 효과나 안전성 면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근거를 보여주었습니다.[1][3] 다만 이는 전유방조사를 기준으로 한 근거이고, 구역림프절조사처럼 아직 결과가 다 나오지 않은 영역도 있습니다.[4]
더 짧은 일정(5~10회)은 저도 받을 수 있나요?
초저분할 일정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나이나 종양 특성, 재건 여부 등에 따라 적용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2][6] 담당 의료진과 개인 상황을 놓고 상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정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큰가요?
건강경제성 평가를 검토한 연구에 따르면 저분할 방식이 기존 방식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부분유방조사처럼 아직 결론이 엇갈리는 영역도 있습니다.[5]
한국에서도 저분할 방식이 표준인가요?
국내 조사에 따르면 병원과 의료진에 따라 실제 적용 방식에 편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 병원에서 택한 방식과 그 근거를 담당 의료진에게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8]
참고 자료
- Yarnold J. Changes in radiotherapy fractionation-breast cancer. Br J Radiol. 2019;92(1093):20170849. doi:10.1259/bjr.20170849. PubMed
- Meattini I, et al. Radiation therapy for young women with early breast cancer: Current state of the art. Crit Rev Oncol Hematol. 2019;137:143-153. doi:10.1016/j.critrevonc.2019.02.014. PubMed
- Koulis TA, Phan T, Olivotto IA. Hypofractionated whole breast radiotherapy: current perspectives. Breast Cancer (Dove Med Press). 2015;7:363-370. doi:10.2147/BCTT.S81710. PubMed
- Xie J, et al. Hypofractionated versus conventional intensity-modulated radiation irradiation (HARVEST-adjuvant): study protocol for a randomised non-inferior multicentre phase III trial. BMJ Open. 2022;12(9):e062034. doi:10.1136/bmjopen-2022-062034. PubMed
- Monten C, Lievens Y. Adjuvant breast radiotherapy: How to trade-off cost and effectiveness? Radiother Oncol. 2018;126:132-138. doi:10.1016/j.radonc.2017.11.005. PubMed
- Hennequin C, et al. [De-escalation of radiotherapy of infiltrating breast cancer: Myths and realities]. Bull Cancer. 2025. doi:10.1016/j.bulcan.2025.05.006. PubMed
- Xiang Y, et al. A prospective phase II trial of 10-fraction whole-breast radiotherapy following breast-conserving surgery. Clin Transl Radiat Oncol. 2026. doi:10.1016/j.ctro.2026.101149. PubMed
- Park HJ, et al. Patterns of Practice in Radiotherapy for Breast Cancer in Korea. J Breast Cancer. 2018;21(3):244-250. doi:10.4048/jbc.2018.21.e37. PubM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