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한 갈림길은 수술 방법이었습니다. 유방을 보존하며 암 부위만 절제하는 보존술을 택할지, 유방 전체를 들어내는 절제술을 택할지—의료진은 여러 선택지를 제시했지만, 최종 결정은 결국 환자와 가족의 몫이었습니다.
유방보존술(breast conserving surgery, BCS)은 유방 전체를 절제하지 않고 종양과 그 주변 정상 조직 일부만 제거해 유방의 형태를 남기는 수술입니다. 광절제술(lumpectomy) 또는 부분절제술(partial mastectomy)이라고도 부르며, 대부분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함께 받습니다. 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전절제술(mastectomy)과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두 수술법은 오랫동안 "생존율은 동등하다"는 전제 위에서 설명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전제의 근거가 된 임상시험은 대부분 1970~80년대에 시작된 것들입니다. 그 사이 항암제도, 방사선 치료 기술도, 병기 진단법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최근 발표된 대규모 관찰연구들은 이 오래된 전제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글은 의료진이 아닌 보호자가 직접 1차 문헌을 찾아 정리한 공부 기록입니다. 어떤 치료를 권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진료실에서 담당 의료진과 더 구체적으로 대화하기 위한 준비 자료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보존술과 절제술, 생존율에 차이가 있을까
보존술 후 방사선치료를 더하는 것과 절제술을 동등한 선택지로 보는 관행은, 1970~80년대에 설계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들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2024년 영국 브리스톨대학 연구진이 2000년 이후 발표된 관찰연구 35건, 환자 90만 9077명의 자료를 모아 다시 분석한 결과는 조금 다른 그림을 보여주었습니다.[1] 보존술과 방사선치료를 함께 받은 환자군의 전체 생존율이 절제술만 받은 환자군보다 높게 나타난 것입니다(위험비 0.72, 95% 신뢰구간 0.68~0.75).
다만 연구진 스스로도 이 결과의 확실성을 "매우 낮음(very low certainty)"으로 평가했습니다.[1] 관찰연구는 애초에 보존술을 선택할 수 있었던 환자들—병기가 낮고 전신 상태가 좋은 경우가 많은—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이 결과를 환자에게 알리고 함께 상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1] 즉 "보존술이 더 안전하다"는 확정이 아니라, "적어도 절제술보다 불리하지는 않다"는 오래된 통념을 재확인하는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보존술을 선택했다면, 방사선치료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보존술을 받으면 대개 수술 부위를 포함한 유방 전체에 방사선치료를 추가합니다. 전통적으로는 6주 가까이 매일 통원하며 낮은 선량을 여러 번 나눠 쐬는 방식이 표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총 치료 기간을 2~3주로 줄이는 저분할(hypofractionation) 방식이 널리 도입되고 있습니다. 덴마크유방암그룹이 진행한 DBCG HYPO 3상 시험은 15회로 나눠 쐬는 저분할 방식이 25회로 나눠 쐬는 표준 방식과 비교해 3년 뒤 유방 경화 등 부작용 발생에서 열등하지 않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설계됐습니다.[5] 치료 횟수를 줄이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런 비열등성 검증은 실질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방사선치료에 "추가 선량(boost)"을 더할지도 논의 대상입니다. 유럽암연구치료기구(EORTC)가 20년간 추적한 무작위 배정 시험에서, 종양이 있던 자리에 추가 선량을 더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20년 누적 국소재발률이 낮았습니다(12.0% 대 16.4%). 그러나 중등도 이상의 섬유화 발생률은 오히려 더 높았고(5.2% 대 1.8%), 전체 생존율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6] 연구진은 이 추가 선량의 이득이 젊은 환자에서 가장 크고, 60세 이상에서는 대부분 생략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6]
치료 부위를 종양이 있던 사분면으로만 좁히는 부분유방조사(APBI)도 연구되어 왔습니다. 미국 NSABP B-39/RTOG 0413 3상 시험은 APBI가 전체 유방 방사선치료와 동등한 수준으로 국소재발을 막는지를 검증했는데, 10년 국소재발률이 각각 4.6%와 3.9%로 그 차이는 1%포인트 미만이었지만 통계적으로는 "동등하다"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7] 한편 관 상피내암(DCIS)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RTOG 9804 시험에서는, 저위험군으로 분류된 환자라도 방사선치료를 추가한 쪽이 관찰만 한 쪽보다 7년 국소재발률이 낮았습니다(3.5% 대 6.7%).[4] 방사선치료의 "생략 가능성"은 병리학적 위험도에 따라 결이 다르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모양까지 고려하는 수술법: 종양성형술
보존술 범위가 넓어지면 유방 모양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우려를 줄이기 위해 성형외과적 기법을 접목한 종양성형 보존술(oncoplastic BCS)이 점차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21년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은 종양성형 보존술의 국소재발률이 표준 보존술이나 절제술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습니다.[3]
다만 저자들은 이 결론의 근거가 대부분 무작위 배정이 아닌 관찰연구에서 나온 것이라는 한계를 분명히 했습니다.[3] 반면 미용적 결과와 환자가 직접 평가한 만족도는 종양성형 기법을 쓴 경우 더 나은 경향을 보였다고 정리했습니다.[3] 즉 "암을 안전하게 없앤다"는 목표는 표준 보존술과 다르지 않되, 그 이후의 삶의 질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겨드랑이 림프절 검사, 모든 환자에게 꼭 필요할까
림프절로 암이 퍼졌는지 확인하는 감시림프절 생검(SLNB)은 오랫동안 유방 수술의 기본 절차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감시림프절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더라도 곧바로 겨드랑이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제거하지 않는 흐름이 자리 잡으면서, "검사 결과가 치료 방침을 바꾸지 않는다면 검사 자체가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진행 중인 BOOG 2013-08 다기관 무작위 비열등성 시험은 임상적으로 림프절 전이가 없어 보이는 T1~2 보존술 환자를 대상으로, 감시림프절 생검을 시행한 군과 생략하고 경과만 관찰한 군을 비교하고 있습니다.[8] 1차 평가지표는 5년 뒤 국소·구역 재발률입니다.[8] 아직 결론이 나온 시험은 아니지만, "더 많이 검사하는 것이 항상 더 안전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질문 자체가 눈여겨볼 만합니다.
