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조직 검사 결과지를 처음 받아 든 날, 가장 눈에 들어온 숫자는 병기도 크기도 아니라 "HER2"라는 세 글자였다. 이 수치 하나로 치료 방향이 크게 갈린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검사 결과라는 것이 실험실에서 한 번 찍어내면 끝나는 절대값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HER2 검사는 유방암 치료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검사 중 하나이면서도, 동시에 재검사·재판독 이야기가 유독 많이 따라붙는 검사이기도 하다. 같은 조직을 다른 실험실에 보내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생검 조직과 수술 후 조직의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보호자 입장에서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진료실에서 의사의 설명을 듣는 태도부터 달라지게 만든다.
이 글은 의료진의 판단을 대신하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발표된 연구들을 통해 HER2 검사에서 거짓 양성·거짓 음성이 왜, 어느 지점에서 생길 수 있는지를 보호자의 눈높이에서 정리한 공부 기록이다. 진료실에서 "이 결과, 다시 확인해볼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목표다.
HER2 검사는 무엇을, 어떻게 재는가
HER2는 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의 이름이자, 그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유전자가 많이 복제되어 있으면(증폭) 세포 표면의 HER2 단백질도 그만큼 많아지고(과발현), 이런 종양은 HER2를 표적으로 하는 약제의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병리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를 확인한다. 하나는 면역조직화학염색(IHC)으로 단백질의 양을 0, 1+, 2+, 3+ 네 단계로 점수 매기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형광제자리부합법(FISH)으로 유전자 복제 수 자체를 세는 방법이다.
문제는 이 두 검사 모두 사람이 현미경으로 판독하거나, 조직 처리 과정의 미세한 차이에 영향을 받는 검사라는 점이다. 여러 병원의 병리의사들이 까다로운 FISH 사례 10건을 놓고 함께 판독했을 때, 완전히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경우는 10건 중 4건에 그쳤다는 보고가 있다.[1] 종양 안에서 세포마다 HER2 신호가 들쭉날쭉하거나, 특정 부위에만 증폭된 클론이 섞여 있는 경우처럼 애초에 판독 자체가 어려운 사례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같은 조직, 다른 검사실 — 판독자 간 차이
HER2 검사는 기계가 자동으로 숫자를 뽑아내는 검사가 아니라, 염색된 슬라이드를 사람이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그래서 지역 병원과 중앙(참조) 검사실의 결과를 비교하는 연구들이 꾸준히 나온다. 한 다기관 연구에서는 지역 병원에서 HER2 양성(3+)으로 판정된 143건을 중앙 검사실에서 IHC와 FISH로 다시 확인했는데, 재검사 후 최종적으로 양성으로 분류된 사례는 88%(126건), 음성으로 재분류된 사례는 12%(17건)였다.[3] 처음 판정과 재검사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특정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검사 방식 자체가 가진 특성이라는 의미다.
같은 슬라이드를 여러 병리의사가 나눠 보는 상황에서도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검사 결과지에 적힌 숫자 하나를 절대적인 사실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이 판정에 이견의 여지가 있는 구간이었는지" 물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다.
