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형 치료의 진화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로 저는 약사로서도, 보호자로서도 같은 질문을 계속 마주했습니다. "왜 같은 유방암인데 어떤 사람은 이 약을 쓰고, 어떤 사람은 완전히 다른 약을 쓰는 걸까." 진료실에서 짧게 설명을 듣고 나면 고개는 끄덕였지만, 집에 돌아와 곱씹으면 궁금한 게 더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논문을 하나씩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그 공부의 기록입니다. 해외주재원으로 지내며 진료를 준비할 때마다, 국내외 문헌을 뒤져 다음 진료에서 물어볼 질문을 정리해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아내의 재건 수술은 2026년 7월에 마무리되었고, 지금은 다음 단계를 함께 상의하는 시기입니다. 제가 정리한 내용이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 글은 진료 지침이 아닙니다. 실제 치료 여부와 방법은 담당 의료진이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보고 판단할 문제입니다. 다만 "개인 맞춤형 치료"라는 말이 최근 몇 년 사이 유방암 치료를 어떻게 바꿔왔는지, 그 흐름을 이해하면 진료실에서의 대화가 조금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거의 치료 방식과 그 한계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유방암 치료는 지금보다 훨씬 단순한 틀 안에서 이뤄졌습니다. 종양의 크기와 림프절 전이 여부, 병기 같은 임상 정보를 기준으로 항암화학요법과 수술, 방사선치료를 조합하는 방식이 큰 줄기였습니다. 2014년에 발표된 한 종설은 당시 유방암 치료가 유전체 정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비교적 획일적인 프로토콜에 의존하고 있었다고 지적합니다[4]. 같은 해 나온 또 다른 종설도 유방암을 하나의 병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여러 질환의 집합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인식이 이 무렵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합니다[10].

이 시기의 논문들이 공통으로 짚는 지점은, 같은 병기·같은 조직학적 등급의 환자라도 실제 치료 반응과 예후가 크게 갈린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종양의 유전자 발현 패턴, 돌연변이 프로파일 같은 분자생물학적 정보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4], [10]. 이후 10년 동안 이어진 변화의 방향은 결국 "환자를 병기로만 나누지 말고,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으로 다시 나누자"는 것이었습니다.

생체표지자로 시작된 변화 — ER·PR·HER2·Ki-67

개인 맞춤형 치료의 가장 오래되고 익숙한 출발점은 에스트로겐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수용체(PR), HER2, 그리고 세포증식지표인 Ki-67입니다. 2022년 발표된 종설은 이 네 가지 표지자가 유방암을 치료군으로 나누는 기준일 뿐 아니라, 특정 표적치료의 반응을 예측하는 지표로도 함께 쓰이고 있다고 정리합니다[3]. 같은 논문은 HER2 검사 결과가 단순히 양성과 음성으로 나뉘지 않고, HER2 "로우(low)"나 HER2 이질성처럼 더 세분화된 개념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짚습니다[3].

바이오마커를 둘러싼 논의가 병리과의 역할을 크게 넓혀놓았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위 종설에 따르면 정밀의료 시대에 접어들면서 병리의사는 단순히 암을 진단하는 데서 나아가, 어떤 표적치료가 적합한지를 가늠하는 복잡한 판독 체계를 다루는 역할까지 맡게 되었습니다[3]. 저 역시 병리 보고서에 적힌 ER·PR·HER2·Ki-67 수치를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이 네 글자가 이후 치료 방향을 가르는 갈림길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삼중음성유방암, 하나의 병이 아니다

ER·PR·HER2가 모두 음성으로 나오는 삼중음성유방암(TNBC)은 오랫동안 "표적이 없는 유방암"으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2019년 발표된 465명 규모의 코호트 연구는 삼중음성유방암도 유전자 발현 패턴에 따라 뚜렷이 구분되는 네 가지 아형으로 나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루미널 안드로겐수용체(LAR)형, 면역조절(IM)형, 기저형 면역억제(BLIS)형, 중간엽(MES)형으로 명명했습니다[6]. 각 아형은 서로 다른 잠재적 치료 표적과 연관되어 있었는데, 예를 들어 LAR형은 ERBB2(HER2 유전자) 체세포 돌연변이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6].

