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과 재건이 끝나고 나면 다음 질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호르몬 치료를 몇 년이나, 어떤 약으로 해야 하나요?" 아내의 조직검사 결과지에는 에스트로겐수용체(ER)와 프로게스테론수용체(PR)가 양성으로 표시되어 있었고, 담당 교수님은 이 결과가 앞으로의 치료 방향을 정하는 핵심 축이라고 했습니다. 약사로 일해 온 아내는 약물 이름과 기전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왜 나에게는 이 약이고 다른 환자에게는 저 약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저희 부부 모두 막막했습니다.
호르몬 치료(내분비 치료)는 하나의 정해진 처방이 아니라, 폐경 여부·재발 위험도·유전자 검사 결과·병기 같은 여러 조건을 조합해 결정하는 '맞춤형' 치료에 가깝습니다. 같은 ER 양성 유방암이라도 폐경 전 30대 환자와 폐경 후 60대 환자가 받는 처방이 다르고, 같은 폐경 후 환자라도 재발 위험이 낮은지 높은지에 따라 약을 더하거나 뺍니다. 이 글은 저희가 진료실 대화를 준비하며 직접 찾아 읽은 국제 학회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그 선택 기준이 대략 어떤 논리로 움직이는지 정리한 공부 기록입니다.
다만 이 글은 진료 지침이 아닙니다. 실제 처방은 병리 결과와 전신 상태, 동반 질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담당 의료진이 결정합니다. 저희는 그 대화에 조금 더 준비된 상태로 들어가고 싶었을 뿐입니다.
폐경 여부가 첫 번째 갈림길이다
ER 양성 유방암의 초기(수술 가능 단계) 치료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폐경 여부입니다. 폐경 후 환자에게는 아로마타제억제제(레트로졸, 아나스트로졸, 엑스메스탄 등) 계열이 우선 고려되고, 폐경 전 환자에게는 타목시펜이 기본 축이 되며 필요시 난소기능억제가 더해집니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2018년까지 발표된 아로마타제억제제 관련 무작위 임상시험들을 종합 검토해, 보조 내분비 치료의 적정 투여 기간에 대한 권고를 갱신한 바 있습니다.[1]
여기서 "적정 기간"이라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5년으로 끝낼지, 그 이상으로 연장할지는 재발 위험도와 약물 부작용(골밀도 저하, 관절통 등)을 함께 저울질해 정하는 문제이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답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희가 얻은 첫 번째 교훈은, "몇 년을 먹어야 하나요"라는 질문 자체가 진료실에서 개별화해서 물어야 할 질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젊은 환자, 난소기능억제를 더할지는 논쟁적이다
폐경 전 환자에서 타목시펜에 난소기능억제(주사나 수술로 난소 기능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를 추가할지는 오랫동안 논쟁이 있었던 주제입니다. 2017년 발표된 한 비평 논문은 당시 ASCO 가이드라인이 난소기능억제 추가를 지지했음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임상시험의 추적 관찰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암이 15년에 걸쳐 재발할 수 있는 질환임을 고려할 때), 평가 지표도 전체 생존율이 아닌 유방암 관련 사건 발생률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습니다.[2]
즉 "난소기능억제를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는 일방적 결론이 아니라, 재발 위험이 특히 높은 경우가 아니라면 득실을 더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도 학계 안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견을 알고 나니, 저희 부부도 "왜 우리 경우엔 추가하는지(혹은 하지 않는지)"를 담당 교수님께 구체적으로 여쭤볼 수 있었습니다.