생검 조직과 수술 조직 — 같은 사람인데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진단 초기에는 바늘로 조직 일부만 떼어내는 코어 생검을 하고, 이후 수술을 하면 그 조직 전체를 다시 검사하는 경우가 많다. 두 시점의 결과가 항상 같지는 않다. 961명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분석에서는 코어 생검과 수술 조직 사이의 바이오마커 재검사 결과, 특히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HER2를 다시 검사하는 것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를 다시 검사하는 것보다 치료 결정에 더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2] 즉 이 연구는 코어 생검 결과 하나로 끝내지 않고, 필요한 경우 수술 후 조직에서 특정 바이오마커를 재확인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498명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는 조직 미세배열을 이용해 IHC와 FISH 두 방법 사이의 전체 일치율이 93.8%였고, 서로 다른 조직 블록에서 얻은 결과끼리 비교했을 때는 IHC가 93.6%, FISH가 98.0%의 일치율을 보였다고 보고했다.[5] 일치율이 90%대 후반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결과가 안정적이라는 뜻이면서도, 동시에 소수의 사례에서는 여전히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검사 키트와 항체, 이름이 다르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같은 IHC라도 어떤 항체와 시약 키트를 쓰느냐에 따라 민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보호자 입장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이다. 한 연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키트와, 같은 항체를 쓰되 병원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검사법(실험실 자체 개발 검사)을 나란히 비교했다. FISH로 확인했을 때 실제 HER2 양성이었던 22건 가운데, FDA 승인 키트는 5건을 음성으로 판정했지만 자체 개발 검사법은 단 한 건도 놓치지 않았다. 이 5건은 다른 인증 검사실에서 같은 FDA 키트로 재검사했을 때도 여전히 음성으로 나왔다.[7] 즉 공인된 키트라고 해서 민감도가 항상 가장 높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키트 사이의 비교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HercepTest 계열의 새 항체와 또 다른 상용 항체(PATHWAY 4B5)를 119건의 검체로 비교한 연구에서는, HER2 음성군과 양성군을 크게 나누는 기준에서는 98.2%로 높은 일치율을 보였지만, 0/1+/2+/3+ 네 단계 점수를 세부적으로 완전히 일치시킨 경우는 69.7%(83건)에 그쳤다.[8] 큰 방향(양성이냐 음성이냐)은 대체로 일치해도, 세부 점수 단계에서는 검사 키트 간 차이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 병리와 인공지능, 사람의 눈을 보완하는 도구
최근에는 슬라이드를 디지털 이미지로 스캔한 뒤 소프트웨어로 반자동 분석하거나, 인공지능 모델이 HER2 점수를 함께 매기도록 돕는 연구들이 늘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IHC 2+로 판정된 애매한 사례 77건 가운데, 현미경 판독과 반자동 이미지 분석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온 경우가 13건(17%)이었고, 그 차이의 상당수는 세포질 염색이나 조직이 눌린 인공물(artifact) 같은 판독을 방해하는 요인 때문이었다.[4] 디지털 도구가 사람의 판독을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 판독을 방해하는 요인을 함께 짚어주는 보조 수단으로 다뤄지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딥러닝 모델이 세 명의 숙련된 병리의사가 낸 평균 판정보다 정답(참조 표준)과의 일치도가 더 높게 나타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9] 다만 이 연구 역시 결론에서 인공지능이 어려운 HER2-저발현 사례의 판독을 "보조"할 수 있다고 표현했을 뿐, 사람의 최종 판단을 대체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형태학적 특징이나 특정 염색 인공물이 여전히 사람과 모델 사이의 불일치 원인으로 남아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판정 기준 자체가 바뀌면 같은 조직도 다르게 분류된다
검사 기술뿐 아니라,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지침 자체가 시간이 지나며 바뀐다는 점도 짚을 필요가 있다. 미국임상종양학회·미국병리학회(ASCO/CAP)는 2013년 지침을 2018년에 개정했는데, 657건의 유방암 사례를 대상으로 두 지침을 적용해 비교한 연구에서는 2013년 기준 IHC 애매(equivocal) 판정을 받았던 사례 67건 전부가 2018년 개정 FISH 기준으로는 음성으로 재분류됐고, mRNA 발현을 보는 Oncotype DX 검사 결과와도 일치했다.[6] 같은 조직 샘플이라도 어느 해의 판정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애매함"에서 "음성"으로 분류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지침 개정은 임의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애매한 구간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이뤄진다. 다만 보호자 입장에서는 결과지에 적힌 판정이 언제, 어떤 버전의 지침으로 내려진 것인지 궁금해할 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HER2 결과가 병원마다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게 흔한 일인가요?
