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을 받은 가족을 곁에서 지켜보다 보면 "면역 치료"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와는 결이 다른 이 치료법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누구에게 효과가 있는지, 어디까지가 확인된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아직 연구 중인 영역인지는 막상 찾아보려 하면 쉽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저는 의료인이 아닙니다.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진료실에서 더 나은 질문을 하기 위해, 그리고 다음 진료까지 남는 불안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1차 문헌을 직접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그 공부의 기록입니다. 특정 치료를 권하거나 반대로 만류하려는 글이 아니며, 최종 판단은 언제나 담당 의료진의 몫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삼중음성 유방암(TNBC)을 중심으로, 실제로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면역 치료의 효과와 한계, 그리고 "왜 어떤 환자에게는 듣고 어떤 환자에게는 듣지 않는가"에 대해 최근 연구가 밝혀낸 부분까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면역 치료는 무엇을 하는 치료인가
일반적인 항암화학요법이 빠르게 분열하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라면,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로 대표되는 면역 치료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우리 몸의 T세포는 원래 비정상 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할 능력을 갖고 있지만, 종양은 PD-1/PD-L1 같은 "면역관문" 단백질을 이용해 T세포의 공격을 억제하는 신호를 보냅니다.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같은 약제는 이 PD-1 경로를 차단해, 이미 몸 안에 있던 면역세포가 다시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1]
즉 면역 치료 자체가 암을 직접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면역계의 "제동장치"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항암화학요법과 가장 다른 부분입니다. 유방암 중에서도 삼중음성 유방암은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수용체와 HER2가 모두 음성이라 호르몬 치료나 표적 치료를 쓸 수 없어 항암화학요법에 크게 의존해 온 아형인데, 상대적으로 종양 내 면역세포 침윤이 많은 경우가 있어 면역 치료 연구가 특히 활발히 이루어진 영역입니다.[2]
수술 전 치료 단계 — KEYNOTE-522 연구가 보여준 것
조기(2·3기)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가장 근거가 두꺼운 연구는 KEYNOTE-522 3상 임상시험입니다. 이 연구는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에 펨브롤리주맙을 추가하고, 수술 후에도 보조요법으로 이어가는 방식을 위약군과 비교했습니다. 첫 중간분석에서 수술 시점의 병리학적 완전관해(pCR, 수술 조직에서 침습암이 확인되지 않는 상태)는 펨브롤리주맙군에서 64.8%, 위약군에서 51.2%로 나타나 13.6%포인트 차이가 있었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였습니다(P<0.001).[3]
이후 발표된 5년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 최종 분석에서도 같은 경향이 이어졌습니다. 중앙 추적관찰 기간 75.1개월 시점에서 60개월 전체생존율은 펨브롤리주맙군 86.6%, 위약군 81.7%로 나타났습니다(P=0.002).[4] 다만 이 차이는 처음 발표된 병리학적 완전관해 차이(13.6%포인트)보다는 작은 폭이라는 점도 함께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수술 시점에 관찰한 단기 지표(pCR)와 수년 뒤의 장기 생존 지표(OS) 사이에는 항상 어느 정도 간극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치료의 효과가 "수술 시점에 암이 완전히 사라진 환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수술 후 남아있는 암의 양을 등급화한 잔존암부담지수(RCB)별로 나누어 분석한 후속 연구에 따르면, 펨브롤리주맙 추가는 병리학적 완전관해에 이르지 못한 환자군(RCB-1, RCB-2)에서도 재발·사망 등 사건 발생을 줄이는 효과를 보였고, 그 효과는 RCB-2군(잔존암이 더 많이 남은 군)에서 가장 뚜렷했습니다.[5] 다시 말해 수술 전후로 투여하는 보조 면역 치료 자체가, 눈에 보이는 종양 완전관해와는 별개로 장기적인 이득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수술대 위의 차이와 5년 뒤의 차이는 같지 않았다
KEYNOTE-522 · 조기(2·3기) 삼중음성 유방암. 위쪽 점은 위약군, 아래쪽 점은 펨브롤리주맙군. 가로축은 40~100%.