유전자 검사가 치료 강도를 조절한다
같은 ER 양성, 림프절 음성 유방암이라도 재발 위험은 환자마다 다릅니다. 이 위험도를 좀 더 정밀하게 가늠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 온코타입 DX, 맘마프린트, 프로시그나, 엔도프레딕트, 유방암지수(BCI) 같은 유전자 발현 검사입니다. ASCO의 2022년 개정 가이드라인은 이런 검사 결과를 보조 내분비 치료 및 항암화학요법 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고 권고하면서, 폐경 여부·나이에 따라 권장되는 검사 종류가 달라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3]
예를 들어 림프절에 암세포가 1~3개 전이된 폐경 전 환자는 유전자 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항암화학요법의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검사 결과가 좋으면 항암은 무조건 생략된다"는 식의 단순화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3] 검사는 판단을 돕는 도구이지, 그 자체로 최종 결론은 아니라는 점이 저희가 새로 배운 부분이었습니다.
재발 위험이 높다면 표적치료를 더하기도 한다
림프절 전이가 있고 재발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류되는 ER 양성·HER2 음성 초기 유방암 환자군에서는, 내분비 치료에 CDK4/6 억제제 계열 약물인 아베마시클립을 병용하는 방안이 검토됩니다. ASCO는 2022년 신속 권고 개정을 통해, monarchE 임상시험이 정의한 고위험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에게 2년간의 아베마시클립(1일 2회 150mg) 병용과 최소 5년의 표준 내분비 치료를 함께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4] 해당 임상시험에서는 아베마시클립을 병용한 군에서 침습성 무병생존 지표가 개선된 결과(위험비 0.71)가 보고되었습니다.[4]
다만 이 병용요법은 모든 환자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재발 위험이 높다고 분류된 일부 환자군에 국한된 권고이며, 약물 부작용(설사 등) 관리도 함께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위험도가 높다고 분류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것이 표적치료 추가 여부와 직결되는 정보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면 진료실 대화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전이가 있는 경우의 선택 기준은 또 다르다
같은 ER 양성이라도 전이성(4기) 유방암에서는 접근이 달라집니다. ASCO의 2021년 개정 가이드라인은, 이전에 내분비 치료를 받은 적 없는 폐경 후 HR 양성·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비스테로이드성 아로마타제억제제와 CDK4/6 억제제 병용을 권고하고, 아로마타제억제제 치료 중 또는 그 직후 재발한 경우에는 풀베스트란트와 CDK4/6 억제제 병용을 권고합니다.[5] 이후 치료 단계에서는 PIK3CA, AKT1 유전자 변이나 PTEN 소실 여부 같은 종양 유전자 검사 결과를 근거로 표적치료제를 선택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5]
폐경 전 환자의 경우는 조금 더 조심스럽습니다. ASCO의 2016년 가이드라인은 현재까지 나온 호르몬제 임상시험 대부분이 폐경 후 여성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폐경 전 HR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는 난소기능억제나 난소절제를 함께 시행한 뒤 호르몬 치료를 진행하도록 권고했습니다.[6] 전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치료의 목표(완치 대 관리)와 약물 조합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걸, 저희는 이 대목에서 새삼 실감했습니다.
고령 환자라면 나이 자체보다 전신 상태를 본다
저희 가족의 경우는 아니었지만, 진료실 대기실에서 만난 다른 환자분들을 보며 궁금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유럽유방암전문가학회(EUSOMA)와 국제노인종양학회(SIOG)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1년 개정 권고안은, 고령 유방암 환자의 치료 방침을 나이 숫자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노인포괄평가·동반 사망 위험 요인·환자 개인의 선호·치료 접근성 같은 요소를 함께 고려하도록 범위를 넓혔습니다.[7] 선별검사부터 1차 내분비 치료, 수술, 방사선치료, 전신치료, 전이성 질환 관리에 이르기까지 권고 전반이 이번 개정에서 업데이트되었습니다.[7]
즉 "연세가 많으시니 치료를 최소화하자"거나 반대로 "나이와 상관없이 표준 치료를 그대로 적용하자"는 두 극단 모두, 이 권고안이 말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실제 건강 상태와 삶의 우선순위를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왜"라는 질문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처음 진료실에서 들었던 "호르몬 치료를 하겠습니다"라는 한마디 뒤에 얼마나 많은 조건절이 숨어 있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폐경 여부, 림프절 전이 개수, 유전자 검사 결과, 전이 여부, 이전에 어떤 약을 얼마나 썼는지까지—이 모든 것이 하나씩 걸려서 처방이 정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같은 유방암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옆 병상 환자와 저희 아내의 처방이 다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보호자로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약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 약을 왜 지금 우리에게 권하시는지"를 물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배경지식을 갖추는 것이었습니다. 재건 수술이 끝난 지금, 다음 단계는 이 호르몬 치료를 얼마나 꾸준히, 얼마나 오래 이어가느냐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 여정도 기회가 되면 다시 기록해보려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호르몬 치료는 몇 년이나 받아야 하나요?
