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사가 필요한 경우

재발이나 전이 소식을 들으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그래서 이제 뭘 해야 하나"입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종종 돌아오는 대답은 치료 계획이 아니라 "새로 생긴 병소를 다시 한번 조직검사 해보자"는 제안입니다. 이미 몇 년 전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어떤 아형인지도 알고 있는데, 왜 또 바늘을 꽂아야 하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도 아내의 재발 소식을 들었을 때 같은 의문을 가졌습니다. 원발 병소에서 이미 에스트로겐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수용체(PR), HER2 검사를 다 마쳤는데, 몇 년이 지나 다른 부위에 생긴 병소를 또 검사해야 한다는 게 처음에는 중복 절차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자료를 찾아볼수록, 이 재검사가 단순한 확인 절차가 아니라 치료 방향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정보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의료진이 아닌 보호자가 논문을 직접 찾아 정리한 공부 기록입니다.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려는 것이 아니라, 담당 의료진과 나눌 대화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씁니다. 전문 용어는 최대한 풀어서 쓰되, 원문이 말하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했습니다.

원발암과 전이·재발 병소, 늘 같은 성격일까

유방암을 치료할 때 ER, PR, HER2 세 가지 수용체 상태는 어떤 약을 쓸지 결정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그런데 이 상태는 처음 진단 시점에 고정되어 있는 값이 아니라, 병이 진행되는 동안 바뀔 수 있는 값입니다.[1] 원발 병소에서 확인한 결과와 이후 재발·전이 병소에서 확인한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현상을 의학 문헌에서는 "수용체 불일치(receptor discordance)"라고 부릅니다.

이 때문에 여러 가이드라인은 전이 병소를 다시 조직검사해서 수용체 상태를 재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1] 다만 모든 전이 부위가 똑같이 접근하기 쉬운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뼈는 유방암이 가장 흔하게 전이하는 부위 중 하나이지만, 기술적으로 생검이 까다로운 부위로 꼽힙니다.[1] 재검사를 권유받았다면, 그 자체가 "처음 진단이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 이 병소가 어떤 성격인지 다시 확인해보자"는 뜻에 가깝습니다.

얼마나 자주 달라지는가 — 세 연구가 보여주는 수치

수용체 상태가 "가끔" 달라지는 정도인지, "흔히" 달라지는 정도인지는 실제로 중요한 질문입니다. 중국 상하이의 한 암센터에서 원발 유방암과 이에 대응하는 뼈전이 조직을 짝지어 분석한 연구에서는, 이전 치료의 영향을 받아 수용체 전환이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1]

저장성의 한 암병원에서 전이성 유방암 환자 270명을 대상으로 진행성 전이 병소를 재생검한 연구는 조금 더 구체적인 숫자를 보여줍니다. 이 연구에서는 142명(52.6%)이 원발 병소와 다른 HR·HER2 상태를 보였고, 개별 수용체별로는 ER 20.70%, PR 37.78%, HER2 11.48%에서 불일치가 관찰되었습니다.[2] 방향을 나눠보면 양성에서 음성으로 바뀐 경우가 ER 14.81%, PR 26.67%, HER2 4.07%였고, 반대로 음성에서 양성으로 바뀐 경우는 ER 5.93%, PR 11.11%, HER2 7.41%였습니다.[2] 즉 대체로 수용체를 "잃는" 방향이 "얻는" 방향보다 많았습니다.

인도의 한 단일기관에서 진행한 연구는 흥미로운 구분을 제시합니다. 진행 시점에 채취한 조직은 국소재발 41.18%, 원격전이 58.82%로 나뉘었고, 판정 점수 자체가 달라진 비율은 ER 47%, PR 68.6%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양성이 음성으로, 또는 음성이 양성으로" 완전히 뒤바뀐 진짜 전환은 ER 9.8%, PR 21.56%, HER2 5.88%에 그쳤습니다.[3] 이 구분은 뒤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숫자만 보고 지레 겁먹지 않기 위해 기억해둘 만한 지점입니다.

왜 달라지는가 — 종양의 변화인가, 측정의 한계인가

수용체 상태가 바뀌는 이유는 한 가지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저장성 연구에서는 항암화학요법(P=0.0192)과 내분비요법(P=0.048)이 HR 상태 전환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보조 내분비요법이 PR 불일치와, 항암화학요법이 ER 불일치와 관련이 있었습니다.[2] 즉 치료 자체가 종양의 생물학적 성격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인도 연구가 보여준 "판정 점수 변화(47~68.6%)"와 "실제 양·음성 전환(9.8~21.56%)" 사이의 큰 격차는, 관찰된 불일치 중 일부가 종양 자체의 생물학적 변화라기보다 검체의 특성이나 판정 기준의 미세한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3] 다시 말해 "불일치"라는 단어가 곧바로 "완전히 다른 암이 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판정 경계선 근처에 있던 값이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살짝 넘어갔을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숫자 하나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

세 편의 연구를 나란히 놓고 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같은 "불일치"를 이야기하면서도 연구마다 대상 환자군, 전이 부위, 판정 기준이 달랐고, 그 결과로 보고된 수치도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저장성 연구의 HER2 불일치 11.48%와 인도 연구의 PR 판정 변화 68.6%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2][3] 이는 어느 한쪽이 틀렸다기보다 측정 대상과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인터넷에 떠도는 "불일치율 몇 퍼센트"라는 숫자 하나만 보고 우리 상황을 미리 판단하기보다는, 그 숫자가 어떤 환자군과 어떤 기준에서 나온 것인지를 함께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보호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배경까지 정확히 이해한 다음, 담당 의료진에게 우리 상황에 맞는 해석을 물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용체가 바뀌면 예후와 치료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수용체 상태 변화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실제 생존 결과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뼈전이 연구에서는 호르몬수용체(HR) 발현 소실이 있었던 경우 1차 치료 무진행생존기간(보정 위험비 3.271, P=.039)과 전체생존기간(보정 위험비 6.09, P=.011) 모두에서 더 나쁜 결과와 유의미하게 연관되었습니다.[1] 같은 연구는 원발 병소가 HER2-0이었던 환자가 뼈전이를 재생검했을 때, 새로운 항체-약물접합체(ADC) 계열 치료에서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이는 개별 연구의 관찰이며, 특정 치료를 권하는 근거로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1]