병리학적 완전관해
전체생존율
단기 지표의 차이가 장기 지표의 차이로 그대로 옮겨가지 않습니다. 두 값은 같은 시험의 다른 시점 결과이며, 생존율은 중앙 추적관찰 75.1개월 시점의 최종 분석입니다(P=0.002). 또 완전관해에 이르지 못한 환자에게 이 치료가 무의미하다는 뜻도 아닙니다 — 잔존암이 남은 군에서도 사건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출처: 본문에 실린 KEYNOTE-522 결과 [3][4][5]
전이성·재발성 삼중음성 유방암에서의 면역 치료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거나 국소 재발한 삼중음성 유방암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KEYNOTE-355 3상 임상시험은 이전에 치료받은 적 없는 국소 재발성 절제 불가능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화학요법에 펨브롤리주맙을 추가하는 것의 효과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모든 환자가 아니라 "종양이 PD-L1을 일정 수준 이상 발현하는 환자"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점입니다.
PD-L1 복합양성점수(CPS)가 10 이상인 환자군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펨브롤리주맙 추가군에서 9.7개월, 위약군에서 5.6개월로 나타났습니다(위험비 0.65).[6] 이후 발표된 최종 전체생존율 분석에서도 같은 CPS≥10 집단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펨브롤리주맙군 23.0개월, 위약군 16.1개월로 나타났습니다(위험비 0.73, P=0.0185).[7]
여기서 중요한 것은 "PD-L1 발현 정도"라는 조건입니다. 같은 삼중음성 유방암이라도 PD-L1 발현이 낮거나 없는 종양에서는 이 조합의 이득이 CPS≥10 집단만큼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이성 단계에서는 조직검사로 PD-L1 발현 정도를 확인하는 과정이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실제로 쓰이고 있습니다. "면역 치료가 삼중음성 유방암에 듣는다"는 문장은 맞지만, "모든 삼중음성 유방암에 똑같이 듣는다"는 문장은 정확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PD-L1 이 일정 수준 이상인 집단에서만 잰 값이다
KEYNOTE-355 · 이전 치료를 받지 않은 국소재발성·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중 PD-L1 복합양성점수(CPS) 10 이상인 집단. 막대는 중앙값(개월).
위약 병용
펨브롤리주맙
위험비 0.65
위약 병용
펨브롤리주맙
위험비 0.73 · P = 0.0185
중앙값은 개인이 기대할 기간이 아닙니다. 절반이 그 시점을 넘었다는 뜻이며, 같은 군 안에서도 편차가 큽니다. 무엇보다 이 값은 CPS 10 이상 집단의 결과입니다 — PD-L1 발현이 낮거나 없는 종양에서는 이만큼 뚜렷한 이득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이 단계에서는 조직검사로 PD-L1 발현 정도를 먼저 확인합니다.
출처: 본문에 실린 KEYNOTE-355 결과 [6][7]
왜 어떤 종양에는 듣고, 어떤 종양에는 듣지 않는가
같은 진단, 같은 치료를 받아도 반응은 환자마다 다릅니다. 최근에는 단일세포 분석과 공간 프로파일링 기술을 이용해 이 차이를 설명하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연구는 펨브롤리주맙 투여 전후의 종양 조직을 단일세포 수준에서 분석했는데, 전체 종양의 약 3분의 1에서만 PD-1을 발현하는 T세포가 치료 후 뚜렷하게 증식(clonal expansion)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증식은 주로 세포독성 관련 유전자를 발현하는 CD8+ T세포와, 보조 T세포 관련 유전자를 발현하는 CD4+ T세포에서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치료 전 조직에서 특정 대식세포 유형이나 항원제시 관련 분자 발현이 낮았던 종양에서는 이런 T세포 증식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경향이 있었습니다.[8] 즉 치료 전 종양 미세환경이 이미 어느 정도 "면역학적으로 준비된" 상태인지가 반응 여부와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연구는 펨브롤리주맙과 방사선치료를 함께 받은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의 조직을 여러 시점에서 반복 채취해 분석한 결과, 반응 양상을 크게 세 가지 경로로 구분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치료 시작 전부터 이미 면역세포 침윤이 많고 3차 림프구조 등 항종양 면역 활성의 흔적이 있던 종양은 비교적 빠르게 반응했고, 반대로 치료 전에는 비반응군과 비슷하게 면역세포가 적었지만 방사선치료가 더해진 뒤에야 뒤늦게 강한 면역 반응이 유도되는 종양군도 있었습니다. 반면 치료 전후 내내 면역세포 침윤이 거의 없이 변화가 미미했던 종양군은 끝까지 반응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습니다.[9]
이런 연구들이 아직 진료실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검사로 자리잡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왜 이 치료가 나(혹은 내 가족)에게 듣지 않을 수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단순히 운이 나빴다는 설명이 아니라 종양 미세환경 수준에서 이유를 찾아가고 있는 연구 흐름이 있다는 것은 알아둘 만합니다.