A. 표준적으로는 5년을 기본으로 하되, 재발 위험도와 약물 내약성에 따라 연장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1] 정해진 정답이 있다기보다, 담당 의료진과 매 진료마다 다시 점검해야 하는 항목에 가깝습니다.
Q. 유전자 검사를 받으면 항암화학요법을 안 해도 되나요?
A. 검사 결과가 재발 위험이 낮게 나오면 항암화학요법을 생략할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림프절 전이 개수나 폐경 여부 같은 다른 조건에 따라 결과와 무관하게 항암화학요법이 권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3] 검사 결과 하나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Q. 난소기능억제는 반드시 받아야 하나요?
A. 재발 위험이 높은 폐경 전 환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가 있지만, 그 근거의 확실성 자체에 대해 신중한 의견도 학계에 존재합니다.[2] 개인의 위험도와 부작용 감내 수준을 함께 고려해 결정할 문제입니다.
Q. CDK4/6 억제제는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가요?
A. 아닙니다. 림프절 전이가 있고 재발 위험이 높다고 분류된 일부 초기 유방암 환자,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특정 상황에서 검토되는 약제입니다.[4][5] 위험도 분류 결과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 자료
- Burstein HJ, et al. Adjuvant Endocrine Therapy for Women With Hormone Receptor-Positive Breast Cancer: ASCO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ocused Update. J Clin Oncol. 2019. doi:10.1200/JCO.18.01160 — https://pubmed.ncbi.nlm.nih.gov/30452337/
- Vogl SE. Adjuvant ovarian suppression for resected breast cancer: 2017 critical assessment. Breast Cancer Res Treat. 2017. doi:10.1007/s10549-017-4379-1 — https://pubmed.ncbi.nlm.nih.gov/28695299/
- Andre F, et al. Biomarkers for Adjuvant Endocrine and Chemotherapy in Early-Stage Breast Cancer: ASCO Guideline Update. J Clin Oncol. 2022. doi:10.1200/JCO.22.00069 — https://pubmed.ncbi.nlm.nih.gov/35439025/
- Giordano SH, et al. Abemaciclib With Endocrine Therapy in the Treatment of High-Risk Early Breast Cancer: ASCO Optimal Adjuvant Chemotherapy and Targeted Therapy Guideline Rapid Recommendation Update. J Clin Oncol. 2022. doi:10.1200/JCO.21.02677 — https://pubmed.ncbi.nlm.nih.gov/34878801/
- Burstein HJ, et al. Endocrine Treatment and Targeted Therapy for Hormone Receptor-Positive, 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Negative Metastatic Breast Cancer: ASCO Guideline Update. J Clin Oncol. 2021. doi:10.1200/JCO.21.01392 — https://pubmed.ncbi.nlm.nih.gov/34324367/
- Rugo HS, et al. Endocrine Therapy for Hormone Receptor-Positive Metastatic Breast Cancer: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Guideline. J Clin Oncol. 2016. doi:10.1200/JCO.2016.67.1487 — https://pubmed.ncbi.nlm.nih.gov/27217461/
- Biganzoli L, et al. Updated recommendations regarding the management of older patients with breast cancer: a joint paper from EUSOMA and SIOG. Lancet Oncol. 2021. doi:10.1016/S1470-2045(20)30741-5 — https://pubmed.ncbi.nlm.nih.gov/3400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