저장성 연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됩니다. 원발 병소에서 전이 병소로 가면서 ER 상태가 바뀐 경우는 전체생존기간과 유의미한 관련이 있었고(P=0.002), HR을 지속적으로 유지한 경우보다 HR을 잃은 경우의 예후가 유의미하게 나빴습니다(P=0.023). 다변량분석에서도 HR 소실과 삼중음성으로의 전환은 독립적인 예후 인자로 확인되었습니다(HR 소실의 위험비 1.78, 95% 신뢰구간 1.02–3.1, P=0.0409).[2] 이 연구는 논의 부분에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지침이 가능하다면 재발·전이 시점의 ER·PR·HER2 상태를 근거로 치료를 결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언급합니다.[2]

참고로 이 저장성 연구에 포함된 270명 환자군 전체의 중앙 전체생존기간은 54개월(95% 신뢰구간 47.8–60.2개월)이었고, 1년·3년·5년·10년 생존율은 각각 98.6%, 74.5%, 39.7%, 12.1%였습니다.[2] 이 숫자는 이 연구에 참여한 특정 환자군의 결과이며, 다른 병원·다른 환자군에 그대로 적용되는 값이 아니라는 점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검사가 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그럼 재발할 때마다 무조건 다시 검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병소의 위치, 크기, 접근성에 따라 재생검이 어렵거나 위험 부담이 큰 경우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뼈전이는 유방암에서 흔한 전이 부위이면서도 기술적으로 생검이 까다로운 대표적인 예로 꼽힙니다.[1]

인도 연구에서도 진행 시점의 생검이 국소재발(41.18%)과 원격전이(58.82%)로 나뉘어 이루어졌다는 점은, 재검사가 한 가지 정형화된 방식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3] 재생검이 권유되었는데 실제로는 다른 방식(영상검사 추적 등)으로 대신하자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이유를 담당 의료진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확인해볼 만한 질문들

보호자로서 준비해 갈 만한 질문은 크게 세 갈래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지금 권유받은 재검사가 조직검사인지, 다른 방식인지, 그리고 어느 부위를 대상으로 하는지입니다. 둘째,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그 결과가 실제로 치료 방침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지입니다. 셋째, 만약 재검사가 기술적으로 어렵거나 위험 부담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입니다.

수치를 준비해 가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예컨대 "불일치율이 몇 퍼센트라던데 우리 경우에도 해당될까요"라고 묻기보다는, "지금 이 부위에서 수용체 상태가 원발 병소와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고 보시는지, 그리고 그 가능성이 치료 계획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묻는 편이 더 구체적인 답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살펴본 수치들은 각기 다른 기관과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결과라, 우리 상황에 그대로 대입하기보다는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재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은 이전 진단이 틀렸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수용체 상태는 병이 진행되는 동안 실제로 바뀔 수 있는 값입니다.[1] 재검사는 오진을 바로잡는 절차가 아니라, 지금 이 시점의 병소가 어떤 성격인지 새로 확인하는 절차에 가깝습니다.

불일치율이 높다고 하면 예후가 무조건 나쁘다는 뜻인가요?

그렇게 단순화하기는 어렵습니다. 판정 점수 변화와 실제 양·음성 전환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고,[3] 예후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 것은 주로 수용체를 "잃는" 방향의 전환이었습니다.[1][2] 구체적인 결과 해석은 담당 의료진과 함께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재검사는 항상 조직검사(생검)여야 하나요?

가능하다면 조직검사를 통한 재확인이 권고되는 경우가 많지만,[1][2] 전이 부위에 따라 접근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1][3] 어떤 방식이 우리 상황에 적절한지는 담당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야 할 부분입니다.

이런 자료를 진료실에서 언급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다만 이 글에서 소개한 수치들은 각기 다른 기관과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개별 연구 결과이며, 우리 상황에 그대로 적용되는 값은 아닙니다. "이런 연구를 봤는데, 우리 경우에는 어떻게 볼 수 있을지" 정도의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을 권합니다.

참고 자료

  1. Lin M, et al. Incidence and prognostic significance of receptor discordance between primary breast cancer and paired bone metastases. Int J Cancer. 2023. doi:10.1002/ijc.34365. https://pubmed.ncbi.nlm.nih.gov/36408915/
  2. Yang Z, et al. The Prognostic Impact of Hormonal Receptor and HER-2 Expression Discordance in Metastatic Breast Cancer Patients. Onco Targets Ther. 2020. doi:10.2147/OTT.S231493. https://pubmed.ncbi.nlm.nih.gov/32099389/
  3. Shanthala S, et al. Study of Biomarker Discordance between Primary and Recurrent Sites and its Clinical Implications in Metastatic Breast Cancer : A Single Institutional Study from India. South Asian J Cancer. 2024. doi:10.1055/s-0043-1775807. https://pubmed.ncbi.nlm.nih.gov/38919661/
OnZu

OnZu (보호자)

아내의 유방암 진단 이후, 식이와 생활을 직접 공부하며 기록하는 보호자입니다. 모든 글은 발표된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하며, 의학적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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