이 분류는 삼중음성유방암이라는 하나의 진단명 아래, 사실은 생물학적으로 다른 여러 질환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보여준 셈입니다. 저는 이 논문을 읽으면서, 같은 삼중음성유방암 진단을 받은 두 환자의 치료 계획이 왜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처음으로 납득이 갔습니다. 아형 분류는 그 자체로 치료법은 아니지만, 이후 임상시험 설계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분류에서 치료로 — FUTURE 임상시험이 보여준 것

분류가 실제 치료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려면 임상시험이 필요합니다. 앞선 아형 분류를 기반으로 설계된 FUTURE 임상시험은 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69명을 대상으로, 아형과 유전체 바이오마커에 따라 일곱 개의 치료군 중 하나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5]. 전체 환자군의 객관적 반응률은 29.0%였는데, 이 가운데 면역조절형 환자에게 항PD-1 면역항암제와 냅파클리탁셀을 병용한 군의 반응률이 52.6%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5].

같은 연구는 혈관내피성장인자수용체(VEGFR) 표적 병용군에서도 26.1%의 비교적 양호한 반응률이 확인되었지만, 3등급 이상의 중증 이상반응이 다른 군보다 더 많이 발생했다고 보고합니다[5]. 이는 반응률만으로 치료를 판단할 수 없고, 부작용과 삶의 질까지 함께 저울질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저희 부부가 진료실에서 "이 조합이 효과가 좋다"는 말만큼이나 "부작용은 어느 정도인가"를 함께 묻게 된 것도 이런 자료들을 읽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아형에 맞춰 골랐더니 반응률이 갈렸다 — 그리고 부작용도 같이 갈렸다

FUTURE 임상시험 · 앞선 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69명을 아형과 유전체 표지자에 따라 일곱 개 치료군 중 하나에 배정했다. 막대는 객관적 반응률(0~60%).

전체 환자군

29.0%

면역조절(IM)형 — 항PD-1 면역항암제 + 냅파클리탁셀

52.6%

VEGFR 표적 병용군

26.1%
3등급 이상 중증 이상반응이 다른 군보다 더 많이 발생

반응률이 높은 쪽이 곧 나은 선택은 아닙니다. 69명을 일곱 군으로 나눈 결과라 각 군의 인원은 매우 적고, 본문에는 군별 인원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 수치는 여러 치료를 거친 뒤의 전이성 환자군에서 나온 값이며, 처음 치료를 시작하는 상황에 그대로 옮길 수 없습니다.

출처: 본문에 실린 FUTURE 임상시험 결과 [5]

대사경로로 본 또 다른 분류 — 삼중음성유방암의 에너지 대사

유전자 발현만이 유방암을 나누는 유일한 기준은 아닙니다. 2021년 발표된 한 연구는 465개 삼중음성유방암 검체의 대사 관련 유전자 발현을 분석해, 지질대사가 두드러지는 지방생성(lipogenic)형, 탄수화물·뉴클레오타이드 대사가 활발한 해당(glycolytic)형, 두 특성이 섞인 혼합형까지 세 가지 대사 아형을 새롭게 제시했습니다[7]. 이 분류는 앞서 소개한 유전자 발현 기반 아형 분류와는 다른 축에서 종양을 바라본 결과로, 같은 종양이라도 어떤 잣대로 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결이 드러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연구진은 이 대사 아형별로 서로 다른 대사 억제제에 대한 민감도가 나타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7]. 아직 임상에서 널리 쓰이는 단계는 아니지만, 유전체 정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던 치료 반응의 차이를 대사라는 새로운 축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합니다.

같은 삼중음성유방암을 두 개의 다른 자로 재면

공교롭게도 두 연구 모두 465라는 수의 검체를 다뤘지만, 나눈 기준이 서로 다르다.

자 ①  유전자 발현 · 2019년

465명 코호트를 네 아형으로

루미널 안드로겐수용체(LAR)형ERBB2(HER2 유전자) 체세포 돌연변이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면역조절(IM)형FUTURE 시험에서 면역항암제 병용 반응률이 가장 높았던 군

기저형 면역억제(BLIS)형

중간엽(MES)형

자 ②  대사 경로 · 2021년

465개 검체를 세 아형으로

지방생성(lipogenic)형지질대사가 두드러진다

해당(glycolytic)형탄수화물·뉴클레오타이드 대사가 활발하다

혼합형두 특성이 섞여 있다

연구진은 아형별로 서로 다른 대사 억제제에 대한 민감도가 나타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두 분류가 서로 어떻게 겹치는지는 본문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같은 종양이라도 어떤 잣대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결이 드러난다는 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며, 대사 아형은 아직 임상에서 널리 쓰이는 단계가 아닙니다.