항암치료를 수술 전에 받으면 보존술 가능성이 높아질까
항암화학요법을 수술 전(신보조, neoadjuvant)에 받을지 수술 후(보조, adjuvant)에 받을지도 보존술 여부에 영향을 줍니다. 조기유방암시험협력그룹(EBCTCG)이 10개 무작위 시험, 4756명의 개인 자료를 모아 분석한 결과, 같은 항암제를 수술 전에 투여한 그룹은 수술 후에 투여한 그룹보다 국소재발률이 유의하게 높았습니다. 그러나 이 차이는 원격재발이나 전체 생존율의 차이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2] 즉 항암제 투여 순서를 바꾸는 것 자체는 생존에 손해도 이득도 주지 않으면서, 보존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의 비율은 늘리는 효과가 있었습니다.[2]
삼중음성유방암처럼 예후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아형에서는 최근 면역항암제를 더한 신보조요법도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실제 진료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 펨브롤리주맙을 포함한 KEYNOTE-522 요법을 받은 환자군의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은 59.3%로, 기존 항암요법군의 33.1%보다 뚜렷이 높았습니다.[9] 다만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이 높아졌다고 해서 실제 보존술 시행률까지 함께 늘어나지는 않았습니다(32.1% 대 33.1%, 유의한 차이 없음).[9] 암이 잘 사라지는 것과 수술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수술 전 항암치료 후에는 보존술이 안전할까—엇갈리는 근거들
국소진행 유방암에서 수술 전 항암치료로 종양을 충분히 줄인 뒤, 보존술과 절제술 중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한지는 아직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주제입니다. 2024년 발표된 한 메타분석은 10개 비교연구, 환자 5018명의 자료를 종합했는데, 절제술을 받은 환자군의 5년 전체 생존율과 무병 생존율이 보존술군보다 유의하게 높다고 보고했습니다.[10]
그러나 저자들 스스로도 이 결과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포함된 연구 대부분이 무작위 배정이 아닌 후향적 관찰연구였고, 절제술을 받은 환자군에 애초 종양 크기가 더 크거나 병기가 더 높은 환자가 많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즉 선택 편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10] 실제로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관찰연구나 이전 메타분석에서는 두 수술법 사이에 생존율 차이가 없다는 결과도 여럿 보고되어 왔습니다.[10] 이처럼 신보조항암치료 이후의 수술법 선택은 여전히 개별 환자의 종양 크기, 반응 정도, 병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담당 의료진과 논의해야 하는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Q. 보존술을 선택하면 방사선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하나요?
- 대부분의 임상시험에서 보존술은 방사선치료와 짝을 이루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었습니다.[1] 방사선치료의 방식(전체 유방·부분 유방·저분할)과 추가 선량 여부는 환자의 나이, 병리 소견에 따라 담당 의료진과 조정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4][5][6][7]
- Q. 겨드랑이 림프절 검사는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가요?
- 현재로서는 표준 절차로 자리 잡아 있지만, 임상적으로 전이가 의심되지 않는 일부 환자군에서는 생략 가능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입니다.[8]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므로, 담당 의료진의 판단을 따르는 것이 현재로선 안전합니다.
- Q. 항암치료를 수술 전에 받으면 보존술 확률이 높아지나요?
- 종양을 줄여 보존술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됩니다.[2][9] 다만 병리학적 완전관해가 나타난다고 해서 자동으로 보존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9] 종양 위치나 크기, 환자의 선호가 함께 고려됩니다.
- Q. 수술 전 항암치료 후에는 절제술이 더 안전한가요?
- 이 질문에 대한 근거는 아직 엇갈립니다.[10] 관찰연구의 특성상 애초 병기가 높은 환자가 절제술을 더 많이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어, 수술법 자체의 문제인지 환자군의 차이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개별 환자의 반응 정도와 병기를 바탕으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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