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씨,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는 오해 앞에서
리그난과 아로마타제 억제제 — 근거를 따라가 본 이야기
아내는 타목시펜이 아니라 아로마신(엑세메스탄)과 루프린 주사로 난소기능을 억제하며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마씨를 식탁에 올리기 전,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 ER 양성 유방암엔 안 좋다"는 흔한 이야기부터 근거를 따라 확인해봤습니다.
- 우리 집 이야기
- 무엇이 들었나
- 유방암과의 관계 — 작용 기전
- 근거 — 논문과 임상
- 조리와 섭취의 과학
- 그늘과 주의점 — 아로마신 복용자 관점
- 흔한 오해
- 우리 집 결론
우리 집 이야기
아내가 아로마신을 시작한 뒤로 저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이라는 말이 붙은 식재료마다 예민해졌습니다. 아마씨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콩과 함께 검색하다 보면 "에스트로겐 유사 물질이니 ER 양성 유방암 환자는 피해야 한다"는 글이 꽤 많이 보였거든요. 그런데 동시에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아마씨와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함께 준 임상시험도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상반돼 보이는 두 이야기 중 어느 쪽이 실제 근거에 가까운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마씨의 리그난 성분은 사람이 흔히 생각하는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해서 위험한 물질'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그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무엇이 들었나
아마씨에는 리그난의 일종인 세코이소라리시레시놀(SDG)이 식물성 리그난 중 가장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SDG 자체는 장내 세균의 작용을 거쳐 엔테로디올과 엔테로락톤이라는 '포유류 리그난'으로 전환된 뒤 체내에서 실제 생리 작용을 나타냅니다. 아마씨는 이 밖에도 오메가-3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과 식이섬유가 풍부합니다.
유방암과의 관계 — 작용 기전
사람 유래 아로마타제 효소를 이용한 고전적 시험관 연구에서, 엔테로락톤은 안드로스텐디온·테스토스테론과 경쟁하는 방식으로 아로마타제를 약하게에서 중간 정도로 억제했습니다. 다만 이때 확인된 친화력은 실제 기질(안드로스텐디온 등)의 약 1/75~1/300 수준으로, 처방용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비교할 수 있는 강도는 아닙니다.
ER 양성 유방암 이종이식 동물모델 실험에서 아마씨와 그 리그난은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해 종양을 키우기보다, 오히려 에스트라디올이 유도하는 종양 성장·혈관신생·VEGF 분비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습니다. 즉 '식물성 에스트로겐 = 에스트로겐과 똑같이 위험'이라는 단순한 등식은 이 실험 결과와는 맞지 않습니다.
근거 — 논문과 임상
헬싱키대 연구진이 수행한 고전적 시험관 연구로, 엔테로락톤을 포함한 포유류 리그난이 사람 아로마타제 효소의 활성 부위 근처에 결합하며 약한~중간 정도의 경쟁적 억제를 나타낸다는 점을 처음으로 보고했습니다.
난소를 제거한 동물모델에 에스트라디올을 투여해 ER 양성 종양 성장을 유도한 뒤 아마씨 리그난(엔테로디올·엔테로락톤)을 함께 준 실험에서, 리그난은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하지 않으면서도 에스트라디올이 유도한 종양 성장과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분비를 억제했습니다.
ER 양성 유방암으로 수술을 앞둔 폐경 후 여성 24명을 대상으로, 조직검사와 수술 사이 기간 동안 아마씨(하루 25g)와 아나스트로졸을 단독 또는 병용 투여한 무작위 2×2 요인설계 파일럿 연구입니다. 아마씨가 아나스트로졸의 종양 관련 효과나 혈청 스테로이드 호르몬 수치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방해한다는 근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폐경 후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저희 아내처럼 루프린으로 난소기능을 억제하는 폐경 전 사례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조리와 섭취의 과학
그늘과 주의점 — 아로마신 복용자 관점
앞서 본 파일럿 임상시험은 폐경 후 ER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저희 아내처럼 루프린 등으로 난소기능을 억제하며 아로마신을 복용하는 폐경 전 상황에서 아마씨·리그난의 상호작용을 직접 확인한 임상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기전상 우려할 근거는 크지 않지만, 데이터가 없는 부분은 없는 대로 인정하고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섭취량을 정했습니다.
아마씨의 풍부한 식이섬유는 경구 약물의 흡수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약 복용 시간과 아마씨 섭취 시간을 어느 정도 간격을 두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장됩니다. 또한 오메가-3 함량이 높아 항응고제·항혈소판제를 복용 중이라면 출혈 경향에 대해 주치의와 미리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리그난을 고농축한 보충제 형태는 식품으로 먹는 양보다 섭취량이 훨씬 커질 수 있으므로, 시작 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흔한 오해
우리 집 결론
저희는 아마씨를 '항암 식품'이 아니라 아침 요거트에 뿌리는 평범한 식재료로 대합니다. 갈아서 하루 한두 큰술 정도 섭취하는 수준이라면 아로마신 치료를 방해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폐경 전·난소기능억제 상황에서의 상호작용 자료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고농축 리그난 보충제는 다른 이야기라는 점을 기억하며 담당 의료진과 계속 상의하기로 했습니다.
- Adlercreutz H, Bannwart C, Wähälä K, Mäkelä T, Brunow G, Hase T, Arosemena PJ, Kellis JT Jr, Vickery LE. Inhibition of human aromatase by mammalian lignans and isoflavonoid phytoestrogens. J Steroid Biochem Mol Biol. 1993;44(2):147-153.
- Jungeström MB, Thompson LU, Dabrosin C. Flaxseed and Its Lignans Inhibit Estradiol-Induced Growth, Angiogenesis, and Secretion of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in Human Breast Cancer Xenografts In vivo. Clin Cancer Res. 2007;13(3):1061-1067.
- McCann SE, Edge SB, Hicks DG, Thompson LU, Morrison CD, Fetterly G, Andrews C, Clark K, Wilton J, Kulkarni S. A Pilot Study Comparing the Effect of Flaxseed, Aromatase Inhibitor, and the Combination on Breast Tumor Biomarkers. Nutr Cancer. 2014;66(4):566-575. (ClinicalTrials.gov: NCT00612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