출처: 본문에 실린 삼중음성유방암 아형 연구 [6] 와 대사 아형 연구 [7]

호르몬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맞춤 전략

유방암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호르몬수용체(HR) 양성·HER2 음성 유형입니다. 2026년 발표된 종설에 따르면 이 유형의 전이성 유방암은 5년 전체생존율이 약 32%로, 여러 임상적·생물학적 요인에 따라 편차가 크다고 설명합니다[2]. 같은 논문은 내분비요법이 여전히 치료의 근간이지만 거의 모든 환자가 결국 내성을 획득하게 되며, 이 내성에 대응하기 위해 생물학적 표적치료제와 새로운 세대의 세포독성항암제가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정리합니다[2].

특히 이 종설은 내성을 유발하는 유전체 변이가 임상 정보와 함께 치료 선택을 안내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2]. 즉 치료가 진행되며 종양이 변화하면 그에 맞춰 다음 치료도 다시 조정되는, "따라가는" 방식의 맞춤 치료가 이 유형에서는 특히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처음 진단받았을 때의 치료 계획이 시간이 지나며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특성도 치료 설계에 들어오다

종양의 분자적 특성 못지않게, 환자 개인의 배경도 치료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최근 늘고 있습니다. 2024년 발표된 773명 규모의 중국인 유방암 다중오믹스 연구는, 백인 환자군과 비교했을 때 아시아인 환자군에서 표적치료가 가능한 AKT1 돌연변이가 더 자주 발견되었고, HER2 양성 비중과 ERBB2 증폭 빈도도 더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합니다[8]. 이는 인종적 배경에 따라 유전체 특성의 분포가 달라질 수 있고, 이것이 치료 표적의 우선순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체질량지수(BMI) 같은 대사적 요인도 마찬가지입니다. 2023년 발표된 2천여 명 규모의 연구는 비만 환자의 유방암에서 노화가 가속화된 듯한 유전적 특징과 함께, 종양미세환경 내 염증 반응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보고했습니다[9].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의 체질량지수가 유방암의 생물학적 다양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치료 계획을 세울 때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합니다[9].

한편 맞춤 치료가 정교해질수록,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할 때 생기는 상호작용도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2025년 발표된 종설은 CDK4/6 억제제 계열 약물(팔보시클립, 리보시클립, 아베마시클립)이 대부분 CYP3A4라는 간 효소를 통해 대사되기 때문에, 함께 복용하는 다른 약물에 따라 효과나 부작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정리합니다[1]. 특히 리보시클립은 QTc 연장이라는 심전도 이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 위험군 환자에서는 심전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1]. 약사로서 이 부분을 읽으며, 처방받은 약뿐 아니라 함께 복용하는 다른 약과 건강기능식품까지 진료 때마다 빠짐없이 알리는 습관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개인 맞춤형 치료를 받으면 반드시 효과가 더 좋은가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FUTURE 임상시험에서도 치료군에 따라 반응률이 크게 갈렸고, 반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군에서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5]. "맞춤"이라는 말은 종양의 특성에 더 잘 들어맞는 선택지를 찾으려는 시도이지, 모든 환자에게 확실한 효과를 보장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Q. 유전자 검사를 하면 제 암이 어떤 아형인지 바로 알 수 있나요?

A.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점점 늘고 있지만, 여기서 소개한 아형 분류나 대사 프로파일링이 모든 병원에서 일상적으로 시행되는 검사는 아닙니다[6], [7]. 어떤 검사가 필요하고 가능한지는 담당 의료진과 직접 상의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Q. 체질량지수나 인종적 배경 같은 요인도 검사로 확인하나요?

A. 체질량지수는 이미 진료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악되는 정보이고, 인종적 배경에 따른 유전체 특성 차이는 개별 환자보다는 집단 단위 연구에서 확인된 경향입니다[8], [9]. 이런 요인이 개별 환자의 치료 결정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사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Q. 이 글에서 소개한 치료법을 담당 의료진에게 요청해도 되나요?

A. 이 글은 문헌을 바탕으로 치료의 흐름을 정리한 공부 기록이며, 특정 치료를 권하거나 중단을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어떤 검사나 치료가 실제로 필요한지는 환자의 상태를 직접 보는 담당 의료진만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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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Zu

OnZu (보호자)

아내의 유방암 진단 이후, 식이와 생활을 직접 공부하며 기록하는 보호자입니다. 모든 글은 발표된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하며, 의학적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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