드물지 않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판독자 간, 검사실 간, 검사 키트 간 차이를 보고한 연구들이 여러 편 존재한다.[1][3][8] 다만 대부분의 연구에서 큰 방향(양성 대 음성)의 일치율은 90% 안팎으로 높은 편이고, 세부 점수 단계나 애매한 경계 사례에서 불일치가 더 자주 나타난다.
Q. 결과가 애매하면 재검사를 요청해도 되나요?
재검사나 다른 방법(IHC 애매 시 FISH 추가 등)으로 확인하는 것은 실제로 여러 지침과 연구에서 다뤄지는 절차다.[6] 다만 언제 재검사가 필요한지는 개별 병리 소견과 담당 의료진의 판단에 달려 있으므로, 궁금한 점은 진료 시 직접 문의하는 것이 정확하다.
Q. IHC와 FISH 중 어느 쪽이 더 정확한가요?
둘 중 하나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두 방법은 측정 대상(단백질 대 유전자)이 다르고, 연구마다 상황에 따라 두 방법 사이에 90%대의 일치율이 보고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5] 그래서 IHC 2+처럼 애매한 결과가 나오면 FISH로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 함께 쓰인다.
Q. 'HER2-저발현(HER2-low)'이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나요?
HER2가 과거 기준으로는 '음성'으로 분류되던 IHC 1+, 또는 IHC 2+이면서 FISH가 음성인 경우를 가리키는 용어다. 최근 이 그룹을 겨냥한 치료제 연구가 늘면서 판독의 정확성이 더 중요해졌다는 점이 여러 연구의 배경으로 언급된다.[8][9] 이 그룹에 해당하는지, 어떤 치료가 적절한지는 담당 의료진과 논의할 사안이다.
참고 자료
- Grimm EV, et al. HER2 Testing: Insights From Pathologists' Perspective on Technically Challenging HER2 FISH Cases. Appl Immunohistochem Mol Morphol. 2021. doi:10.1097/PAI.0000000000000946.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4282066/
- Slostad JA, et al. Concordance of breast cancer biomarker testing in core needle biopsy and surgical specimens: A single institution experience. Cancer Med. 2022. doi:10.1002/cam4.4843.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5733293/
- Jonjić N, et al. Interlaboratory concordance in HER-2 positive breast cancer. Acta Clin Croat. 2015.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27017723/
- Liao CC, et al. Semi-automated analysis of HER2 immunohistochemistry in invasive breast carcinoma using whole slide images: utility for interpretation in clinical practice. Pathol Oncol Res. 2024. doi:10.3389/pore.2024.1611826.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9267995/
- Furrer D, et al. Concordance of HER2 Immunohistochemistry and 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n Using Tissue Microarray in Breast Cancer. Anticancer Res. 2017. doi:10.21873/anticanres.11701.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28551685/
- McLemore LE, et al. HER2 testing in breast cancers: comparison of assays and interpretation using ASCO/CAP 2013 and 2018 guidelines. Breast Cancer Res Treat. 2021. doi:10.1007/s10549-021-06208-5.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3813685/
- Schneider F, et al. The FDA-Approved Breast Cancer HER2 Evaluation Kit (HercepTest; Dako) May Miss Some HER2-Positive Breast Cancers. Am J Clin Pathol. 2019. doi:10.1093/ajcp/aqy171.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0668632/
- Rüschoff J, et al. Comparison of HercepTest™ mAb pharmDx (Dako Omnis, GE001) with Ventana PATHWAY anti-HER-2/neu (4B5) in breast cancer: correlation with HER2 amplification and HER2 low status. Virchows Arch. 2022. doi:10.1007/s00428-022-03378-5.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5970977/
- Bannier PA, et al. Development of a deep-learning model tailored for HER2 detection in breast cancer to aid pathologists in interpreting HER2-low cases. Histopathology. 2024. doi:10.1111/his.15274.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9004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