부작용과 균형 잡힌 기대
면역 치료는 "부작용이 적은 치료"로 오해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KEYNOTE-522 연구에서 3등급 이상의 치료 관련 이상반응 발생률은 펨브롤리주맙 추가군에서 78.0%, 위약군에서 73.0%로, 오히려 면역 치료를 추가한 군에서 다소 높게 나타났습니다. 항암화학요법의 부작용에 더해, 면역계가 정상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유사 부작용(갑상선 기능 이상, 대장염, 폐렴 등)이 새롭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항암화학요법 단독 치료와 다른 부분입니다.
또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조기 단계에서의 이득(5년 생존율 차이 약 5%포인트)과 전이성 단계 PD-L1 양성군에서의 이득(생존기간 중앙값 차이 약 7개월)은 그 크기와 성격이 다릅니다. "면역 치료를 추가하면 예후가 좋아진다"는 한 문장으로 뭉뚱그리기보다는, 병기·PD-L1 발현·잔존암 여부 같은 구체적인 조건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이득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점을 이해하고 진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면역 치료를 받으면 항암화학요법 부작용이 줄어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대규모 임상시험 자료를 보면 오히려 면역 치료를 추가한 군에서 3등급 이상 이상반응 발생률이 다소 높게 보고되었습니다. 항암화학요법의 기존 부작용 위에 면역 관련 부작용이 더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PD-L1 검사는 왜 하는 건가요?
전이성·재발성 삼중음성 유방암에서는 PD-L1 발현 정도(CPS)에 따라 면역 치료 병용의 이득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임상시험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검사 결과가 치료 방침을 정하는 데 실제로 활용되므로, 검사 시점과 결과의 의미를 진료진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 후 암이 남아 있으면(pCR을 얻지 못하면) 면역 치료의 의미가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병리학적 완전관해에 이르지 못한 환자군에서도 보조 면역 치료가 사건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관찰된 연구가 있습니다. 다만 그 효과의 크기는 잔존암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므로, 개인의 병리 결과를 두고 담당의와 구체적으로 상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 나온 수치를 제 상황에 그대로 적용해도 되나요?
아닙니다. 이 글에 인용한 수치는 특정 임상시험 참가자 집단의 평균적인 결과이며, 병기·아형·PD-L1 발현·전신 상태 등 개인차에 따라 실제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위험은 달라집니다. 이 글은 진료실에서 더 구체적인 질문을 준비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자료
- Heater NK, et al. Current and future immunotherapy for breast cancer. J Hematol Oncol. 2024. doi:10.1186/s13045-024-01649-z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9722028/ - Dvir K, et al. Immunotherapy in Breast Cancer. Int J Mol Sci. 2024. doi:10.3390/ijms25147517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9062758/ - Schmid P, et al. Pembrolizumab for Early Triple-Negative Breast Cancer. N Engl J Med. 2020. doi:10.1056/NEJMoa1910549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2101663/ - Schmid P, et al. Overall Survival with Pembrolizumab in Early-Stage Triple-Negative Breast Cancer. N Engl J Med. 2024. doi:10.1056/NEJMoa2409932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9282906/ - Pusztai L, et al. Event-free survival by residual cancer burden with pembrolizumab in early-stage TNBC: exploratory analysis from KEYNOTE-522. Ann Oncol. 2024. doi:10.1016/j.annonc.2024.02.002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8369015/ - Cortes J, et al. Pembrolizumab plus chemotherapy versus placebo plus chemotherapy for previously untreated locally recurrent inoperable or metastatic triple-negative breast cancer (KEYNOTE-355): a randomised, placebo-controlled, double-blind, phase 3 clinical trial. Lancet. 2020. doi:10.1016/S0140-6736(20)32531-9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3278935/ - Cortes J, et al. Pembrolizumab plus Chemotherapy in Advanced Triple-Negative Breast Cancer. N Engl J Med. 2022. doi:10.1056/NEJMoa2202809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5857659/ - Bassez A, et al. A single-cell map of intratumoral changes during anti-PD1 treatment of patients with breast cancer. Nat Med. 2021. doi:10.1038/s41591-021-01323-8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3958794/ - Shiao SL, et al. Single-cell and spatial profiling identify three response trajectories to pembrolizumab and radiation therapy in triple negative breast cancer. Cancer Cell. 2024. doi:10.1016/j.ccell.2023.12.012
원문: https://pubmed.ncbi.nlm.nih.gov/38194915/